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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부탁해, 연재를 시작하는 신경숙 작가님께
    서재를쌓다 2007. 12. 4. 22:35
    창작과 비평 138호 - 2007.겨울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창비(창작과비평사)


       신경숙 작가님의 새 장편 연재가 시작됐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는 단숨에 첫번째 이야기를 다 읽었습니다. '이건 어머니가 아닌 엄마에 관한 이야기'라는 작가님의 들어가는 글을 읽은 그때부터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눈물 한방울이 눈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결국엔 또르르 굴러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어요. 엄마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집 떠나서 서울서 생활하면서부터 엄마나 아빠 이야기에 관한 글을 읽으면 어김없이 눈물 한 방울쯤은 꼭 흘리기 되요. 늘 그립고,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투성이예요.

       연재소설은 일부러 읽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예요. 감칠맛이 나서요. 언제든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는 단행본이 좋아요. 이제 첫번째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추위가 다 가셔야 다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아휴.

       이 소설에서 신경숙 작가님은 주인공을 '너'라고 표현해요. 너의 엄마, 너의 오빠. 하지만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여기서 설정되어 있는 '너'가 작가님 자신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십년 전 소설에 관한 이야기나, 약사 여동생 이야기, 그리고 직업도 글을 쓰는 사람이구요. 읽다보면 작가님 자신이 확실한데 자꾸 '너'라고 해요. 너의 아버지, 너의 그 남자. 독자들은 우매하게도 소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거라 생각하며 읽어나가는데 그게 아니라고 한 <열세번째 이야기>의 윈터 여사 이야기처럼요. 저는 이 엄마에 관해 쓴 이야기를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읽었지만 어쩌면 그건 그냥 작가님 고도의 설정일 뿐일지도 모르겠어요. 나처럼 보이는 너. 그래도 좋아요. 저는 어리석은 독자라서 작가의 이야기라고,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소설 속에 푹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좋거든요.

       어머니가 아닌 엄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린지 일주일째 된 너. 글을 읽지 못하는 엄마를 가진 너. 아무도 모르게 뇌졸증을 앓았던 엄마를 둔 너. 자식들 챙겨먹이고 공부시키는 게 제일 큰 행복이라 생각했던 엄마를 둔 너. 이제는 두통때문에 무도 문어도 제대로 칼질하지 못하는 엄마를 가진 너. 그런 너의 엄마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아, 저는 정말 신경숙 작가님이 좋아요. 그녀가 있어서, 그녀의 글을 읽고 울 수 있는 감수성이 제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스무살 때 서로의 등만 바라보는 삼각관계의 이름도 외자여서 예뻤던 <깊은 슬픔>에 빠져서 며칠을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이제는 그 소설을 다시 읽으면 사랑 이야기에 그렇게 가슴이 아릴 것 같지 않아요. 그 시절의 저는 그랬어요. 이제는 지금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엄마에 며칠을 헤어나오지 못하겠어요. <리진>에서도 콜랭과의 사랑을 그리 담백하게 끝내고, 어미라 여겼던 명성황후의 죽음에 더 가슴저리게 만들었던 지금의 작가님이 좋아요.

       이거 또 작가님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가 되어버렸잖아요. 헤헤. 이번 <엄마를 부탁해> 장편 연재 열혈 팬으로 기다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글 계속 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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