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타임 투 락 - 토요일, 오후 2시
    무대를보다 2009. 6. 3. 23:23




        그리고 이건 토요일의 이야기. 어제는 일요일의 이야기였고, 오늘은 토요일의 이야기. 토요일에는 타임 투 락 공연을 보러 갔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하는 야외공연을 위해 나는 얼굴과 목, 팔에 썬크림을 듬뿍 바르고, 마트에 들러 물을 2패트 사고, 돗자리를 챙겼다. B씨는 까맣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가방 안에 하얀 앙고가 든 쑥떡과 삶은 계란을 챙겨왔다. 춤을 추느라 내가 좋아하는 메리 공연이 끝난 뒤에 도착한 J씨는 (순용오빠를 소개해주고 싶었다구요!) 김밥과 커다란 맥주를 세 캔을 사가지고 왔다. 

        우리 셋은 그 날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마이앤트메리도 봤고, 요조도 봤고, 장기하도 봤다. (드디어 미미 시스터즈를 직접 보았는데, 참으로 멋지더라. 우리를 밑으로 꼴아보며 담배를 피워대던 그 포스라니.) 김창완 아저씨도 보고, 크라잉 넛도 보고, (노브레인 보컬이랑 너무 헷갈린다구요! >.<)  노브레인도 보고, 윤도현도 보고, 내 귀에 도청장치도 보고 (깜짝이야), 부활도 보고, 피아도 보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봤다.




       메리 공연 보러 들어간 뒤, 요조와 장기하 공연을 연이어 보느라 무대 앞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아, 마지막 YB의 공연에도 무대 앞에 있었다.) 오후 2시부터 밤 11시 즈음까지 무대 뒤, 운동장 트랙이 있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떡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김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불렀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기도 했었다. B씨와 J씨는 자주 일어나서 콩콩콩 뛰었다. 봐요, 누가 나왔어요, 이 노래예요, 신나요,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저녁이 찾아오니 주위는 어두워지고, 지친 B씨는 돗자리 위에 누웠다. 그 때 때마침 밤하늘이 보였던 게다. 그리고 그 밤하늘이 꽤 멋있었던 게다. 우리는 번갈아 가면서 누워서 2009년 5월의 밤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2009년 5월의 별들을 올려다봤다. B씨는 이렇게 올려다보고 있으면 처음에 보이지 않던 별들이 보여요, 라고 말했다. 춤추다 늦게 온 J씨는 무대 앞을 자주 들낙거렸다. 가서 콩콩 뛰고 싶어요, 라는 말을 남기고.


      
       확실하다. 나는 그 날 그 돗자리 위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다 별똥별을 봤다. 그 날 하늘에는 여러 비행기들이 지나갔지만, 그건 비행기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 정말 별똥별이었다. 내가 별똥별을 봤어요, 라고 말하니깐 B씨는 아닐 거라고 말하고는 대뜸 소원을 빌었나요, 라고 물었다. 내가 아니요, 하니까 일단 모르니깐 빨랑 빌어요, 라고 말해줘서 나는 소원을 빌었다. 그러고나서 나는 다시 누워서 2009년 5월의 밤하늘을 올려다봤고, J씨는 돗자리 옆에서 신발을 신고, B씨는 돗자리 위에서 신발을 벗고 콩콩콩 뛰었다.

        나는 그 날 저녁 7시 46분에 휴대폰 메모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 세상에는 참 예쁜 티셔츠가 많구나. 기타소리는 저녁의 느낌이랑 참 잘 어울리는구나. 하늘에는 비행기도 뜨고, 달도 뜨는구나. 옆에서 먹는 만두 냄새는 견디기가 힘들구나. 음악은, 음악은, 참 좋구나.' 지난 월요일, 나는 토요일에 있었던 우리들의 일을 H씨에게 전하는데, 우리들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얼마나 예뻤는지, 평화로웠는지를 생각하니깐 마음이 뭉클해졌다. 5월에는 아주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좋은 일들이 많았지만, 커다란 나쁜 일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그 날, 5월이 가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그 날 참 많이도 콩콩 뛰었으니까, 5월의 바람이 우리와 함께 했으니까. 2009년 5월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니까. 그래, 그렇게 5월이 갔다. 그도, 2009년의 5월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