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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끝
    무대를보다 2016. 10. 18. 23:28


       여름동안, 그리고 가을이 오는 동안,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보고, 꽤 읽었는데 기록하질 못했다. 마음에 담아둔 순간들이 많아서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두어야 하는데, 자꾸만 게을러진다. 더 잊어버리기 전에, 서둘러 보자고 결심해본다. 오늘의 기록은, 여름의 끝에 만난 썸데이 페스티벌.


       가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외투도 가져갔는데, 한여름만큼 더웠다. 잔디밭에서 늦여름의 열기를 고스란히 다 받아냈다. 내가 축제에 온건지, 고생을 한바가지 하려고 온건지, 짜증이 잔뜩 날 무렵,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어왔다. 해가 스물스물 지고 있었다.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가 나왔다. 동생과 나는 가지고 온 와인을 각자의 잔에 따르고 무대 앞으로 나갔다. 아,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지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 거야. 행복은 참으로 쉽게 오지 않는구나. 우리는 무대 앞에 서서 춤췄고, 노래했다. 심장소리 마냥 쿵쿵거리는 스피커와 와인 때문에 잔디밭 위 사람들이 딴 세상 사람 같았다. 사람들아, 이리 와봐요. 여긴 딴 세상이에요. 그 날의 노을은 무척이나 근사했다. 그리고 그 뒤의 시간들은, 선선한 바람 덕분에, 그 바람을 타고 흐르는 음악 덕분에, 행복했다.

     

       우리는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성공해야 돼. 성공한 사람만이 황금시간대에 나올 수 있다는 진리. 제이래빗이 이른 오후의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리며 즐거운 얼굴로 노래하다, 멘트할 때마다 여러분 너무 덥죠? 저희도 더워요, 를 연발하던 장면이 잊히질 않는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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