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5월 수요일의 일. 마지막 날. 낮 비행기라 조식을 먹고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마지막 날은 첫날만큼 더웠다. 타이페이에 있는 동안 내내 흐리거나 비가 왔는데, 첫날과 마지막 날만 햇볕이 쨍쨍했다. 이지카드 보증금도 환불받지 못했고 마지막 날에야 해가 나서 다시 놀러 오라는 대만의 인사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대만으로 올 때 봤던 영화 <왓 이프>를 이어서 봤다. 영화의 말미에 여자 주인공에게 승진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신기하게도 대만에 가서 몇 년 근무를 하는 조건이었다. 와, 여기도 대만이 나와. 반가웠다.

 

   친구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친구는 이사로 바빴고, 나는 또 나 나름대로 바빴다. 거의 한달만에 만나 합정의 오뎅바에서 맥주잔을 부딪치며 우리 대만 다녀온지 벌써 한달이나 지났다, 참 좋았는데, 식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좋은 추억이 되어 다행이라는 말도 했다. 그리고 친구와 내가 각자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다. 1월에는 토모상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획대로 1월 말에 서울에 가니 맥주를 함께 마시자는 메세지. 우리는 1월 말, 합정의 술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그 날, 서울은 무척 추웠다. 토모상은 너무 추워서 서울에 와서 아주 두꺼운 패딩을 샀다고 했다.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퓨전한식집에 갔다. 친구는 여전히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라 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질 못했다. 나와 동생은 (동생도 토모상이 보고싶다고 해서 함께 만났다) 토모상이 지내온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여행하게 될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토모상이 말수가 적고, 겸손해서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 토모상이 서울을 떠나는 날 우리는 메세지를 보냈다. 서울에서도 즐거웠고, 좋은 날 또 만나 맥주를 마시자고. 토모상은 런던에 도착해 메세지를 보냈다. 건강하게 지내고, 다시 또 맥주를 마시자고. 친구와 나는 이제 둘다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전처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과 지난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 추억에 타이페이에서의 4박 5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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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타이페이

from 여행을가다 2015. 2. 21. 13:27

 

 

 

 

 

 

 

 

 

 

 

 

 

 

 

 

 

 

 

 

    2014년 11월 4월 화요일의 일. 멀리까지 움직여야 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핑시선 기차를 타고 고양이 마을 허우퉁에 갔다가 스펀에서 풍등을 날리고, 지우펀에 가서 홍등을 보고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를 먹는 일정. 역시 오늘도 조식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핑시선 기차를 타러 가기 전에 시먼딩의 오래된 커피집에 가서 동생에게 선물해 줄 커피콩도 사고, 커피도 한 잔 마시기로 했다. 펑다커피라고 60년 전통의 커피집이었는데, 사실 커피맛은 잘 모르겠더라. 선물할 커피콩도 진열되어 있던 것 중에 제일 양이 적게 있었던 (그래서 인기가 제일 많은 거라 생각했던) 윤기가 차르르 했던 것으로 골랐는데, 서울에 와서 내려보니 탄맛이 너무 강해서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루이팡 역까지 간 뒤 핑시선 열차를 탔다. 핑시선 열차를 타니 죄다 한국 사람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어가 정말!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였다. 대만 비행기표가 귀했던 이유가 있었다. 기차는 천천히 달렸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허우통에 내려 마을을 한바퀴 돌려고 하자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맞자 싶어 우산도 안 쓰고 걷다가 빗줄기가 조금씩 세져서 결국 우산을 폈다. 고양이들이 정말 많았다. 조용한 마을 전체가 고양이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진짜 고양이들, 고양이 캐릭터 물품을 파는 가게 등등.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마을을 떠나질 못할 듯.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산책 풍경이 아주 근사했을 것 같은 마을이었다. 예전 탄광 마을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 산도 푸르고 하늘도 훤했다. 오르막 길로 조금만 오르면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게 가슴에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 나가는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기념품 가게에서 고양이 모양 연필도 샀다.

 

    마을로 들어오는 핑시선 열차를 타고 조금 더 가 스펀역에서 내렸다. 스펀역에서는 기차철길 위에서 풍등을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여행 오기 직전에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봤는데, 거기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풍등을 날린다. 각자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면에 적고 서로가 그 면을 볼 수 없게 그대로 불을 올려 하늘 위로 올려보낸다. 일단 스펀역에 내려서는 닭다리 볶음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내리자마자 가게 앞에 줄을 섰다. 닭다리 안에 볶음밥을 넣고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굽는 건데, 진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씩 더 사먹고 싶었는데 먹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포기했다. 닭다리 볶음밥을 먹으면서 스펀을 걷는데 커다란 개가 계속 달라붙었다. 먹을 걸 달라고. 조금 떼어 주면 계속 따라올 것 같아서 외면하고 계속 걸었다. 풍등가게 중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용엄마네로 갔다. 원하는 색깔을 선택할 수 있고, 네 면에 글씨를 쓸 수 있게 거치대를 마련해준다. 나는 한 면에는 우리 여행에 대해, 또 다른 한 면에는 내가 올해 이루고 친구도 이뤘으면 하는 것에 대해 썼다. 친구는 한 면에는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또 다른 한 면에는 내가 올해 이뤘으면 하는 것에 대해 썼다. 소원풍등이 완성이 되면 그걸 기차길로 들고 가 가게 직원이 풍등을 잡고 있는 것부터 풍등을 떠올리는 장면, 풍등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까지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둔다. 우리와 함께 철길로 간 직원은 대만 사람이었는데, '포-오-즈'라고 말하며 우리의 일관적인 포즈를 지적했다. 우리 풍등은 타지 않고 오래오래 날아갔다. 우리는 풍등이 높이높이 올라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올려다 봤다.

 

    다시 루이팡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지우펀으로 이동했다. 지우펀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중국인들, 일본인들, 한국인들. 모두 관광객들 뿐이었다. 우리는 지우펀 골목골목을 한바퀴 둘러본 뒤에 지우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계단에 앉았다. 나는 충동적으로 부엉이 모양 오카리나를 샀는데, 그 계단에 한국 아이들이 단체로 오카리나를 사서 연습해보고 있었다. 지우펀은 동네 전체가 와이파이존이다. 계단에 앉아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본 친구는 여기 싸고 맛있고 오래된 완자집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취두부 냄새가 가득한 골목길을 내려가 초입에 있는 완자집을 찾았다. 국수 하나와 완자탕 하나를 시켰는데, 가격은 저렴한데 맛있었다. 대만족.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씩을 사서 다시 계단을 찾았다. 해가 지고 풍등이 켜질 때까지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바람이 시원했다. 계단에 앉아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로 산 병따개 사진을 찍어 보냈고, 다음 여행은 꼭 셋이 오자고 말했다. 내일이면 여행의 끝이다, 시간이 너무 금방이다, 아쉽다는 이야기도 했다. 홍등이 켜졌다. 골목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가파른 골목을 내려가는데 홍등 불빛이 너무 예뻐서 사람들에 치여도 짜증 한 번 안 나더라. 골목 중턱의 찻집에서 친구는 내내 갖고 싶어했던 차주전자와 찻잔 세트를 샀다.

 

   지우펀역에서 루이팡역까지 버스를 타고, 루이팡역에서 중샤오푸싱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딘타이펑에서 대만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샤오롱바오와 볶음밥을 시켰다. 맥주도 한 병 시켜 나눠 마셨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지우펀에서 산 병따개로 어제 사 둔 타이완 생맥주 병을 따서 마셨다. 마지막 밤인데 한 병으론 부족하다며 매일 밤 내려갔던 숙소 앞 세븐일레븐에서 캔맥주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마셨다. 매일 밤 같은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노숙자 분위기의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마지막 밤에도 어김없이 나와 계셨다. 그리고 그 날은 관광객 한 명이 혼자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관광객에게 말을 걸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남자는 싱가폴에서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우리 둘은 맥주를 마시다가 마지막 밤이라는 분위기에 취했고, 마지막 밤이니 그에 걸맞는 이벤트를 하자고 했다. 우리에겐 똑같은 엽서가 한 장씩 있었다. 용캉지에에서 산 엽서인데, 커다란 고양이 모양의 열기구를 타고 가는 고양이들이 그려진 분홍빛의 엽서였다. 너무 예뻐서 각각 한 장씩 샀다. 같은 엽서이니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겨서 바꿔서 간직하자고 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도 세가지씩 쓰고 꼭 이루어보자고 했다. 내가 엽서와 펜을 가지러 숙소로 다시 들어갔고, 친구는 맥주를 한 캔씩 더 샀다. 나는 우리가 그동안 함께 여행한 도시들을 나열하고, 니가 있어 그곳들이 특별했다고, 항상 고맙다고 했다. 친구는 여기서도 이렇게 좋은 기억인데 한국에 가서는 얼마나 더 좋은 기억이 될까라고 했고, 정말 좋은 가을밤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방으로 올라와 대만에서의 마지막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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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타이페이

from 여행을가다 2015. 2. 7. 15:56

 

 

 

 

 

 

 

 

 

 

 

 

    2014년 11월 3월 월요일의 일. 전날 그렇게 맥주를 마셔댔으니 당연하게 늦잠을 잤다. 원래 타이페이 외곽으로 나가 핑시선 타고 허우퉁이랑 스펀, 그리고 지우펀까지 갈 일정이었는데, 그러려면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했어야 했다. 각자의 침대에서 뒹굴고 뒹굴다가 그래도 조식을 먹어야 했기에 조식 마감시간 거의 직전에 내려갔다. 오늘도, 우리는 먹는다. 나는 속에 들어가질 않아 커피만 들이다 부었고, 친구는 이 숙소 음식도 맛나다며 맛있게 먹었다. 전날 숙소가 성대한 만찬 수준의 조식이었다면, 이 숙소 조식은 기본적이고 깔끔했다. 새벽에 숙소로 돌아간 토모상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어제 즐거웠다고 연락을 했더니, 아직 타이페이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토모상은 오후 늦게 한 달 여행을 함께 할 친구가 일본에서 온다고 했다. 장소는 이리저리 검색해보다가 토모상의 숙소가 있는 중산에 <꽃보다 할배>에 나왔던 샤오롱바오 집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정했다.

 

    중산역 4번 출구에서 12시 15분에 만나기로 했다. 친구와 숙소를 나서는데 오늘도 날이 흐렸다. 숙소를 나서서 바깥 공기를 맞는 순간 (전의 숙소도, 이번 숙소도 창문이 있는데 열리지가 않았다. 이번 숙소는 통유리이기도 했고) 아, 오늘도 옷을 잘못 입고 나왔구나 싶었다. 반팔을 입고 나왔는데, 바람이 찼다. 핑시선-지우펀 일정은 하루종일 움직여야 해서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왔던 딴수이를 구경하고, 배를 타고 빠리로 들어가 대왕오징어를 먹고 오기로 했다. 거긴 강가라 바람이 더 차가울텐데.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 바꿔입기에는 시간이 없기보다 귀.찮.은 거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중산역에 도착해 토모상을 기다렸다. 중산은 가이드 북에 의하면 예술가의 거리라고 했다. 높고 화려한 빌딩들이 많았고, 고풍스런 근사한 건물들을 개조한 가게들도 있었다. 20분을 조금 지나 토모상이 도착했다. 우리는 조금 어색하게 인사하고, 샤오롱바오 집을 향해 걸었다. 무슨 말들을 나눴더라. 어제 즐거웠다는 말, 우리 맥주를 정말 많이도 마셨다는 말, 잘 들어갔냐는 말, 아침밥은 먹었냐는 말, 우리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말. 말들과 말들 사이에 알콜이 전혀 없는 어색함이 뒤따랐다. 샤오롱바오 두 접시와 볶음밥을 시켰다. 음식 맛은 보통이었다. 역시 좀 짰다. 숙취 때문에 쟈스민 차를 많이 따라 마셨다. 그 가게가 일본인들에게도 유명했던 것 같다. 한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하이톤으로 메뉴를 의논하고 있는데, 토모상이 그랬다. 신기하다고. 뒤에서는 일본인들이 일본말을 하고 있고, 자기는 일본인인데 우리랑 한국말을 하고 있고, 여기는 또 대만이고. 밥을 먹고 중산역으로 걸어오는 길에 오리온 맥주 광고 깃발이 보였고, 토모상은 대만에 오기 직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갔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리온 맥주는 오키나와 맥주인데, 무척 맛있다고. 정말요? 우리는 또 맥주 이야기에 눈이 반짝였고.

 

    중산역에 도착해서는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서양식으로 꾸며놓은 근사한 카페였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각자의 커피를 시켰다. 커피를 마시며 토모상이 한국에서 한국어 배운 이야기를 해줬는데, 정말 웃겼다. 어학당에서 반을 배정할 때, 동양인 서양인으로 구분해서 반을 배정하는데, 한자권 국가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속도가 서양인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 한자권이 아닌 동양인들이 피부색깔 때문에 같은 반에 배정되는데, 수준이 너무 뒤떨어지니 웃긴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 줬다고 했다. 그리고 교포들이 말을 엄청 잘하는데, 쓰기와 읽기가 안 되는 이야기도 해줬는데, 웃겼다. 헤어지기 전에 가지고 다니던 셀카봉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카페 안쪽에 통유리를 마주하고 앉은 손님들까지 같이 앵글에 잡혔다. 그걸 보더니 그 손님들이 즐거워하며 같이 브이자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그 사진에 우리 일행이 다섯 명인 것 처럼 보인다. 토모상은 한 달동안 대만 여행을 하고, 일본으로 돌아간 뒤, 한국으로 와서 여행을 하고, 덴마크로 마지막 워홀을 간다고 했다.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이제 덴마크어까지. 우리는 멋지다고 그리고 부럽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만나서 다시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헤어졌다.

 

    딴수이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지하철 노선도에서 보면 제일 위쪽. 지하철을 오래 탔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남아 있던 숙취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보지 못하고 이야기만 들었다. 아름다운 영화라고. 친구는 영화를 예전에 봤었고, 여행을 오기 전에 한번 더 봤다고 했다. 피아노 음악이 정말 좋다고 했다. 시내에서 점점 멀어질 수록 높은 산들도 보이고, 내가 생각했던 대만스러운 풍경들이 보였다. 딴수이역에 도착하니 역시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반팔 입은 내가 견딜 수 있는 바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역 앞에 있는 상가에 들어가 마음에 쏙 드는 숄을 샀다. 친구랑 나랑 대만족한 숄이었는데, 사고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상표를 보고 엄청 웃었다. 목에 단단하게 두르니 따뜻했다. 딴수이를 먼저 와 본 토모상의 조언에 따라 강가를 걷지 않고 버스를 탔다. 어디쯤에선가 내려야 하는데, 내리는 지점은 정확하게 몰랐다. 그냥 탔고, 그냥 내렸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길래. 내리고 보니 딱 맞았다. 우리 이제 길 잘 찾는다며 좋아라 했다. 내려서 왔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걸었는데, 풍광이 멋졌다. 강인데 꼭 바다 같이 넓었다. 역시 물이 있는 곳은 근사하다. 하늘에 구름도 많았는데, 그래서 더 근사했다. 구름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한국인이 정말 많았다. 심지어 우리 앞에 가던 사람들에게 어떤 모녀가 뛰어와 배를 타는 곳이 어디냐고 다급하게 한국어로 물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답했다. 한국어로. 그 덕분에 우리 앞 사람들도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고. 빠리에 들어가는 배 안에서 들리는 언어도 죄다 한국어였다. 이상하지. 반갑다고 인사라도 하면 좋을텐데, 너무 한국인이 많으니까 왠지 입을 다물게 되더라.

 

   친구가 빠리에 배를 타고 들어가길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대왕오징어였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 빠리행 배를 탔다. 딴수이와 빠리는 아주 가까워서 배를 탄 시간이 10분도 안 됐다. 배의 속력 때문에 바람은 더 세졌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흩날렸다. 그 가운데 해가 졌다. 와- 배 안 사람들이 모두 해가 지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빠리에 도착해서는 배 시간이 있어서 바로 대왕오징어 가게를 찾아갔다. 헤맨다 싶을 때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보면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그 곳이었다. 친구가 주문한 오징어가 포장되길 기다리는 동안, 내가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오기로 했다. 오전에 숙취에 시달렸지만, 맥주 한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풍경은 근사하고, 맛난 안주도 있으니까. 대만에서 세븐일레븐만 갔었는데, 빠리에서는 패밀리마트가 있어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에 토모상이 말한 오키나와 맥주 오리온 맥주가 있었다. 완전 반가워서 생각해보지도 않고 오리온으로 2캔 샀다. 그리고 강이 잘 보이는 벤치에 앉아 오징어를 먹고, 오리온을 마셨다. 한국에서 선곡해온 음악도 스피커로 들었다. 우리가 대학교 때 함께 좋아했던 영화 중에 <유리의 성>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한 순정파 러브스토리인데, 그때는 그게 참 좋았다. 여명이 서기에게 장미꽃 한송이를 선물하면서 아스피린 한 알을 물에 녹여 놓으면 꽃이 늦게 시든다고 했는데, 그런 대사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두곤 했었다. 그리고 음악. 여명이 부른 'Try to Remember'. 우리는 대만의 빠리에서 대왕오징어와 오리온 맥주를 마시며 여명의 노래를 들으며 대학교 때의 그 소녀같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다시 배를 타고 딴수이로 와서 이번에는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역까지 갔다. 구경거리가 많았다. 죄다 기념품샵이었는데, 가게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었다. 정말 대만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리고 거의 모든 가게들을 다 들어갔다. '아이 러브 타이완'이 새겨진 마그네틱 자석도 사고, 엽서도 몇 장 더 샀다. 그리고 친구랑 둘이서 귀걸이도 샀다. 내가 산 귀걸이는 분명 부엉이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한국에서 돌아와 가만히 보니 고양이 같았다. 친구는 남편에게 줄 육포도 한 봉지 샀다. 그리고 딴수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먼역에 도착해서 계획했던 카르푸에 가는데, 또 한참을 헤맸다. 설마 저기까지 가는 건 아닐거야, 너무 멀리 왔어, 생각하고 다시 돌아왔는데, 저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갔어야 했다. 카르푸에서 오늘 먹을 과일도 사고, 한국에 가져갈 자스민 차와 녹차도 샀다. 우유에 타서 먹으면 밀크티가 되는 홍차도 사고. 유통기한이 2주밖에 안 되는 타이완 생맥주도 샀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맥주 한 잔 할려는데, 맙소사 병따개가 없었다. 타이완 맥주 공장에서 먹었을 때 무척 맛있었던 맥주였는데, 따개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었다. 숙소 아래 편의점으로 내려갔는데, 편의점에도 따개는 없었다. 결국 어제 토모상과 함께 마셨던 편의점 앞 벤치에서 다시 캔맥주를 사서 마셨다. 여행의 마무리는 맥주가 최고다. 몸이 노곤해지면서 즐거웠던 그날의 추억들이 하나 둘 행복하게 떠오르니. 그리고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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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타이페이

from 여행을가다 2015. 1. 16. 23:57

 

 

 

 

 

 

    2014년 11월 2일 일요일의 일. 타이페이에서의 둘째날. 일어났고, 내려갔다. 먹으러. 친구는 여기 숙소를 예약하면서 조식이 무척 괜찮다는 평을 보았다고 했다. 창밖을 보니 날이 흐렸다. 비가 오려는 듯했다. 커피가 딱 맛나는 날씨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공간이 근사했다. 낮과 밤에는 카페 겸 술집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흐린 날씨와 잘 어울렸다. 인테리어도 근사해서 어제 내려와서 생맥주 한 잔 할 걸 후회했다. 어쨌든 먹었다. 맛있었고, 배를 잔뜩 채웠다. 커피도 날씨 때문인지, 맛이 좋아서인지 입에 딱 달라붙어서 두 잔이나 마셨다. 오늘은 나의 연애운을 빌러 월하노인을 다시 한번 만나러 가고, 용캉지에에서 고기국수를 먹고, 타이페이 101 빌딩을 구경하고, 타이완 맥주 공장에 가서 생맥주를 마시는 일정. 그리고 우리는 어젯밤 알았다. 친구는 카메라를 충전한다고 꽂아두고 집에서 카메라와 충전기를 들고 오지 않았으며, 나는 우리집에 있는 수많은 충전기 중에서 하필이면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선을 들고 왔다는 걸. 밤새 충전했지만 핸드폰 밧데리가 30프로. 사진 몇 장 찍다보면 밧데리 없다는 메세지가 떴다. 결국 사진은 포기했다. 근사한 풍경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대신 눈과 마음으로 곱게곱게 담아주자고 생각(하지만 남는 건 사진인데. ㅠ)하려 했다.

 

   월하노인을 만나러 갔다. 이번엔 용산사 말고 하해성황묘라는 곳. 여행 전에 찾아본 책자에 의하면 여기가 그렇게 신통하단다. 여기서 빈 뒤, 인연을 만나고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단다. 그리고 하해성황묘가 있는 디화제가 옛날 대만의 모습을 아직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가 보니 거리는 별로였다. 우리가 제대로 못 찾은 건지도 모르겠는데, 예스러운 멋은 별로 없었다. 그냥 옛날 동네 같았다. 그리고 하해성황묘도 뭐랄까.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돈의 양에 따라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른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돈 많이 내면 안에서 주문(!) 외고 있는 할아저지가 어깨도 두드려준다. 어쨌든 갔으니 빌고 왔는데, 영 내키지는 않았다. (나는 돈 조금만 내서 어깨 두드림은 받지 못했다.)

 

    대만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곤니찌와' 인사도 많이 받았다. 중국 사람 아니면,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해성황묘가는 길에 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친절함이 정말 최고였다. 역시나 여기서도 길을 한번에 찾지 못하고 헤맸다. 혹시나 해서 '하해성황묘'를 한자로 적어왔다. 길을 가다 손녀와 함께 있는 한 할아버지에게 쪽지를 내밀었는데,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했다. 가까운가보다, 친절하시구나 기쁜 마음으로 졸래졸래 따라가는데 길을 건너고, 모퉁이를 돌고, 또 모퉁이를 돌고, 또... 너무 멀리 가서 따라가면서도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하해성황묘 바로 앞까지 데려다줬고 우리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는 말을 건네고 다시 길을 돌아가셨다. 너무 죄송해서 근처에서 공갈빵을 급하게 사서 달려가 드렸는데, 너무 화를 내셔서 그냥 인사만 하고 돌아왔다. 공갈빵은 우리가 먹었다.

 

    타이페이의 삼청동이라 불리는 용캉지에에서는 친구가 그렇게 원했던 차도 구입하고, 맛집으로 유명한 국수집에 가서 고기국수도 먹었다. 고기국수의 고기는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고, 이거 다 먹으면 엄청 걸어야겠구나 생각이 단번에 들 정도로 기름져 보였지만, 무척 맛있었다. 같은 시킨 찐밥이랑 국물이 없었던 국수(자장면 종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도 맛있었는데, 음식들이 대체로 짰다. 이래서 대만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나. 용캉지에에서 엽서 쇼핑도 하고, 부엉이 목걸이를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무척이나 망설였으며, 가이드북에서 보고 찾아간 커피집은 커피 가격이 너무 비싸 그냥 나왔다. 그리고 배가 꺼지기를 바라며 계속 걸었다. 걷고 걷다 해가 언제 지나, 아직 멀었네 싶었지만 타이페이 101 빌딩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 원래의 계획은 타이페이 빌딩 야경이 무척 잘 보인다는 샹산에 올라가는 거였는데, 이게 거의 등산 수준이라고 해서 저질 체력인 우리는 그냥 빌딩 가까이에서 불빛을 구경하기로 했다. 친구는 이제 버스길도 잘 찾아냈다. 용캉지에에서 타이페이 빌딩 근처로 가는 버스를 단번에 찾아내서,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탔다. 하루가 지나서 익숙해진건지 아니면 날이 흐려진 탓인지 이제 버스에서 땀내가 나지 않았다.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는데 타이페이 빌딩에 빨리 도착했다. 해가 질 때까지 뭘 하나 싶었는데, 근처에 쓰쓰난춘이 있었다. 옛군사시설 공간을 그대로 살려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 곳이야말로 예스런 멋이 그득한 곳이었다. 옛건물을 보수해서 특색을 그대로 살려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프리마켓이 열려 있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고 지역 특산물들도 있었다. 여기서 나는 또 엽서 쇼핑을 했는데 (친구는 말했다. 또 사?) 한자를 이렇게 예쁘고 귀엽게도 쓸 수 있구나 싶었다. 여기저기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리고 구경했다. 쓰쓰난춘을 나와 타이페이 빌딩에 갔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고, 우리는 둘다 밧데리가 0이었으며, 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35층 스타벅스 명당 전망대는 당연하게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냥 맥주나 마시러 가자 싶어서 빌딩에 불이 켜진 것만 보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왔다. 타이페이 101 빌딩은 요일마다 불빛 색깔이 다르다. 7일동안 무지개 빛깔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이 날은 보라색이었다.

 

   아주 간단한 가이드북의 설명을 보고 타이완 맥주공장을 찾아갔다. 설명에 의하면 맥주 공장 안에 바가 있었다. 맥주공장의 어둑어둑한 길을 걸어가다 설마 여기에 바가 있었어? 하는 지점에 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공장의 신선한 맥주를 바로 마실 수 있고, 주말에는 라이브 공연도 한다는 설명. 맥주공장은 진짜 공장 같았다. 날도 어두워진 상태라 을씨년스러웠다. 공장 안에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주변을 맴돌았는데, 옆에 편의점 같은 건물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었다.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 공장 입구의 경비원에게 물어봤다. 경비원 말이 최근에 바가 없어졌단다. 맙소사. 대신 아까 우리가 봤던 그 곳에서 생맥주를 팔고 있으니, 거기 가서 마시라는 말. 갔다. 아쉽긴 하지만 생맥주 한 잔씩 사가지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마셨다. 생맥주는 한 종류인데, 병맥주는 다양했다. 저걸 다 마셔보고 가자고 비장한 마음으로 짠- 건배를 했다. 저녁이 되어서 바람이 적당히 불었고, 야외라 어두워서 맥주 마시기 딱 좋았다. 다른 테이블에는 무척 취해보였던 여남 커플, 혼자 마시는 할아버지와 역시 혼자 마시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 젊은이는 우리가 밖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웃으면서 우리를 쳐다봤고, 맥주를 사가지고 나오니 또 싱긋 웃으면서 우리를 쳐다봤다. 뭐지? 저 대만 실실남은? 왜 우릴 보고 웃지? 라고 생각하며 심심한 생맥주를 끝내고 맛난 병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실실남이 우리 테이블로 왔다. 한국 분이세요? 라며.

 

   이름은 토모유키. 1년에 눈이 한두번 오는 후쿠오카 출신의 일본인이다. 호주-중국-한국 이렇게 워킹을 하며 20대를 보냈단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까지 일을 했는데, 7년인가 있었단다. 일하면서 어학원 다니며 한국어 공부하고. 그래서 얼마 전까지 들었던 한국어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니 반가워서 실실 웃고 있었던 것. 대만은 한달 동안 여행할 거라 했다. 같이 맥주를 마시다보니 잘 웃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맥주공장 가게가 문이 닫을 때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했고, 샤오롱바오를 먹으러 택시를 타고 딘타이펑에 갔지만 마감 시간이 되어서 먹지 못했고, 기대했던 훠궈를 먹으러 갔지만 배가 불러 거의 먹질 못했다. 마무리로 숙소 앞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마셨다. 친구와 토모상은 중국에서 같은 학교를 다녔었다. 나는 토모상이 한국에 있을 때 일했던 가게에 갈 뻔 했다. 토모상은 서울이 정말 춥다고 했다. 영하 이십도 가까이 내려간 적도 있었잖아요, 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동시에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고 한겨울을 지내다 보니 토모상이 지냈던 7년 안에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기도 했다. 서울에서 마시던 것처럼 맥주를 잔뜩 마신 날이었다. 마지막 날까지 있을 이 숙소는 특이하게 방이 세로로 길게 이어져 있는 구조다. 침대도 두 개가 길쭉하게 이어져 있다. 2인실이지만 개인공간이 확보되는 구조랄까.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좋다고 감탄하고 바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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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타이페이

from 여행을가다 2015. 1. 10. 18:46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일. 대만에 가기 전, 검색을 하면 제일 처음에 나오는 회원수가 가장 많은 대만 여행 카페에 가입을 했다. 출퇴근길 카페에 들어가 사람들이 어딜 가는지, 뭐가 맛있는지 들여다 봤다. 가장 많이 본 건 날씨에 관한 글이었다. 도쿄에 갔을 때 있는 내내 날씨와 다르게 옷을 입어 고생을 했다. 이번 여행에는 기필코 날씨에 맞는 옷을 입으리라. 10월 말의 타이페이 날씨는, 카페 사람들이 올리는 글에 의하면 무척 더웠다. 낮에는 짧은 바지에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또 날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무척 쌀쌀하단다. 도대체 어떻게 옷을 챙겨야 할지.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친구는 11월의 타이페이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을날씨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과했다. 타이페이는 아직 늦여름 날씨였다. 무척 더웠다. 그래서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사람들 땀내가 진동했다. 나는 도쿄에서와 마찬가지로 타이페이에서도 5일 내내 날씨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녔다. 혹시 추워질까 해서 무겁게 입고 나갔지만, 내내 더웠고, 오늘도 덥겠지 가볍게 입고 나가면 칼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첫 날을 제외하고는 흐리거나 비가 왔다. 일본이며, 대만이며 섬나라는 비가 참 자주 오는구나 생각했다.

 

   숙소는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 시먼딩. 햇볕이 쨍쨍했다. 우리는 날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긴 상의와 하의를 입고, 짐을 끌고 시먼딩 거리를 헤맸다. 한 할아버지와 한 젊은이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두리뭉실하게 얘기를 해줘 여기다 싶은 곳에 가보면 건물이 없었다. 그러다 (무척 저렴하고, 타이페이에 온 사람들은 누구나 산다는 데이터 무제한 유심칩을 우리도 구입했는데, 괜히 샀다. 이 때 빼곤 꺼내질 않았다) 인터넷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보려고 멈췄는데, 혹시 옆이 아닐까 하고 모퉁이를 슥 돌아보니 거기 숙소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운이 풀리려는지, 숙소에서 공짜로 방을 업그레이드해줬다. 입실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짐을 맡기고 주변을 돌아봤는데, 일본식 소바와 닭튀김을 파는 가게에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서 풍겨져 나오는 냄새가 무척 좋았는데 (우리는 라운지에서 뭘 좀 챙겨 먹고, 비행기 타자마자 기내식도 먹고, 겨우 3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배.고.팠.다) 대만까지 와서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없다 하고 옆가게에서 망고 주스를 샀다. 그런데 이것도 생망고 주스인 줄 알았는데 제조과정을 지켜보니 그냥 망고액 슬러쉬였다. 그런데 맛있었다. 시원했고. 식욕이 더 돌았다. 그렇다면 소바도 먹어볼까, 배도 고픈데. 해서 소바와 닭튀김을 시켜서 가게 앞 작은 벤치에 앉아 먹었다.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맛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열쇠를 받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방이 너무너무 넓었다. 대만 숙소는 좌변기만 있는 화장실,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실이 각각 있고, 세면대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5일동안 있었던 두 숙소가 모두 그랬다. 업그레이드된 방은 넓고 쾌적하고 시원했다. 아직 이른 오후인데도 너무 피곤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새벽 5시부터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러니 좀 쉬고 나가자며 폭신폭신한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누웠있다가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겠다 싶을 때 몸을 일으켰다. 오늘의 계획은 용산사에 들렀다 스린야시장에 다녀오기.

 

   용산사까지는 한 정거장. 지하철 역을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우산을 하나만 가져와서 그것도 숙소에 있어서 제일 싼 노란색 장우산을 하나 샀다. 결국 이 우산도 이 날만 썼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용산사는 밤에 더 근사하단다. 불빛들 때문에. 여행 전에 본 대만 여행 프로그램에 의하면, 대만 사람들은 큰일을 앞두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신에게 찾아가 기도를 한단다. 그게 일상이란다. 용산사에도 다양한 신들이 모셔져 있었다. 임신을 관할하는 신, 학문을 관할하는 신, 자손의 번영을 관할하는 신, 연애와 결혼을 관할하는 신 등. 기도를 해보려고 기도하는 법을 따로 적어왔다. 향초를 사서 각 신전 앞 향료에 향초 하나씩 불을 붙여 꽂고 이름, 출생지, 생년월일을 속으로 되뇌이며 소원을 빈다. 그리고 출구 앞으로 다시 와서 반달 모양의 패 2개를 들고 소원을 빌고 바닥에 던진다. 패 2개가 각각 다른 방향이면 신이 '너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의미. 그 전에 큰 통 안에 있는 길다란 막대기를 하나 뽑아 나오는 숫자를 기억해둔다.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패가 나오면 한약방 서랍 같은 곳에서 그 숫자의 칸에 들어있는 종이를 가지면 된다. 그 종이에는 매우 좋음, 좀 좋음, 일부는 좋고 일부는 별로임, 안 좋음. 이런 운이 적혀 있다. 친구는 하지 않기로 했고, 나는 향초를 샀다. 신전들을 돌며 향초의 불을 붙이고 향료에 꽂았다. 나는 어느 신에게 내 소원을 강력하게 빌지 미리 정해왔다. 월하노인. 연애와 결혼의 신. 그래, 이제 연애를 해보자. 그래보자. 그리고 단번에 다른 방향의 패가 나왔다. 흐흐. 친구랑 대박을 외치며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인산인해인 용산사를 빠져나왔다.

 

    용산사에서 나와서 바로 야시장으로 갈까 하다 다른 날 일정을 생각해보면 E가 그렇게 극찬하고, 가이드북에서 타이페이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추했던 천싼딩의 쩐주나이차, 그러니까 버블티를 마시지 못할 거 같아 버블티를 먹으러 야시장과 방향이 정반대인 공관역에 갔다. 여행가기 전까지 이번 가이드북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컸는데, 직접 와서 다녀보니 설명이 두리뭉실해 꽤 헤맸다. 여기서도 '직진하다 왼쪽 골목'이 도대체 어느 골목인지 헷갈려 헤맸다. 어찌어찌하여 찾은 천싼딩. 역시나 줄은 길었지만, 버블티 나오는 속도가 빨라 줄은 금방 줄었다. 버블티를 마시기 시작하는데 생각났다. 아, 우리 밥 먹고 3시간도 안 지났지. 처음에는 달작지근하니 맛있었는데, 이 커다란 우유차를 끝까지 마시자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온전히 맛을 음미하지 못했다는. 여기까지 와서 먹는데 조금만 먹고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다 마시고, 배를 꺼뜨리기 위해 걸었다. 우린 또 야시장에 가서 먹어야 하니. 걷다 보니 대학교가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이완 대학교였다.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 보였는데, 교내에 아주 커다란 야자수 나무들이 줄지어 길게 심어져 있었다. 어두워서 나무의 실루엣만 보였는데도 근사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귀교하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 앉은 학교는 조용했다. 걸으면서 하와이 여행을 함께 가자고 한 친구 이야기를 했다.

 

    스린 야시장은, 흠. 그러니까 토요일의 스린 야시장은, 그러니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스린 야시장은, 그러니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아 후덥지근한데다 비까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한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스린 야시장은, 그러니까 (마지막이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아 후덥지근한데다 비까지 보슬소슬 내리기 시작한 '타이페이에서 가장 붐비는 야시장'으로 유명한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스린 야시장은, 오래 머무를 데가 못되었다.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그래서 더 더웠다. 이걸 좀 먹어볼까, 이건 뭘까 구경하려고 하면 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앞에도 사람들이 우르르. 결국 사람들에 밀려 이리저리 다니다가 원래 목표로 했던 시장 초입의 대왕 치킨까스 두 덩이를 포장해 왔다. 아, 시식하다 맛있어서 산 돼지고기포도. 시장에서는 도저히 무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먼딩 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다 소세지도 샀다.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평범한 소세지 하나랑 정체모를 하얀 소세지 하나. 편의점에서는 타이완 맥주와 물을 사고, 키티 스티커도 받았다. 그리고 사람이라곤 우리 둘 뿐이고 에어컨 덕분에 무척 시원한 숙소로 들어와 씻고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치킨까스, 소세지도 먹었다. 정체모를 하얀색은 밥이었다. 밥을 소세지 모양으로 만들어 짭잘한 양념을 발라 구운 것이었다. 그거랑 돼지고기포가 제일 맛있었다. 맥주를 2캔쯤 마시니 눈이 저절로 감겼다. '이래서 좀더 젊을 때 여행을 많이 다녀...', '저질 체력...' 이딴 생각들 틈도 없이 눈이 감겼다. 그래서 우리 자자 하고 양치하고 잤다. 타이페이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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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일. 타이페이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가게 된 건, <꽃청춘> 때문이었다. 친구와 나는 라오스에서 신나게 놀아대는 꽃청춘들의 여행을 즐겁고 그리고 부럽게 보았고, 우리도 저때 저랬어야 했는데 생각했고, 지금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2014년 남은 휴가를 탈탈 털어보니 딱 3일 있었다. 3일을 주말에 붙이면 라오스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10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우리는 광화문의 커피숍에서 만나 계획을 짰다. 언젠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에세이처럼 시간날 때 조금씩 읽어보려고 샀던 라오스 가이드북도 내게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보니 라오스는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다. 여유있게 가면 문제될 게 없는데, 5일로는 빠듯해보였다. 여유롭게 여행하지 못할 게 뻔했다. 더군다나 라오스에 가면 무조건 물에 들어가야 해서  그것도 문제. 그러려면 일단 살도 빼야했고, 그보다 먼저 친구는 수영을 배웠지만, 나는 물이 무.섭.다. 라오스 못 가겠다, 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단다. 친구는. 그렇지만 이번에 꼭 어디든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친구는, '대만'이라는 또다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대만은 라오스만큼 저렴했고, 이동시간도 별로 들지 않았다. 인천에서 타이페이까지 2시간이고, 타이페이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것들이 많았다. 가자, 타이페이로.

 

   결정을 하고 비행기편과 숙소를 찾아보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11월이니 휴가철도 아니고 비수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던 모양. 11월이 되면 무더웠던 대만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기간. 사람들이 많이들 대만을 가더라. 그래서 고가의 비행기표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고 싶었던 저렴한 호텔은 벌써 만실이었다. 이번 여행은 최대한 저렴하게 가는 게 목표라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여행 직전에 땡처리 비행기표가 풀릴 거라 생각했다. 방도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만일 끝까지 없으면 다른 나라로 가자고 이야기하며 맥주잔을 부딪히고 헤어졌던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중화항공 좌석이 생긴 걸 발견했다. 아침 9시 10분 출발 비행기였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묵고 싶었던 숙소는 일요일부터 예약을 하고, 그 전에는 근처의 좀 더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 마지막 남은 2인실이라고 했다. 중화항공은 코드쉐어로 대한항공 비행기로 바뀌었고, 사설환전소에서 환전도 저렴하게 했다.

 

    그리고 출발 전날. 친구는 혼자 남을 남편의 반찬을 왕창 만들어둔다고, 나는 짐을 한꺼번에 싼다고 늦게 잠들었다. 자명종이 울리지 않았고(그렇게 믿고 있다), 공항 리무진 첫차 출발 20분 전에 기적적으로 잠에서 깼다. 세수하고 옷만 갈아 입고 후다닥 뛰쳐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저 멀리 리무진 불빛이 보였다. 헐. 정말 이건 기적이다. 리무진을 타고(리무진도 거의 만석)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자명종 없이 기적적인 본능으로 일어나 리무진을 겨우 탔다고. 면세점에서는 괜히 쿠폰 안 쓰면 될 걸 그걸 또 쓴다고 쓸데없는 지출을 했다. 우리 이제 이러지 말자고, 소소한 욕심 따위 버리자고 다짐했다. 친구 덕분에 라운지를 처음 가게 됐는데, 쿠폰 써보겠다고 면세점'들'을 돌아다닌 덕분에 여유롭게 즐기지도 못했다. 드디어 비행기 타고, 출발. 2시간 뒤면 대만이다. 비행기 안에서 <왓 이프>를 봤다. 친구 사이에서 사랑을 느끼는 남녀의 이야기인데, 비행 시간이 짧아 끝까지 보지 못했다. 많이 걷고, 많이 먹기. 5일 동안의 우리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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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귀국해서 한 달이나 두 달쯤 지나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그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결과가 좋은 것 같다. 그 동안 가라앉아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은 떠오른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굵은 라인이 형성된다.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 이상 오래 내버려 두면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문제다. 모든 일에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 

- 7쪽, <하루키의 여행법>

 

 

    이 구절을 읽은 뒤로부터 여행기는 한두 달 정도 지나서 쓰는 것이 좋다, 는 하루키의 여행기법을 실천해보려고 하고 있다. 가라앉아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만이 떠오르는,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인 하루키의 여행기 작성법. 과연 잘 되고 있는가,는 잘 모르겠다. 11월 1일부터 5일까지 타이완 타이페이에 있었다. 어쩌면 친구와 둘이 떠나는 마지막 30대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3년 전 함께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그때를 생각하며 이번에도 대만 맥주를 많이 마시고 오자고 결심했지만, 체력이 3년 전만 못했던 우리는 '적당히' 마시고 왔다. 라오스를 가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본 뒤 라오스는 살도 빼고 여러 날을 쉴 수 있을 때 다녀오자고 결정했다. 그렇다면 대만이 있었다. 살도 빼지 않아도 되고, 비행시간도 이동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물가도 저렴하고 맛있는 것이 많은 곳. 대만으로 갔다. 

 

    생각만큼 맥주를 많이 마시진 못했지만, 먹는 것은 끊임없이 먹었다. 먹기 위해 많이 걸어다녔다. 맛집을 찾아 걸었고, 배를 빨리 꺼뜨리고 다음 음식을 집어넣기 위해 걸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눈앞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면 일단 이것으로 허기만 채우자, 했던 길거리 음식들이 의외로 무척 맛있었다. 사 먹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조식까지 먹어야 하다니, 라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 내려갔던 호텔 식당의 음식들도 훌륭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식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고, 저녁을 먹고 와서, 야식으로 맥주를 마셨다. 방에서 한 캔을 마시고, 바람 쐬며 마시자며 호텔 바로 아래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몇 캔을 더 사 파라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며 마셨다. 타이완 맥주공장에도 갔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거기 저렴하고 근사하고 맛있는 바가 있다고 해서. 그런데 결국 바는 얼마 전에 문을 닫았고, 대신 편의점 비슷한 공간에서 생맥주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다 한국말 잘하는 일본인 토모상도 만났다. 다음 날, 셋이 함께 샤오롱바오도 먹었다.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 같은 스린야시장에서 대왕치킨까스와 돼지고기포를 사와 호텔방에서 먹었고, 용캉지에에서 줄을 서서 먹은 고기국수는 조금 짜긴 했지만 맛있었다.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첫날 먹었던 망고주스는 우리가 생각했던 생망고주스가 아니었지만, 날이 너무 무더웠던 지라 꿀맛 같았다. 가이드북이며 대만을 먼저 다녀온 E가 극찬했던 쩐주나이차는 달달하니 맛있었지만 금방 무언가를 먹고 온 우리에겐 너무 배가 불러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토모상은 대만에 오기 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했는데, 길을 걷다 오리온 맥주 포스터를 보자 맛있는 맥주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맥주인데, 무척 맛있었다고. 토모상과 헤어지고 대왕오징어를 먹으러 딴수이를 거쳐 빠리에 갔는데, 거기 패밀리 마트에 오리온 맥주가 떡 하니 있었다. 짭짤하고 부드러운 오징어와 맥주를 딴수이 강을 마주한 채 먹고 마셨다. 한국에서 미리 선곡해온 음악도 함께 들었다. 스펀역의 닭다리볶음밥. 닭다리 안에 볶음밥을 넣고 양념해서 구워 먹는 건데, 정말 맛있었다. 하나 더 먹고 싶을 정도였는데, 우리에겐 먹어야 할 것들이 많아서 하나만 먹었다. 지우펀에서는 취두부 냄새를 뚫고 찾은 오래되고 저렴한 국수집에서 완자국과 당면 같은 국수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고 저렴했다. 유명한 딘타이펑에도 갔다.

 

    동생 부탁으로 사온 때깔 좋았던 커피원두는 탄 맛 투성이고, 무슨 맛일지 궁금했던 곱창국수는 결국 먹지 못했고, 훠궈도 너무 배가 불러서 깊은 국물 맛을 만끽하지 못했지만. 대만은, 맛있었다. 배불리 먹은 타이페이. 생각하니 하나하나 고 맛들이 다 생각나네. 아, 또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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