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에 해당되는 글 2건

  1. 꿈을 이루세요, 신경숙 4 2008.11.22
  2. 엄마를 부탁해, 연재를 시작하는 신경숙 작가님께 8 2007.12.04
   어제 <엄마를 부탁해>로 신경숙 작가님을 만나는 자리에 다녀왔다. 강연회라고 하기도 그렇고, 낭독회라고 하기도 그렇고, 신작을 가지고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였단, 표현이 딱 적당한 자리였다. 백가흠 작가도 함께였는데, 무척 목소리가 좋으셨다는. 1시간동안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그 시간이 정말 후다닥 가버렸다. 작가님이 이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하셨을 때 자리가 파했다.

   무슨 얘기를 하셨더라. <깊은 슬픔>이 94년에 출간되었으니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라며, 다음 작품으로 아름다운 연애소설을 한 편 써 볼까하는 생각을 어젯밤에 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소설가는 늘 소설을 구상하고, 죽이고, 또 구상하는 것이라며, 살아남는 것만이 소설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는 자신의 엄마이기도 하고, 여러분의 엄마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폭신폭신한 극장 의자에 앉아서, 작가님 얼굴이 아주 잘 보이는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내가 읽었던 그녀의 소설들을 생각했다. 가장 좋아하는 <외딴방>. 그 소설을 읽으며 울었던 기억. 부석사가 등장했던 단편도 기억이 났고, <리진>도 생각났다. 차마 다 읽지 못하고 남에게 줘버린 <바이올렛>도 생각났다. 그리고 <깊은 슬픔>. 완과 세와 은서.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엄마를 부탁해>도. 이제 반 정도 남았다. 이 소설때문에 매일 아침 훌쩍거렸다. 이 소설은 작가가 되기도 전에 구상했던 아주 오래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자신에게 많은 것을 하게끔 해준 엄마를 위한 소설이라고.
 
    그리고 낭독한 부분. 작가님은 딸의 입장에서 쓴 1부보다, 첫 아들의 입장에서 쓴 2부가 훨씬 집필할 적에 집중력도 좋았고, 잘 쓰여졌다고 했다. 역시 그 2부에서 고른 부분이다. 나도, 나도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혼났었다.

p.93-94

   이 부분을 낭독하시는데, 작가님이 자꾸 피식 웃으셨다. 아니, 센 콧바람을 마이크 위로 자주 뱉어내셨다. 아니, 그건 사실,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고여서 당황하신 거였다. 그래서 이 부분의 낭독이 참 좋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눈 앞이 흐릿흐릿해졌으니까.

   또 무슨 말을 나눴더라. 눈이 보이지 않는 이의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도 하셨고, 자신은 행복하라고 글을 쓴다고 하셨다. 언어영역에 작가님의 소설이 지문에 나왔다던 한 대학생 아이가 일어나서 작가님 소설을 읽으면 슬퍼져요,라고 했을 때였다. 어떤 계단에 저자며 제목이며 표지가 다 찢어진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때, 아, 이건 신경숙이 소설이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작가가 되었을 적부터 생각했다는 이야기. 거리감을 두기 위해 '너'라는 호칭을 썼는데, 읽는 이들이 모두 '나'로 바꿔서 읽는다는 이야기. (이건 정말 백번 천번 만번 동감) 백가흠 작가는 자신이 '엄마를 부탁해 효과'라 명명한 여운이 아주 오래가, 엄마 생각이 계속 나고,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에 오늘이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고, 특히 자신에게 그랬다고. 다음 이 말이 정말 좋았다. 이제 많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끝나네요. 하지만 우리에겐 책이 있으니까요. 책으로 다음 번에 다시 만나요. 아. 이런 이야기도 해주셨다. 얼마 전에 엄마와 보름동안 동거를 한 적이 있었다고. 사춘기 이후 처음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다고. 밤이면 엄마가 주무시나, 방을 들여다보면 늘 엄마는 주무시지 않고 계셨다고. 그러면 방으로 들어가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워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고. 주로 예전의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그러다 다퉈 등을 돌리고 씩씩대기도 했다고. 어느 날은 엄마가 작가님 품에서 엉엉 울기도 했다고. 그러면 작가님은 아주 행복해졌다고. 그건 친구, 애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고. 아주 완전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이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좀 벅찼다.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완전한 행복의 느낌을.

   자꾸만 <작가의 방>에 소개된 작가님의 서재가 생각이 났다. 길고 넓은 나무 책상, 두껍고 튼튼한 책장, 그 속의 책들, 무릎을 껴안은 조각상,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던 창가까지. 이번 주말엔 남은 부분을 다 읽어야지. <감자 먹는 사람들>을 선물로 받았다. 그래서 사인 받을 때 두 권을 내밀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사인본이었는데, 사인이 되어있던 것 위에 내 이름을 예쁘게 적어주셨다. <감자 먹는 사람들>에도 똑같은 사인을 받았다. 꿈을 이루세요.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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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38호 - 2007.겨울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창비(창작과비평사)


   신경숙 작가님의 새 장편 연재가 시작됐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는 단숨에 첫번째 이야기를 다 읽었습니다. '이건 어머니가 아닌 엄마에 관한 이야기'라는 작가님의 들어가는 글을 읽은 그때부터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눈물 한방울이 눈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결국엔 또르르 굴러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어요. 엄마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집 떠나서 서울서 생활하면서부터 엄마나 아빠 이야기에 관한 글을 읽으면 어김없이 눈물 한 방울쯤은 꼭 흘리기 되요. 늘 그립고,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투성이예요.

   연재소설은 일부러 읽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예요. 감칠맛이 나서요. 언제든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는 단행본이 좋아요. 이제 첫번째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추위가 다 가셔야 다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아휴.

   이 소설에서 신경숙 작가님은 주인공을 '너'라고 표현해요. 너의 엄마, 너의 오빠. 하지만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여기서 설정되어 있는 '너'가 작가님 자신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십년 전 소설에 관한 이야기나, 약사 여동생 이야기, 그리고 직업도 글을 쓰는 사람이구요. 읽다보면 작가님 자신이 확실한데 자꾸 '너'라고 해요. 너의 아버지, 너의 그 남자. 독자들은 우매하게도 소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거라 생각하며 읽어나가는데 그게 아니라고 한 <열세번째 이야기>의 윈터 여사 이야기처럼요. 저는 이 엄마에 관해 쓴 이야기를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읽었지만 어쩌면 그건 그냥 작가님 고도의 설정일 뿐일지도 모르겠어요. 나처럼 보이는 너. 그래도 좋아요. 저는 어리석은 독자라서 작가의 이야기라고,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소설 속에 푹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좋거든요.

   어머니가 아닌 엄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린지 일주일째 된 너. 글을 읽지 못하는 엄마를 가진 너. 아무도 모르게 뇌졸증을 앓았던 엄마를 둔 너. 자식들 챙겨먹이고 공부시키는 게 제일 큰 행복이라 생각했던 엄마를 둔 너. 이제는 두통때문에 무도 문어도 제대로 칼질하지 못하는 엄마를 가진 너. 그런 너의 엄마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아, 저는 정말 신경숙 작가님이 좋아요. 그녀가 있어서, 그녀의 글을 읽고 울 수 있는 감수성이 제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스무살 때 서로의 등만 바라보는 삼각관계의 이름도 외자여서 예뻤던 <깊은 슬픔>에 빠져서 며칠을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이제는 그 소설을 다시 읽으면 사랑 이야기에 그렇게 가슴이 아릴 것 같지 않아요. 그 시절의 저는 그랬어요. 이제는 지금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엄마에 며칠을 헤어나오지 못하겠어요. <리진>에서도 콜랭과의 사랑을 그리 담백하게 끝내고, 어미라 여겼던 명성황후의 죽음에 더 가슴저리게 만들었던 지금의 작가님이 좋아요.

   이거 또 작가님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가 되어버렸잖아요. 헤헤. 이번 <엄마를 부탁해> 장편 연재 열혈 팬으로 기다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글 계속 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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