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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슬픔을 알게되면 꽃들도 울테니까
    서재를쌓다 2012. 1. 4. 21:45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웅진주니어



    어느날, 오리에게 죽음이란 녀석이 찾아온다. 비슷한 키에, 체크무늬 외투를 입고, 깡마른 녀석.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

    뒷짐을 즐겨 지고, 어두운 장미 한 송이를 늘 들고 다니는 녀석.

    "그동안 죽 나는 네 곁에 있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친절하게 미소 지을 줄 알고, 축축한 연못을 좋아하지 않고, 안아준다는 오리의 말에 당황해 하는 녀석.

    "네가 죽으면 연못도 없어져. 적어도 너에게는 그래."

    죽음은 생각한다. 자신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그리고 때가 되었다. 부드러운 눈이 나풀나풀 내리는 날이었다. 죽음은 움직이지 않는 오리 곁에 함께 있어준다. 오랫동안 오리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조용한 죽음이었다. 

    죽음은 오리의 깃털을 정리해주고, 정성스럽게 안고 커다란 강으로 간다. 그리고 조심스레 오리를 물 위에 띄운다. 죽음이 늘 가지고 다녔던 어두운 장미 한 송이는 오리의 배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마지막 페이지. "죽음은 오랫동안 떠내려가는 오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죽음은 조금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
    .

    가끔 꺼내보는 동화책. 혼자 있는 밤에만 꺼내 본다. 동화책이 제법 크다. 오리가 내게 말한다. '죽음만 아니라면 괜찮은 친구였어. 그것도 꽤 괜찮은 친구였어.'  오늘밤, "난 꽃들에게 내 아픔을 숨기고 싶네. 인생의 괴로움을 알리고 싶지 않아. 내 슬픔을 알게 되면 꽃들도 울테니까."라고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 어제는 눈이 왔는데, 오늘 화장을 지우면서 여름이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은 질색이고, 늘 겨울을 그리워했는데. 그래서 이 노래를 찾아듣고 있다. 그 여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 영화를 봤었다. 바람이 불었고,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어제 친구의 눈화장이 이뻤는데, 맥주 마시느라 이야기도 못해줬네. 그래서 나도 오늘 퇴근길에 짙은 아이섀도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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