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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4월 14일, 교토, 네번째
    여행을가다 2013. 4. 28. 14:49

       

        철학자의 길을 걷고 걸었더니 다리가 아팠다. 다시 왔던 길을 걸어 돌아가는 일도 막막했고, 끝까지 걸어가기도 너무 지치고, 중간중간 보였던 카페들도 이제는 보이지 않을 무렵, 둘 다 지쳐 있었다.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몰라 지도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일단 큰 길로 나가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로 했다. 어차어차해서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다음 목적지인 청수사에는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한 상태. 들여다 봐도 알 길이 없는 정류장의 노선도를 동생은 계속 들여다 보고 있었고, 나는 정류장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일본 여자 분이 우리가 딱해보였던지 무어라 말을 걸었다. 일본말이라 알아들을 길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들렸다. 어디로 가는 거냐, 도와주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우리가 가이드북을 내밀었더니 아, 모두 다 한국어네 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키요미즈데라라는 청수사 한자를 보고 버스 타는 위치를 알려줬다. 그 분은 일본어로만 말하고, 우리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말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말이 통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연발하고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 복작거리는 버스를 타고 무사히 청수사 입구 정류장에 도착했다. 너무 배가 고파 맛집 찾을 기력도 없이 가격이 적당해보이는 라멘집에 들어가 일반 라멘과 스페셜 라면 하나와 기린 맥주 큰 병을 시켰다.

     

     

     

     

     

       청수사 가는 길에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라고, 기념품집이랑 찻집이 모여있는 오르막길의 쇼핑가가 있다. 전통적인 모습을 한 목조건물이 늘어서 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럴듯한 기념품들이 너무 많아 눈이 돌아갈 뻔 했다. 청수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려고 벚꽃차를 찜해뒀는데 동생이 화장실을 급해하는 바람에 다른 길로 급하게 내려와서 못 사서 아쉬웠다. 무슨 맛인지 궁금했었는데. 동생은 올라가는 길에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청수사, 일본어로 키요미즈데라는 유니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절. 굉장히 커다란 절이었다. 나무들이 엄청 많았다. 청수사 가는 길에 꽤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길을 오랫동안 올라갔다. 청수사 본당에 올라서면 교토의 경치가 한 눈에 보인다. 정말 숨이 확 트이는 풍경이다. 위에서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나뭇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동시에 흔들리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여기 정말 좋구나. 절 안에 지슈 신사라고 있는데, 눈을 감고 걷다가 눈을 떴을 때 바로 앞에서 멈추면 기도한 연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돌이 있었다. 노란 머리 외국인이 눈을 감고 돌과 돌 사이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내려왔다. 발이 아파 나무들 사이 벤치에 가만히 앉아 사람들 구경을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일본의 여자아이들은 아주 높고 불편해보이는 커다랗고 높은 구두들을 신고 경사도 높은 청수사 길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다들 데이트 중이었다. 동생은 일본에 있는 내내 일본 여자아이들을 따라한다고 볼터치를 과하게 했는데, 사진 찍을 때 계속 이상하게 나와서 후회했다. 지하철에서 유심히 본 결과, 일본 여자아이들은 피부를 하얗게, 볼터치는 강하게, 속눈썹은 길게 붙이는 화장을 하고 있더라. 청수사에서 급하게 내려와서, 동생의 화장실을 해결한 후 또,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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