본문 바로가기

여행84

둘째날 오전, 오키나와 겨울, 술을 마시면서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고 싶다고, 올겨울은 마음도 몸도 유난히 춥다고.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따뜻한 남쪽'은 달랐다. 나는 통영과 제주를 이야기했고 그녀는 홍콩과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이야기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통영이든 제주든 홍콩이든 발리든 도착하는 대로 맥주를 마실 것이고 깊은 잠을 잘 것이었다. 그 다음날 그곳이 제주라면 모슬포에서 방어회를 먹고, 통영이라면 물메깃국을 먹는 상상도 했다. 가본 적 없는 홍콩과 발리에서의 여정은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이곳에서 먹는 맥주보다는 더 맛있는 맥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 박준, '우붓에서 우리는' 중에서 오키나와는 구름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제.. 2016. 7. 7.
첫째날, 오키나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일어나면 기억이 희미한 꿈 같았다. '아이슬란드.' 그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 진짜 집에서 멀리 떨어진듯한 아득함이 느껴진다. 하루종일 지지 않던 여름의 태양 그리고 절대 떠오르지 않던 겨울의 태양, 그 하늘에 슬그머니 뜬 희미한 달과 치맛자락처럼 펄럭거리는 오로라, 북극에서 낮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묵묵히 맞으며 견디고 서 있는 양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과 그 위로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이끼, 눈 덮인 산과 거친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천 개의 폭포와 호수, 아직도 끓어오르고 있는 땅,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러기들, 서서히 녹아내린다는 빙하, 어디가 음절의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는 낯선 언어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과묵하고 고독해.. 2016. 7. 5.
봄, 전주 4월에 떠나 5월에 돌아오다. 2016. 5. 2.
새해, 경주 과감하게 케이티엑스 / 무인호텔 무인무료조식서비스 / 경주에 오래 살면 이 능들을 보고도 무뎌질까 / 교리김밥 줄 계란냄새 / 니 하오, 양동마을 새해 무료 / 콜로세움 스타벅스 로스트넛츠라떼 / 익숙한 새벽 세시 / 녹두전과 해물순두부, 막걸리 / 무서운 불국사 콜택시 / 성호리조트 별들 / 세 명이지만 방 안 바꿉니다 / 포르투갈 와인 개봉 / 아침목욕 / 꽃청춘 아이슬랜드 / 바글바글 불국사 / 다음에는 아리수관광호텔 / 부의 끝은 스스로 만족하는 데 있다, 극락전 / 석가탑은 7월 이후 / 벌써 새순 / 9와 숫자들 방공호 / 도솔마을 정식, 동동주 / 커피플레이스 에스프레소와 딸기주스 / 봉황대의 노을 / 신경주역 기념품 쇼핑 / 소시지와 맥주 / 첫 로드무비 완성 / 또 보자, 경주 케이티엑스.. 2016. 1. 3.
On Praca da Ribeira 2015. 11. 30.
포르투갈, 포르투, 먹방 2015년 7월 8일 수요일에 먹은 것들. 이걸 먹기 위해서 볼량시장에 다시 갔다. 정어리 구이. 시장 한 켠에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는 식당이 있었다. 이 날은 모자를 쓰고 다녔다. 모자를 벗고 메뉴판을 봤다. 사르디나와 맥주를 시켰다. 옆에 외국인 아저씨도 혼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음식 한 접시를 아주 맛있게 드셨다. 정어리 구이는 생각했던 딱 그런 맛이었다. 맛있었다. 다시 먹고 싶을 만큼. 감자도 맛있었고, 샐러드도 맛있었다. 한 접시 깨끗하게 비우고, 맥주 한 병을 더 시켜 마셨다. 든든한 점심이었다. 불량시장에서 친구들 선물도 잔뜩 샀다. 앞치마도 사고, 조그마한 포르투갈 술도 사고, 내가 먹을 맥주도 샀다. 동생에게 줄 와인도 사고, 정어리 마그네틱도 사고, 재물의 상징인.. 2015.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