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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해도 밑줄긋기
    서재를쌓다 2011. 12. 17. 20:49

       춥다. 춥다. 춥다. 그래서 다시 꺼내 본, 홋카이도 다녀와서 읽은 책들. 

      
    김남희의 일본 여행책.

    p.55
       시레토코에서의 마지막 밤. 허먼도, 마이클도, 나도 시레토코와 사랑에 빠졌다. 이곳의 때 묻지 않은 자연 때문이다. 거주 인구는 거의 없고, 바다와 육지가 일체가 된 원시적인 생태계가 남아 있어 불곰과 참수리, 바다사자 등의 야생동물과 만날 수 있는 곳. 아무리 달려도 현대문명의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는 깊고 울창한 숲. 비에 젖고 있는 숲도 좋고, 쨍한 햇살에 몸을 말리는 숲도 좋다. 그 숲이 감추듯 품고 있는 폭포와 호수와 계곡, 마음까지 싸하게 만드는 공기와 적막함. 무엇보다 이곳 숲이 지닌 독특한 색감. 싱싱한 연둣빛으로 빛나는 숲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자위부터 서서히 초록 풀물이 들 것만 같다. 달이 기울고 차오르기를 몇 번 반복하면 이 시린 연두빛도 지친 초록빛으로 변해갈까? 아니, 홋카이도의 짧은 여름은 이 숲에 여전히 생기를 부여한 채로 지나갈 것 같다.



    오지은의 홋카이도 여행책.

    p.34-35
       홋카이도에는 맛있는 것이 참 많다. 너무 많아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일단 초밥! 도쿄에서 난다긴다하는 최고급 스시집도 결국 홋카이도에서 오는 재료를 기다리는 게 첫 번째 일이잖아? 그 중에서도 항구 오타루, 영화 <러브레터> '오겡끼데스까'의 무대이며,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의 아버지가 하는 초밥집, 봉초밥(만화는 허구이니 행여나 찾아 헤매지 마시길)이 있는 바로 그곳! 재료가 신선하니 초밥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처음으로 성게초밥을 먹은 곳이 오타루였는데, 그 이후 어디에서도 그 맛을 찾을 수 없어 성게는 항상 안 먹고 그냥 두는 품목이 되었다. 그걸 보고 누군가가 '뭘 그렇게 까탈을 부려요, 흥.'하고 코웃음을 치길래, 하는 수 없이 '성게를 처음 먹은 곳이 오타루여서요.'라고 자백했더니 '아... 그럼 그럴 만하죠.'하고 상대방도 바로 납득하더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초밥의 고장이다.(참, 도산코는 초밥만 나오면 무지 시끄러워집니다.)

       다른 맛있
    는 걸로는 라멘, 삿포로 미소라멘, 아사히카와 소유라멘, 하코다테 시오하멘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맥주도 신선한 상태가 가장 맛있다는 건 여러분도 익히 아실 터. 홋카이도에는 맥주 공장들이 있다. 특히 '삿포로 맥주'의 홋카이도 한정판 '삿포로 클래식'이 그렇게 맛있다던데...(이미지와는 다르게 의외로 술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이라 친구들의 평을 빌렸다.) 

       그리고 유제품, 강원도에 목장이 많은 것처럼 홋카이도도 그렇다. 그래서 우유가 맛있고(가끔 슈퍼에서 근처 목장에서 나온 유리병에 든 우유를 파는데, 한 모금 마시면 정말 우와와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우유가 맛있으니 당연히 버터도, 생크림도, 그러니까 빵도, 케이크도,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맛있다(우유 하나가 맛있으니, 참 많은 것이 맛있어지네). 그리고 감자와 옥수수, 멜론 등도 유명하다. 홋카이도 감자와 옥수수를 홋카이도 버터에 구우면... 캬아~

       홋카이도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다. '홋카이도에 오면 하루에 1킬로그램씩 찐다'하는...



    홋카이도가 배경인, 사사키조의 소설. 

    p.64
       센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올게."
       하늘이 여전히 신경 쓰였다. 오후에 나카야마 고개 통행이 가능할까.
       출입문을 열었을 때 뒤에서 사토미가 자신을 부른 것 같았다. 센도는 돌아보지 않았다. 뒤로 내부 문을 닫고, 방풍실 문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문이 쉽사리 안 열린다. 바람이 거센 모양이다. 바깥에서 밀어붙이는 바람의 세기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폭설이 불어 닥치려는 조짐일까. 이 바람이 눈보라를 몰고 와, 오늘 밤 이 마을을 거칠게 할퀴리라.
       그래, 솔직해지자. 센도는 눈보라에 마을이 황량해지는 광경을 자기 눈으로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허영만의 일본 여행책.
    이런 카피 -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에, 아사히 맥주 한 잔, 따뜻한 반신욕~




    그리고,

     

    이건 세상에서 딱 두 개 뿐인 홋카이도 여행 책.
    제목은 <그 여름, 홋카이도>
    여행 다녀와서 각자 만들기로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만드는 거 포기했었다.
    고맙게도 친구가 만들어줬다. 지하철에서 펼쳐보고 너무 좋았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 13페이지. :)
    이 늪길을 걸으며 느꼈던 바람과 고요함이 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홋카이도 도로 표지판에는 이상한 화살표가 있다.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화살표만 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도로에도 눈이 가득 쌓인단다. 여기가 도로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정도라고. 그래서 여기가 도로입니다, 그렇습니다, 라며 땅을 향하고 있는 화살표. 오늘 춥다길래 하루종일 방 안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다. 따듯한 이불 안에서 생각한다. 겨울의 홋카이도, 화살표 표지판, 쌓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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