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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연휴를 맞이하며 끄적끄적
    모퉁이다방 2007. 9. 23. 02:15
    01.
    티스토리 초대장 5장 있어요.
    필요하신 분, 답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분이면 좋겠지만, 지인들 중에 여기 블로그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확실히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쓰게 되는 거 같다.
    영화보고 그냥 넘겨버렸을 생각들,
    책 읽고 그냥 묻혀버렸을 좋은 글귀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어릴 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가고 있다.
    분명히 읽은 책인거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책이 많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일기는 예전부터 안 썼고, 다이어리도 늘 연초에만 열심히 써댔으니
    내가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버리면 감감무소식이였는데
    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소소하게 기록하고
    또 글을 쓰면서 여러가지 되집어서 생각하게 되니까 좋은 것 같다.
    미니홈피는 너무 지인들이라 쓰지 못했던 그런 말과 생각들을 주저리할 수 있어 좋고.

    암튼 티스토리 강추.
    답글 달아주세용. :)


    02.
    며칠전에 형을 잃은 동생의 남자친구는 장례를 마치고 진주로 돌아가
    일요일에 복귀하는데
    동생에게 전화를 할 때, 가끔 나를 바꿔달라고 그런다.
    그렇게 전화기를 받으면 그 애가 끊임없이 훌쩍거린다.
    서럽게 서럽게.
    누나, 너무 외로워요.
    누나, 이렇게 빨리 가 버린 형이 미워요.
    그렇게 그 애가 꺼이꺼이 울면 나도 따라서 금방 눈물이 나는데
    그 애한테 힘이 될만한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 말도 못하겠다.
    힘 내라는 말도,
    그만 울라는 말도,
    겨우겨우 통화의 말미에 조심스럽게 꺼낸다.

    형이 서울에서 사고가 나서 의정부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 애의 형을 처음 봤다.
    그 애는 계속 우리를 보며 울면서
    제가 시체를 처음 봤는데요, 그게 형 시체였어요.
    시체를 보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우리 형이였는데 정말 시체같지 않았어요.
    제가 손을 잡았는데 손은 차가웠는데 금방 일어날 거 같았어요.
    하면서 꺼이꺼이.
    이번 추석때 형이 내려온다고 해서 양주 사서 아껴놨는데, 형이랑 같이 마실라구요.
    형이 여자친구한테 사과 3개를 받았는데, 하나를 안 먹고 아껴놨대요.
    추석 때 내려와서 엄마주려구요.

    미안. 나는 니 슬픔을 백퍼센트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정말 미안. 나는 그 찢어져 버릴 거 같은 아프고 아린 너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해서.
    니가 나라고 생각해 보면
    빨리 기운차리고 힘내라는 말도
    이제는 그만 형을 보내라는 말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미안.
    누나가 다음에 휴가 나오면 진짜 맛있는 거 해 줄께. 응.


    03.
    추석에 내려가는 게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거보면 나 나이든 거 맞지?
    햐. 그래도 보름달에 소원은 빌거다.
    언젠가는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어린아이같은 바램이 아직 있거든.
    그런 거 보면 나 아직 어린 거 맞지?
    오늘 밤은 간만에 걷기도 하지 않고, 맥주도 한 잔 하고,
    내일 길고긴 귀성길에 지겹지 않게 들을 음악들을 MP3에 가득 채운다.
    아,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렸다.
    두꺼운 책. 옛날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 빌리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04.
    아차. 내일은 동생 생일이구나.
    이 아이는 보름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음에 틀림없어.
    (태왕사신기 휴유증이다. 너무 재밌다구.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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