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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4월 14일, 교토, 다섯번째
    여행을가다 2013. 5. 1. 13:53

     

        결국 기온신바시 거리를 걷다 발을 조금 삐었다. 길가에 앉아서 오늘 얼마나 걸었나 더듬어 봤더니 정말 쉴틈없이 많이 걸었다. 동생에게 이제 그만 걷자고 말했다. 내일 일정으로 계획했던 아라시야마도 가지 말자고 했다. 아침 일찍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교토라 숙소랑 멀기도 멀고 또 많이 걷는 길이었다. 내일은 그냥 한적하게 공원에 가서 초밥 도시락이나 먹으면서 보내다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기온은 옛 모습을 간직한 기념품집, 음식점, 골동품집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니 외국인들이 어느 건물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잔뜩 상기된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얼 기다리는지 궁금해서 옆에서 함께 기다렸다. 기모노 차림의 정식 화장을 한 게이샤가 지나갔다. 외국인들이 뷰티풀을 연발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기온 거리 뒤쪽으로 기온신바시 거리가 있다. 가이드북에 '교토의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라고 설명되어 있는 곳. 작은 개천이 있고, 2층의 목조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길을 걷는 내내 개울 소리가 들려왔다. 꽃이 남아 있는 나무들과 등이 켜지기 시작한 가게들 풍경을 보며 걸었다. 맥주 한 잔을 하려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결국 또 꼬치구이를 먹었다. 둘다 꼬치구이 이제 지겹다, 라고 말하며 맛있게 먹었다.

     

     

     

     

     

     

     

     

     

     

        난바행 밤차를 탔다. 급행 열차였지만, 천천히 가주길 바랬다. 마지막 밤이니까. 이상하게 같은 거리인데 가는 거리보다 돌아오는 거리는 짧게 느껴진다. 항상 그렇다. 고요하다. 열차 안도 고요하고, 내 마음도 고요하고. 동생이 아쉽다며 도톤보리에서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들어간 술집은 한국 배우 누군가가 다녀간 곳이었는데 무척 비쌌다. 간단하게 먹고 나와 걷다 동생이 가고 싶어했지만 계속 찾지 못했던 안주 한 접시의 가격이 모두 같은 술집을 발견하고 신나서 들어갔는데, 거긴 우리나라의 준코 같은 곳이었다. 굉장히 시끄럽고 안주의 맛도 맥주의 맛도 그냥 그랬다. 메뉴에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보았던 츠쿠네가 있길래 시켜봤는데, 드라마 보면서 상상했던 그 맛은 아니었다. 피망이 익혀져 나와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맛나게 먹던 드라마 느낌이 안 났다. 거기서 조금 더 마시고 들어와서 동생은 바로 쓰러져 자고, 나는 티비를 틀어놓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드라마를 봤다. 어제 사놓은 마시지 못한 맥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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