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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회 아카데미 시상식
    티비를보다 2009. 3. 9. 23:41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인 게 확실하다. 예전에도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떠올려보면, 흠.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이 정도는 아니였던 것 같기도 하고. 내 안에서 언제든 샘 솟을 수 있게 출동 준비중인(아리수 광고처럼!) 물들이 이리도 많다니. 어떤 날은 울고 있으면서도 놀라울 지경이다. 아무튼 이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확실해지는 '병'인것 같다. 내 나이 마흔이 되면 이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러댈 게 분명한데. 그 꼴을 어떻게 보나 싶다.

        지하철 안이었고, 퇴근길이었다. 씨네21을 읽고 있었다. 귀여운 박보영이 표지로 나온 호였는데, 아카데미 관련 기사를 읽고 또 울컥 눈물이 솟아지는거다. 얘들아, 지하철 안이란다. 사람들이 많잖니! 타일러봐도 소용없는 일. 나를 울린 기사는 케이트 윈슬렛에 관한 짧은 토막글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가 시상식 무대 위에서 취한 어떠한 행동에 대한 글이었다. 

        이 기사때문에 여러 사이트를 뒤져 아카데미 시상식 동영상을 다운받았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들이 태반인데도 열심히 시상식을 봤다. 이건 영화의 축제니까, 대충 봐도 다 이해가 된다. 흥분된 목소리들, 과장된 제스처들, 두 눈에 고인 눈물들. 그것들이 또 여러번 나는 울먹거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역대 수상자를 시상자로 불러 후보들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걸까. 그 장면들은 정말 감격적이었다. 이건 정말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영광 그 자체다. 선배, 후배들에게 소개받는 후보자의 눈은 모두 촉촉히 젖어있다. 심지어 울기 직전의 후보자도 있었다.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박수를.

        그러니까 나는 케이트 윈슬렛이 여우주연상을 타서 좋고(제발, 여우주연상을 탄 여배우들에게 따르던 액운만은 그녀가 피해가길), 케이트 윈슬렛 자체도 좋다는 말. 왜 이렇게 내가 뿌듯한지 모르겠다. 이제 서른을 훌쩍 넘은 그녀는 아리따운 타이타닉의 로즈 이미지보다는 꼭 동네 옆집에 사는 생활력 강하고, 살림도 잘하며, 자상하고 따뜻한 이미지의 언니같다. 사실 엄마같다고 생각한 때도 있긴 있었다. 친절하고, 잘 챙겨주는 언니. 그래서 그 집에 매일 놀러가고 싶은 기분이 드는. 놀러가면 언제든 따뜻하게 맞아주고, 맛난 것도 많이 만들어주고, 나랑 정성껏 놀아주고, 내 폭언에 가까운 정신없는 수다들에 다정한 미소로 화답하며, 쇼파 위에서 대놓고 같이 욕해줄 것만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행복해질 것만 같은 그런 언니. 포근한 느낌. 그런데 이 언니가 직업전선에 뛰어들면 완전한 변신을 하는 거지. 멋진 배우로. 왠지 케이트 윈슬렛에게는 그런 느낌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책을 다 읽고 나면 영화를 한번 더 보러갈 거다. 한번 더 보고싶다 생각했었는데, 마침 예매권이 생겼다. 영화 내려가기 전에 빨리 다 읽어야지. <더 리더>도 아주 기대 중이다. 그것까지 보고나면 내가 놓친 그녀의 영화들을 찾아 봐야지. 아. <레이첼, 결혼하다>도 내리기 전에 빨리 봐야한다. 이번 아카데미 아까운 낙선자들 코너에 앤 해서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이런 표현이 있었다. "앤 해서웨이는 더이상 예전에 그랬든 스칼렛 요한슨과 키라 나이틀리의 놀라운 커리어를 부러워하며 자기혐오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20대의 케이트 윈슬럿이 그러했듯, 이제 앤 해서웨이는 또래 배우들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앤의 미모야말로 그녀의 재능을 가리는 최대의 장애물이 될 것이다. <악마는 프리다를 입는다>에서 공연한 메릴 스트립은 단언했더랬다. 그녀가 점점 더 심연을 파고들며 눈부신 작품들에 등장하는 건 나로선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아니. 도대체 어떻길래. 궁금해서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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