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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호선
    모퉁이다방 2020. 9. 24. 07:38


       4호선 안이었다. 자유로가 막힌터라 지하철 안에 자리가 드문드문 있었다. 그 날 나는 작은 숄더백을 메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다리 위에 올려뒀다.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핸드폰 메세지가 계속 와 책을 봤다 핸드폰을 봤다 했다. 다시 책을 읽는데 아주머니가 왼쪽 팔을 만지며 혼잣말로, 그러나 내게 다 들리게 아씨 뭐라뭐라하면서 짜증을 냈다. 그제야 아차, 내 가방 끈이 팔에 닿았구나 싶었다. 사과를 할까 싶었지만 너무 기분 나쁘게 짜증을 내서 말았다. 마치 내가 일부러 그런 것처럼. 대신 끈이 안닿게 얼음상태로 있었다. 왠지 끈위치를 바꾸는 것도 싫었다. 아주머니는 씩씩거리며 주위 빈 자리를 둘러보다 (빈 자리는 많았다) 두어 정거장을 더 앉아있다 마땅한 자리가 생겼는지 내 앞을 지나 자리를 옮겼다. 평소 같으면 아 왜 끈이 옆사람을 불편하게 하는지도 몰랐지 하고 미안해했을텐데, 이번에는 앞으로 그 아주머니처럼 행동하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했다. 어떤 상황을 유연하고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티비에 나오는 인상이 좋은 아주머니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다 지하철 안에서 옆사람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나는 티비 속 인상좋은 아주머니처럼 사소한 짜증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재치있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힘들겠지만, 이미 내가 옆자리 짜증내는 아주머니지만, 언젠가 언젠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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