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제주 2013.07.16
    여행을가다 2013. 8. 22. 22:36

     

     

     

     

     

     

     

     

     

     

     

     

     

    * 화요일의 단어

    백록담흰사슴

    과물해변

     

      

        화요일 밤, S를 남겨두고 T가 숙소까지 데려다 줬다. T가 그랬다. 호주에 있을 때 S가 마음이 너무 약해서 어떤 아이를 같이 데리고 다녔는데 그 아이가 마약을 하고 그래서 결국 문제가 생겼다고. 우리는 S의 착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럼 우리도 불쌍해서 데리고 다녔던 거야? 그러니 T가 숙소에 들어가서 곰곰이 생각해봐요, 그랬다.

     

       남쪽까지 차를 얻어 타고 와서 T와 S를 만났다. 하루만이었는데 무지하게 반가웠다. T와 S는 그날 배낚시를 하기로 예약해뒀었는데, 우리도 할인된 금액으로 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봐 뒀다고 했다. 만나 점심을 먹고 배낚시를 하러 갔다. 비양도 근처의 바다였는데, 마침 그날 파도가 높았다. 결국 동생과 T(그는 배를 타기 전엔 노태공이었다) 는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뱃머리에 누웠고 잔뜩 겁을 먹었던 나는 어느새 신나게 배낚시를 했다. 나는 아주 작은 고기를 낚았지만 (그나마 배가 흔들리는 바람에 그 고기를 내가 밟아 죽였지만 ㅠ) S는 제법 커다란 쥐치를 낚았다. 선장님이 회로 썰어 주신 광어와 S의 쥐치를 나랑 S랑만 신나게 먹었다. 그 배의 모든 사람이 배멀미 중이었다.

     

      모삽밭 해변에 들렀다. 동생은 해변의 파라솔 아래에서 내내 잤고, T와 S는 바다수영을 했다. 햇볕이 무척 따가웠다. 협재에 들러 우리의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놨다. T와 S의 숙소를 알아보고, 과물 해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일몰이 잘 보일 것 같은 정자를 미리 찜해뒀다. 그리고 근처에 치킨을 시키러 갔다. 자장면도 시켰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제주도 정자에 앉아 우리는 차례차례 배달되어온 자장면을 먹고, 치킨을 먹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맥주도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도 같았다. 그러던 중에 해가 졌다. 넷이 그것을 함께 봤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했다. 지금에 와 되돌아보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우리가 좀 더 특별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 추억을 공유했던 것만으로 충분했다. 

     

       숙소에 마감시간이 있어 T가 운전을 해 숙소까지 데려다 줬다. 동생은 피곤했는지 바로 뻗었다. 마직막 밤이다. 그냥 잠들기엔 너무 아쉬웠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아까 찜해뒀던 카페로 갔다. 생맥주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생맥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했다. 숙소 바로 앞으로 협재 해변이 보였다.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낮은 옥상이 있었다. 옥상에 자그마한 의자가 하나 있었다. 옥상에 올라가 그 의자 위에 앉았다. 생맥주 한 모금을 빨대로 빨아들이니 파도 소리가 크게 들렸다. 달도 밝았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파도소리, 달빛, 생맥주, 혼자. 근사한 밤이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정말 근사한 밤이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