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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
    서재를쌓다 2017. 3. 1. 18:31






    "아빠, 내가 다시로 군 데리고 들어갈게."

    2권까지 다 읽고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를 찾아봤다.

    거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 당신은 왜 소설을 쓰는가?

    - 언어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 소설을 통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 사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3월에 개봉하는 모양이다.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을 것 같다. 영화 캐스팅을 알고 소설을 읽었더니 영화의 장면들이 눈에 그려졌다. 내 상상 속에서는 동성애 연기를 하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꽤 잘 어울렸다. 두꺼운 두께로 두 권이나 되지만, 가독성이 상당하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최근 곁에 나타나 아주 친해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뉴스에서 보도하는 용의자와 생김새가 상당히 비슷하다. 나는 그 사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의 말을 백퍼센트 신뢰할 수 있을까?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을 거다. 의심하고, 또 의심했을 것이다.



    포스트잇,


    (...) 그런데 막상 앉아보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해서 다시로가 그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고 싶어하는 심정도 이해가 갔다.

       아이코가 손수건을 풀어 헤치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닭튀김, 새우튀김, 미트볼, 계란말이, 잔멸치를 뿌려놓은 밥.

       아이코가 옆에 있는 다시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흥미 없어 보였던 것치고는 도시락 내용물을 꽤나 찬찬히 살펴본다.

       "이거 먹어." 아이코가 닭튀김을 손으로 집어서 다시로의 도시락에 넣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 1권, p.41-42


       아스카는 그런 남자들과 10년 가까이 생활하던 무렵에 료를 만났다. 일하고 있던 캬바쿠라에 불쑥 들어온 손님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료가 가게 문을 열기 몇 초 전, 아스카는 '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도 뭐가 왔는지는 몰랐지만, 그런데도 뭔가가 왔다는 것만은 강렬하게 느껴졌다.

    - 1권, p.79


       무인도가 점점 더 멀어졌다. 이즈미는 남자가 있었던 폐가에서 밤을 맞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별이 총총 빛나는 오키나와의 밤하늘은 깊고 깊다. 지금까지 봐왔던 평범한 밤하늘이 밀푀유처럼 켜켜이 겹쳐진 것처럼 보인다. 이즈미는 언제나 그 속에 자기 팔을 넣어보고 싶었다. 끝도 없이 깊이 빠져드는 팔에 따끔따끔한 별들의 감촉이 느껴질 것 같았다.

    - 1권, p.132


       "어?"

       "아냐, 아무것도."

       나오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돌아섰다. 유마는 눈을 감고 지금 본 나오토의 얼굴을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았다. 늘 특징이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특징이 없는 얼굴에는 특징이 없는 얼굴 나름의 특징도 있었다.

    - 1권, p.151


       "그렇군요. 그럼,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복도로 나오는 순간,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복권에 당첨된 백만 엔을 숨길 장소를 찾아 헤매던 가족들의 옛모습이 떠올랐다. 어제까지는 없었던 것인데도 막상 손에 들어 오자, 이제는 그 돈이 사라질까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 1권, p.222


    (...) 다쓰야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대만고무나무에 기대어 있는 이즈미만 색칠이 안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펐던 것은 기다리고 있던 와카나가 학교 건물에서 나온 순간, 마치 마지막 힘까지 짜내듯 미소 띤 표정을 지으며 와카나에게 달려가는 이즈미의 모습이었다.

    - 1권, p.302


       결국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소중했던 것이 이제 소중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가는 것이다.

    - 2권, p.35


       '널 믿어도 되겠지?'

       나오토에게 전하고 싶었던 간단한 말이 그것이라고 알아차렸다. 그러나 말로 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웠다. 유마는 오렌지를 나오토 손에 건네주고, "됐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이라며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 2권, p.45


       친구가 가자고 청하면 클럽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번에는 아침까지 마시며 떠들썩하게 즐기다 그 클럽에서 알게 된 남자와 호텔에 갔다. 나오토를 만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면, 다 잊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오토를 만나기 이전의 생활과 나오토를 모르는 생활은 다르다. 이미 만난 이상, 안 만난 것으로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뼈저르게 깨달을 뿐이었다.

    - 2권,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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