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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이월
    모퉁이다방 2017. 12. 12. 04:29



      일요일에는 사당역에서 고기를 먹었다. 고기 좋아하세요? 라고 묻더니, 1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5층인 줄 알았던 4층의 고깃집은 분위기가 꽤나 좋았다. 고가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던 그가 고기를 잘 구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다 구워져 내 앞접시에 올려지는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이건 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그러면 불판 위에 올려놓을테니 집어 가라고 했다. 이번 가을과 겨울에는 왠일인지 주변 사람들이 자꾸 사람을 소개해줬다. 위안이 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터라 소개해주면 무조건 만난다고 했다. 한 번 만난 사람도 있고, 두 번 만난 사람도 있다. 그는 세 번 만난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좀 담백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너무 과한 사람은 부담스러웠다. 속내가 보일 듯 잘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사당에서는 좀 달랐다. 꽤 많이 보였다. 나는 맥주 한 병을 시켜 마시라고 했다. 다음 번엔 같이 마시자는 말은 할까말까 하다가 참았다. 어쩌면 그에겐 내가 속내가 보이지 않는 사람일 거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내게 두 번 만나고 만, 속이 너무 잘 보였던 사람은 천천히 오는 사람인거죠? 라고 물었다. 밤에 커피를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와 나는 자리를 옮겨 마주보고 각자 따뜻하고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 그는 이직을 하고 좋은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매일 칼퇴도 하구요, 차도 바꿨구요, 그리고. 나는 그가 말하지 않은 좋은 일에 대해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니 버스를 탄다고 했던 그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전철 타셨어요?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런 문자가 왔다. 전 계속 만나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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