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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국
    모퉁이다방 2020. 1. 5. 17:40

     

     

       S씨는 남편이 내게 처음으로 소개해준 친구다. 팀장님 부부와 S씨 부부와 여섯이서 연애 초반에 만났더랬다. 그 날 S씨는 남편이 드디어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분이 너무 좋다고 자기가 결혼식에서 축가를 꼭 부르겠다며 방방 뛰었더랬다. 그때 결혼생각도 없었지만 만일 결혼식을 한다고 해도 축가로 S씨는 안되겠다고 노래방에서 생각했다. 그 뒤에는 내 생일에 만났다. 회사에서 몇달동안 안 풀리던 업무가 극적으로 해결된 밤이라고 했다. 남편네 동네에서 둘이서 한잔 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함께 이 기쁨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후배와 둘이 와서 결국 노래방까지 갔는데 그날의 S씨는 얌전했다. 남편 말이 술이 덜 취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 뒤 결혼을 하기 전에, 결혼을 한 후에 가끔 만났다. 어떤 날은 S씨 혼자, 어떤 날은 S씨와 와이프랑 같이, 어떤 날은 민망하고도 고맙게도 나를 언니라고 불러주는 귀염둥이 큰 딸, 작은 딸과 함께. 어떤 날 S씨는 지난 번에 그렇게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사과했고, 어떤 날은 제수씨, 내 생각이 틀린 건지 들어봐요, 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과 자신은 평생 함께 할 거고, 그러니 우리 두 가족이 친해야 하고, 나중에도 가까이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S씨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가 다소 보수적이긴 하지만 선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S씨가 오늘 출국을 한다. S씨는 미국행이 결정나고 난 뒤에 늘 자신이 있었다.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부인과 미국행 때문에 트러블이 있을 때도 자신의 결정이 맞다고 확신했다. 출국 전에 S씨 가족을 대접하고 싶어 지난 주말에 집으로 초대했다. 그 날이 마지막일 줄 알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까지 했는데, 어쩌다 두 번을 더 만났다. 옆 아파트에 동료의 깜짝 집들이가 있어서 또 한 번, 어제 출국 전에 진짜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다고 또 한 번. 지난 주말, S씨와 둘만 거실에 남게 되었을 때 S씨가 말했다. 날짜가 가까워지니 실은 불안하다고.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S씨는 일년 간 혼자 지내보고 가족들을 부르기로 했다. 남편은 S씨가 강해 보이지만 실은 여리다고 했다. 어제 대리기사를 부른 우리를 함께 기다려주며 S씨는 남편을 계속계속 안았다. 두 사람이 군대를 다녀온 이후 가장 오래 못 본 건 각자의 신혼여행 기간이란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황하는 친구를 지켜봐주고 이끌어주고, 그 뒤로는 쭉 함께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늘 옆자리에 앉았고 이직도 함께 했다. 둘이 계속계속 안는데 왠지 내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 사람은 남아서 잘 해내고 있으라고 했고, 한 사람은 가서 절대 바로 돌아오지 말고 금방 돌아올 거라고 비웃었던 사람들 생각하며 열심히 하라고 했다.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오늘 남편은 학원에 가고, 엄마가 보내준 무우로 김치를 담그고 나서 침대에 누워 책을 뒤적거리는데 지금 공항에 있을 S씨 생각이 났다. 7시 출국이라고 했으니 곧 진짜 혼자가 될 텐데. S씨는 내게 처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수씨,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는 게 낫다고요." S씨가 멀리까지 긴 다짐을 하고 갔으니 꼭 잘 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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