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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4월 14일, 교토, 세번째
    여행을가다 2013. 4. 28. 14:02

     

        이름도 멋지다. 철학자의 길. 은각사를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길이 있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하는 길이라, 이름이 붙여진 곳이라 한다. 철학자의 길이라니.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이 많이 졌을 때였다. 아쉬웠지만, 걸으면서 벚꽃이 만개했을 이 곳의 풍경을 상상하며 걸었다. 길이 계속 계속 이어져 아주 오래 걸어서 다리가 무척 아팠지만, 그래서 짜증이 나서 동생이랑 다퉜지만, 바람도 적당했고, 앞옆으로 늘어서 있던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냥 걸었다. 꽤 오랫동안. 같이 걷기도 하고, 따로 걷기도 하고. 고요하게. 사월 십사일 일요일, 그 곳의 풍경들.

     

        누군가 길 중간에 잘못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을 남겨 놓았다. 벚꽃이 만개한 철학자의 길을 배경으로 눈이 감긴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이 떨어진 벚꽃잎들 사이에 놓여져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벚꽃이 한창이었을 때의 철학자의 길, 벚꽃비가 내리는 순간 그 길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무들을 올려다 보았을 일, 사진찍는 사람들로 가득했을 이 길의 풍경들, 그 찬란한 봄의 풍경을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찬란한 봄의 풍경도. 그 아름다운 봄의 길에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와 가방과 옷과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가 있었고, 공동묘지도 있었다. 묘지에서는 사진을 찍었고, 고양이 샵에서는 엽서를 한 장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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