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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나의 절망을 받아주렴
    서재를쌓다 2007. 12. 1. 17:00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온전한 김연수를 읽은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편 한 두 편을 읽었고, 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청춘의 문장들은 동생이 읽지 않을 때 틈틈이 훔쳐봤는데 다 읽기도 전에 반납되었구요. 그러니까 온전한 김연수 작가님의 장편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연수 작가님의 책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쉽지는 않은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저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글은 아니였어요. 한 문장을 읽고 조금 쉬고, 한 문단을 끝내고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우선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뭔가 저를 포근하게 보듬어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장의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라는 시도 좋았어요. 직접 번역하셨다는데 왠지 시어 하나하나에 작가님의 체취가 묻어있는 듯 했죠.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테니. 그리고 소설의 처음을 읽어내려갈 때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 감성, 이 구절, 정말 좋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하철 안에서 혼자 비밀스럽게 행복해하기도 했습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별들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한 사람의 인간은 이를테면 하나의 별이예요. 반짝반짝 빛내며 나의 절망을, 나의 외로움을 표시하는 거죠. 그럼 그걸 본 또 다른 별은 그 빛을 온전히 받고선 이제 자신의 절망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때로는 외로움의 빛은 넓고 깊은 우주 속에서 다른 별에게 도착하지 못한 채 사그라들기도 하고 무언가에 반사되어서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기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의 외로움을 마주하게 될 때 별은 깊고 어두운 우주 속에서 서럽게 엉엉 울거나 다시 더 크게 자신의 외로움을 반짝거리는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내 절망이 너에게 도착하기를. 나의 외로움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를.

       소설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설레임, 사랑, 광주의 피, 투쟁과 무력함, 그 속의 치열함, 비틀비틀 1991년을 걷고 있는 불완전한 청춘들. 작가님 스스로 말한 라운지 소설처럼 끝도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다보면 마지막에 끊임없이 빛을 반짝거리는 외로운, 절망의 별들이 모여있는 우주의 세계로 도달하게 되요. 그 넓고 깊은 우주를 한 눈에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외로운지, 또한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알 수 있어요. 결국 우리들은 외로움으로 연결되어 있구요. 그래서 별들은 빛나는 거구요. 이런 생각들을 라운지 생각처럼 끊임없이 하게 되었던 소설이였어요. 한번 더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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