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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2013.07.14
    여행을가다 2013. 7. 23. 00:05

     

     

     

     

     

     

     

     

     

     

     

     

     

     

     

     

     

     

    * 일요일의 단어

    검멀레해변

    고래동굴

    산굼부리

    물칫오름

    사려니숲길
    1100도로

    삼나무숲길

     

        첫 날의 게스트 하우스는 매일 아침 오름을 오를 수 있게 안내해 준다. 6시 10분에 숙소를 출발해 세 시간 동안 오름을 오르내렸다. 바람이 아주 많이 불었다. 오르막 길을 오르느라 땀이 삐질 나는데, 한 순간의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소리도 컸다. 오름의 풀들이 바람에 세차게 움직였다. 올라갈 때는 빙 둘러서 간 것 같은데, 내려올 때는 공포의 내리막길이었다. 정말 아차하면 엉덩방아 찧고 그대로 오름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내리막이었다. 동생은 한 번 엉덩방아를 찧었다. 흙길에 미끄러질까 무서워 조심조심 느리게 내려왔더니 내 뒤에 커플들 뿐이고, 그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려 깊은 S가 길 중간중간 나를 기다려줬다. 거의 다 내려와서 촌장님은 일부러 다른 길로 가고, 우리를 숲길에 조금 더 머무르게 했다. 길이 좁아 사람들이 일렬로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는데, 어제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사람들이 줄지어 걸으면서 먹는 이야기만 했다. 뭐가 맛있는데 먹어봤느냐. 그 음식 진짜 죽이는데. 무지하게 배고팠다는 이야기. 숙소가 큰 도로변에 있는데, 아침을 숙소 정원에서, 그러니까 도로변에서 먹었다. 땀 흘리고 먹었더니 꿀맛이었다. 동생이 내 접시의 소세지가 세 개라고 지적하자, 다들 두 개만 가져오는 거라고 뭐라 했다. 나는 세 개를 맛있게 먹었다.

     

        S와 T가 우도까지 태워다 준다고 했다. 그 전에 월정리 바닷가에서 좀더 놀고 가자고 했다. S와 T는 방파제의 왼쪽편에서 다이빙을 했고, 나와 동생은 방파제의 오른편에 있는 해변을 걸었다. 작은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로 간질거렸다. 오후의 바닷물 색깔과 오전의 바닷물 색깔이 달랐다. 정말 예뻤다. S의 후배를 만나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빙수를 먹고 우도로 이동했다. 우도로 가는 배 선착장에서 어제 숙소에서 만났던 SY와 Y, H를 만났다. Y는 스쿠터로 우도를 구경하고 싶다고 했고, 동생은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결국 Y를 제외한 모두는 버스 투어를 하고, Y는 스쿠터 투어를 했다. 중간에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또 중간에 만나 해수욕을 했다. 우도 버스 투어는 버스기사님이 직접 우도 이곳 저곳을 소개시켜주는데, 그게 은근 재미나다. 기사님마다 조금씩 구사하는 유머도 다르고. 점심은 옥돔구이에 성게미역국, 돼지양념구이에 땅콩막걸리를 한 잔씩 했다. H는 막걸리를 무척 좋아해 일이 끝나면 빨대를 꽂아서 캔막걸리를 음료처럼 즐긴다는 말로 우리를 놀래켰는데, 우도땅콩막걸리 한 잔에 금새 취해버려 우리를 또 놀래켰다. 경주가 고향인 SY는 옛날 사진을 보여줬는데,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렸다. 나는 SY가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서 맥주를 사주기로 했다.

     

       동안 경굴

       우도봉 아랫마을 영일동의 검은모래가 있는 검물레 해안에 콧구멍이라 하는 동굴이 있다. 이곳이 바로 동안경굴이다. 굴 속의 굴 이중동굴로 이루어진 이곳은 썰물이 되어야 입구를 찾을 수 있는데 들어가는 곳은 작지만 안에 있는 굴은 별세계를 이룰 정도로 환상적이다. "동쪽 언덕의 고래가 살만한 굴"이라는 뜻으로 굴안은 온통 이끼로 덮어져 있어 예전에는 고래가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연상케 한다.

     

        이 안내판의 글귀를 반복해서 읽어보다 근사해서 사진으로 남겨뒀다. 별세계라니, 고래라니. 홍조단괴 해변은 기대했던 것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어디서 온 건지 해변에 미역이 가득했다. 서프라이즈에 출연 중인 배우라는 외국인은 그 미역으로 '미역 전쟁'을 벌였다. 눈썹을 그려 넣은 개와 눈썹을 그려 넣지 않은 개가 해변을 달리고 있었다. 모두들 신나게 수영을 하고, 나는 돗자리에 앉아 캔맥주를 마셨다. 모두들 씻으러 갔을 때, 혼자 돗자리에 누워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을 가만히 올려다 봤다. 왼편에서는 쉴 새 없이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Y는 스쿠터를 타고 가 선착장 앞 가게에서 반납을 했고, 우리들은 짧은 거리, 버스를 탔다. 그리고 6시 마지막 배를 탔다. Y는 우도로 오는 길에 어느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고, S와 T는 미리 예약해둔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다. H가 그곳에 함께 가겠다고 했고, SY는 제주를 떠나는 밤비행기를 타야했다. 우리는 숙소를 완전 동쪽에서 완전 서쪽으로, 그 다음 날은 다시 동쪽으로, 그 다음 날은 다시 서쪽으로 예약해뒀다. T는 동생에게 여행 안 해 봤어? 내가 일정 짜는 법을 가르쳐줘야 겠네. 핀잔을 줬다. S와 T가 태워준댔는데, 그건 아무래도 민폐인 것 같아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 나왔다. 넷이 협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버스를 타면 갈아 타고 해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 같았다. 우도에서 너무 늦게까지 놀아서 어쩔 수 없었다. 택시를 탔다. 기사님에게 오천원만 깍아달라고 했다. 기사님이 그러겠다고 했다. 한 시간 넘게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타길 잘했다 생각했다. 기사님이 이곳 저곳 설명도 해 주시고, 중간에 풍경 좋은 곳에서는 내려서 사진도 찍어주셨다. 창문을 내려서 바람을 느껴보라고 일러주시고, 제주에 와서 남들 다 가는 관광지 가지 말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가라고 충고해주셨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해가 졌다. 비도 흩날렸다. 나무 냄새도 났다. 새 소리도 났다. 둘째 날의 숙소는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골프장의 리조트. 성산포항 해녀의 집에서 사온 소라와 해삼을 안주 삼아 동생이 서울에서부터 들고 온 와인을 마셨다. 이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다퉜는데, 이번 여행에서 다툰 건 이게 다였다. 단체 카톡으로 새로운 숙소의 바베큐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다는 T의 이야기, 오늘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다는 S의 이야기, 비행기 타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SY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서울에 가면 다 같이 보기로 했다. 아, 우도에서 땅콩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일곱 명이서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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