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에 해당되는 글 3건

  1. 추석연휴를 맞이하며 끄적끄적 16 2007.09.23
  2. 말도 안 되는 이야기 2007.09.19
  3. 꿈 이야기 4 2007.08.31
01.
티스토리 초대장 5장 있어요.
필요하신 분, 답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분이면 좋겠지만, 지인들 중에 여기 블로그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확실히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쓰게 되는 거 같다.
영화보고 그냥 넘겨버렸을 생각들,
책 읽고 그냥 묻혀버렸을 좋은 글귀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어릴 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가고 있다.
분명히 읽은 책인거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책이 많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일기는 예전부터 안 썼고, 다이어리도 늘 연초에만 열심히 써댔으니
내가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버리면 감감무소식이였는데
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소소하게 기록하고
또 글을 쓰면서 여러가지 되집어서 생각하게 되니까 좋은 것 같다.
미니홈피는 너무 지인들이라 쓰지 못했던 그런 말과 생각들을 주저리할 수 있어 좋고.

암튼 티스토리 강추.
답글 달아주세용. :)


02.
며칠전에 형을 잃은 동생의 남자친구는 장례를 마치고 진주로 돌아가
일요일에 복귀하는데
동생에게 전화를 할 때, 가끔 나를 바꿔달라고 그런다.
그렇게 전화기를 받으면 그 애가 끊임없이 훌쩍거린다.
서럽게 서럽게.
누나, 너무 외로워요.
누나, 이렇게 빨리 가 버린 형이 미워요.
그렇게 그 애가 꺼이꺼이 울면 나도 따라서 금방 눈물이 나는데
그 애한테 힘이 될만한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 말도 못하겠다.
힘 내라는 말도,
그만 울라는 말도,
겨우겨우 통화의 말미에 조심스럽게 꺼낸다.

형이 서울에서 사고가 나서 의정부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 애의 형을 처음 봤다.
그 애는 계속 우리를 보며 울면서
제가 시체를 처음 봤는데요, 그게 형 시체였어요.
시체를 보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우리 형이였는데 정말 시체같지 않았어요.
제가 손을 잡았는데 손은 차가웠는데 금방 일어날 거 같았어요.
하면서 꺼이꺼이.
이번 추석때 형이 내려온다고 해서 양주 사서 아껴놨는데, 형이랑 같이 마실라구요.
형이 여자친구한테 사과 3개를 받았는데, 하나를 안 먹고 아껴놨대요.
추석 때 내려와서 엄마주려구요.

미안. 나는 니 슬픔을 백퍼센트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정말 미안. 나는 그 찢어져 버릴 거 같은 아프고 아린 너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해서.
니가 나라고 생각해 보면
빨리 기운차리고 힘내라는 말도
이제는 그만 형을 보내라는 말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미안.
누나가 다음에 휴가 나오면 진짜 맛있는 거 해 줄께. 응.


03.
추석에 내려가는 게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거보면 나 나이든 거 맞지?
햐. 그래도 보름달에 소원은 빌거다.
언젠가는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어린아이같은 바램이 아직 있거든.
그런 거 보면 나 아직 어린 거 맞지?
오늘 밤은 간만에 걷기도 하지 않고, 맥주도 한 잔 하고,
내일 길고긴 귀성길에 지겹지 않게 들을 음악들을 MP3에 가득 채운다.
아,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렸다.
두꺼운 책. 옛날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 빌리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04.
아차. 내일은 동생 생일이구나.
이 아이는 보름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음에 틀림없어.
(태왕사신기 휴유증이다. 너무 재밌다구.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말도 안 되게 갑작스럽게
동생의 남자친구 형이 죽었다.
그 아이의 형은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착하고 여린 그 아이에게 단 하나뿐인 형.
군대에서 연락을 받고 부모님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서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데
형을 잃은 여린 그 아이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동안 영화를 멀리했던 내가
사랑의 레시피가 보고싶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얼마 전에 보고싶다는 연락에 답도 못해주고
매번 동생이 자고 나면, 누나 뭐하냐고 물어와도 답도 못 해줬는데.
이번에 휴가 나오면 맛난 거 같이 많이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자꾸 그 아이 눈이 생각나서...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줘야 할까.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비 오기 전처럼 평온하고 변한 거 하나 없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

꿈 이야기

from 모퉁이다방 2007. 8. 31. 14:02

01.

가끔. 아니 꽤 자주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꿈을 꾼다.
알고는 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닌 사람들.
고등학교 때는 감자를 닮은 과학 선생님이 꿈에 등장했는데
꿈을 꾸고 난 다음 날, 과학 선생님이 교실 앞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그 야시꼴랑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나는 한번도 서로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 총각선생님의 꿈을 꾸고 난 후 왠지 그와 내가 굉장히 친해졌다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그 과학선생님을 좋아했다.

얼마전에는 이현우가 꿈에 나온 뒤로 왠지 티비에서 나오는 그를 보고
언젠가 우리가 한번쯤 만나 차나 술을 앞에 두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처럼.

그저께 내 꿈에 유지태와 문근영이 나왔다.
조그만 무대 위에 서야 했는데, 내게 주어진 건 짧은 소절의 노래였다.
그런데 그 가사와 음이 자꾸만 외워지지가 않았다.
꿈 속에서는 늘 그렇지 않나.
도망가야하는 상황인데 꼭 내 발은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움직일 때.
그 무대도 그랬다.
나는 가사와 음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 채 무대 위에 섰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 무대를 내려왔다.
그러다 유지태를 만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소를 띄우고서는 상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아, 유지태.. 환호를 연발하며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그런 나를 보고 방긋 아주 방긋 웃어주면서 설문지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그 말도 안되는 설문지를 작성한 다음 그는 나를 차에 태웠는데
앞자리에 문근영이 있었다.
문근영은 나를 한번 돌아보고는 예의 그 상콤한 미소로 언니, 언니를 연발했다.
옆에는 달콤한 미소를 띄우는 유지태와
앞에는 상콤한 미소를 날리는 문근영이.
아, 이것이 꿈이구나. 그렇지만 정말 행복하구나, 싶어 나는 깨고 싶지가 않았다.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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