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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월의 마지막 불금
    모퉁이다방 2013. 6. 29. 00:36

     

     

     

     

     

     

        아침에 집에 밥이 없어서 20여 분 일찍 집을 나섰다. 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던킨에서 커피가 함께 나오는 모닝세트를 시켜 먹었다. 이번주 내내 어떤 소설이 생각이 나 책장에서 그 책을 끄집어 내 다시 읽었다. 짧은 단편이다. 베이컨에그머핀을 기다리는 동안 소설의 후반부를 읽었다. 쓸쓸한 소설이었는데 비오는 아침과 무척 잘 어울렸다. 이 책은 초판 6쇄본. 1997년에 발간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떤 영화를 보고 이 소설이 무척 보고 싶어졌고 당시에 이 책이 품절인가 절판이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중고책을 구한 것 같다. 책등에 뜻모를 낙서가 있는 걸 보면. 구입하게 된 경로는 가물가물한데 이 단편을 찾아 읽었을때 영화만큼 좋아서 역시 찾아헤매길 잘했어, 라고 생각했던 기분은 떠오른다. 이번주 내내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계란이며 고구마며 닭가슴살을 점심으로 싸갔는데, 오늘은 그냥 파리파게뜨에서 계란 샌드위치랑 우유를 샀다. 야근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분기말이라 일을 조금 더 하고, Y씨와 함께 2200번을 탔다.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 고독한 미식가 생각이 났다. 고로상이 히로시마 오코노모야키 먹던 장면과, 그게 너무 맛있어보여 가까운 데 비슷한 데가 있나 검색했던 거랑, 그래서 홍대에 흡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 고독한 미식가를 보지 않는 Y씨에게 같이 먹으러 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우리는 일본인임이 분명한 사장님이 만들어 주는 정성스런 오코노모야키를 꽤 오랫동안 기다린 뒤에 먹었다. 눈 앞의 철판에서 숙주나물을 얹고, 후추를 뿌리고, 돼지고기를 얹고, 우리가 시킨 생새우와 마른 오징어튀김을 얹어서 근사한 히로시마 오코노모야키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각자의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20여 분이 지난 후 완성된 그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반에 반에 반으로 잘라 먹었다. 오, 맛있었다. 조금은 무뚝뚝한 사장님이긴 했지만 맛도 가게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배부르다 내일부터 다시 다이어트하자고 수다떨면서 신촌까지 걸어서 각자의 버스를 타고 헤어졌다. 유월의 마지막 불금이다. 올해도 벌써 다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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