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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from 음악을듣다 2014. 10. 1. 22:37

 

 

 

    칼퇴를 했다. 이제 가을이 깊어져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퇴근을 하고 나오면 하늘이 붉다. 해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집으로 바로 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망원에서 내렸다. 오늘 아침, 자정에 발표한 김동률 새앨범을 들으며 출근했는데, 이 곳에 가면 이어폰 없이 김동률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트위터로 보니 주인언니(그래, 언니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ㅠ)가 김동률의 광팬이었다. 오늘 이 커피집엔 분명 김동률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섰는데, 왠걸. 조용하던 커피집은 회의를 하는 사람들로 떠들썩하고 음악도 김동률이 아니다. 살짝 실망하고 앉아 드립커피와 무화과 타르트를 시켰다. 오늘은 창가 자리. 책을 뒤적거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수첩을 들추는 사이 뒷테이블의 회의가 끝났다. 으쌰으쌰하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 나갔다. 나가자마자 흐르는 익숙하고 묵직한 목소리. 그렇게 앨범 전체를 다 듣고 커피집을 나왔다. 타르트도 맛있었고, 커피도 맛있었고, 하루키의 새 단편 하나도 읽었고, 엽서 한 장도 썼다. 김동률도 들었다. 뿌듯한 수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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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맥주를 잔뜩 샀다. 금요일이면 약속이 없는 날에도 맥주 한 잔쯤은 꼭 해줘야 될 것만 같다. 간만에 밑반찬이 많아져 저녁을 넘치게 먹었고,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맥주를 꾸역꾸역 넘겨넣었다. 아, 금요일인데. 이 밤을 맘껏 즐겨야 하는데. 스르르 잠이 왔다. 먹고 바로 자면 살 찌는데. 기대서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요즘 살이 쪘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동생은 언니도 더욱더 살찌워 같이 운동하러 나가자고 조를 속셈으로 친절하고 아주 다정하게 이불을 덮어주었단다.

   사온 맥주도 다 마시지도 못하고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그 시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김동률이 나왔단다. 러브레터에 나올 때가 됐는데, 라며 지지난주부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출연자 리스트를 확인했는데. 마침 확인하지 못한 어제, 김동률이 러브레터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겨울이 한창일 때, 김동률의 다섯번째 앨범이 나왔다. 나는 그걸 엠피쓰리로 듣다가 하루도 못 가 씨디로 주문했다. 가지고 싶어서. 이 앨범을 가지고 있다 아무때고 생각날 때 꺼내 듣고 싶어서. 아주 오랜 뒤에도 문득 생각이 날 것만 같았다. 아, 그리고 그가 누구에게 어떤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남겼을지 쌩스투도 궁금했다. 앨범 속에 담긴 열 곡을 들으면서 중랑천을 열심히 걸어다녔던 그 밤들. 너무 추워서 코가 빨개졌는데 노래가 좋아서, 그것이 담고 있는 가사가 마음에 닿아서 찌릿해지던 밤들이 오늘도 생생하다.

   모놀로그. 올 겨울은, 아니 지난 겨울은 루시드 폴에서 시작해서 김동률로 끝맺었다. 겨울에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루시드 폴과 김동률이다. 김동률이 내는 낮은 독백들을 눈이 오고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열심히 들었다. 산뜻한 출발을 하고, 아직도 널 그리워하고, 예전의 나를 그리워하고, 지루한 일상을 떨쳐 버리려 하고, 웃게 만들어주는 사랑에 감사하고, 무대 위의 나를 느끼고, 그녀가 친구의 여자친구가 되어버린 현실이 원망스럽고, 어떤 뒷모습을 놓쳐버리고, 다시 시작해보자고, 늘 힘을 주는 멜로디에 감사하는 그의 열가지 독백을 부지런히도 들었다.

   특히 좋았던 곡은 '오래된 노래'. 처음 들었을 땐 이 노래가 타이틀인 줄 알았는데. 오래 전 내가 그립고, 부럽다는 노래. 오래 전 내가 '부럽다'는. 이 가사에서 찌릿찌릿했다. '점프'도 좋고. 토마스랑 목소리가 잘 어울리더라. 진짜 그의 이야기같은 조금 가벼워진 김동률의 독백을 듣는 일. 이 노래들이 조금 부풀려지고 꾸며진 말들이더라도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듣다보면 이 노래들은 그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아득해진다.

   오늘. 토요일 밤에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온 김동률을 찾아서 보고 있다. 토요일 밤이니깐. 오늘은 맥주 없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약간 긴장한 듯한 그의 라이브를 듣는다. 뭐랄까. 다행이다. 여전히 그의 노래들같은 그로 남아있어줘서. 깊은 짝사랑을 노래했던 그가 너무나 행복하다며 결혼을 해버렸다면 그가 부르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나 '취중진담'은 예전의 그를 추억하는 노래가 되어버렸을테니까. 당분간 결혼 생각은 없다는 그의 말이 고마운 건 팬으로써의 욕심이겠지. 하긴 그의 노래들엔 김동률만 담겨져 있는 게 아니니깐. 벌써 많은 누군가가 담겨져 있는 곡들이 많으니깐. 어떤 사람은 김동률 노래만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듣는 것조차 무척 힘들다고 한다. 다들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고, 듣고 있다는 거다. 다행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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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07.07.11

from 모퉁이다방 2007. 7. 12. 00:59

00.   BGM  김동률_취중진담
                이승환_다만



01.
  헤헤. 알라딘 TTB 리뷰에 뽑혔다. 적립금 5만원 받았는데, 우리 가족이 모두 5명.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서 주문하기로 했다. 이거 기분 좋구만. :)

   
02.   요즘 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읽고 있다. 이 책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눈물을 빼놓는지 모른다. 기억에 남아 메모해 놓지 않고는 못 배길 구절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책이 내게 온 것에 감사, 또 감사.

 
03.   오늘 오래간만에 비가 듬뿍 왔다. 뭐 하루종일 온 거 아니지만. 이제 개는거야? 하면 쏴아 오고, 이제 그만 오는거야? 하면 또 쏴와아 오고. 요즘 너무 더우니깐 비 오는 날이 좋아.


04.   동생이랑 저녁에 집에서 삼겹살이랑 돼지갈비를 구워먹으면서 매화수 일잔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노트북을 가져다가 다시듣기를 해줬다. 조정린 강인의 친친이였는데, 이소은과 일락이 게스트였다. 이런 저런 사연들을 읽다가, 일락이 이런 사연을 읽었다. 김동률에게 직접 보내는 편지라면서, 어쩌자고 이런 노래를 만들었냐고. 강인과 일락은 이 노래가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했다. 김동률의 '취중진담'. 다시 들어도 여전히 명곡이다. 나는 매화수를 일잔하며 이건 남자의 로망만이 아니야, 라고 외쳤다. 내게도 술에 취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안 되는 목소리를 꽥꽥 올려가며, 지 흥에 취해서 이렇게 저렇게 노래를 부르던 남정네가 있었단 말이지. 이제는 그런 남정네따위 '취중진담'을 들으면서 기억조차 희미해졌지만. 연애세포를 살려야 해. 이 생각뿐이다.

 
덧, '다만'이 김동률이 작사, 작곡한 노래구나.
      아, 좋구나. 아득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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