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토마스 쿡
    무대를보다 2016. 12. 29. 22:20




       십이월 첫째주 금요일 저녁에는 한강진의 공연장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춥지도 않았는데, 엄청나게 두껍고 엄청나게 긴 목도리를 칭칭 감고 갔다. E와 함께 공연장 제일 뒷자리에 앉아 토마스 쿡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순간 오늘 낮의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파주의 창문이 없는 사무실 창가 자리에 앉아 모니터 화면만 보며 키보드로 열심히 복사하기 + 붙여넣기를 하고 있었는데, 몇 시간 후에 짠-하고 이런 설레고도 벅차며 느긋한 공간에 앉아 있는 거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관객석의 우리를 막 공격하는 그런 공간에. 어릴 때 쌍둥이 자매가 순간이동을 하는 티비만화를 참으로 좋아해서 아직까지도 그 주제가를 외우고 있는데 (너무 달라 너무 달라, 너무 달라 우리들은,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는 쌍둥이 자매-) 마치 내가 그 쌍둥이 중 왼쪽 아이가 된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순용이 오빠는 오래간만의 공연에 너무 신이 나 노래보다 토크에 집중을 하느라 공연의 말미 시간에 쫓겨 급하게 노래를 불러댔지만, 그의 유머는 변함없었다.


       그런 럭셔리한 '저녁이 있는 삶'에 잔뜩 취해 있을 무렵, 토마스 쿡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번 앨범 '별과 나 그리고 우리 사이'를 만든 사연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적도 부근에 있는 나라로 여행을 갔단다. 밤새 낚시를 하는 밤낚시 투어를 신청했는데, 적도의 바다는 정말 잔잔하단다. 파도 한 점 없는 평온하고 고요한 바다. 그런 바다를 생각하면 된단다. 순용이 오빠는 낚시에 관심이 없어 뱃머리에 누워 있었단다. 거기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거기 별이 정말 장난이 아니란다. 그런 별천지는 처음 봤단다. 그 환상적인 밤하늘을 삼십 여분 넘게 올려다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아, 저 별이랑 나랑 아주 멀리 있다. 그런데 얼마 만큼 멀리 있는지 그 거리를 정확하게 알 것 같다. 확실하게 알 것 같다. 그때 친구가 순용이 오빠를 불렀단다. 순용아! 이렇게 불렀겠지? 순용이 오빠가 순용이 오빠의 친구를 쳐다봤단다. 아!! 순용이 오빠는 깨달았단다. 저 별과 나는 저렇게 멀리 있는데, 우리는 이렇게 가깝게 있구나.


        그 뒤로 '별과 나 그리고 우리 사이'를 들으면 바다와 별, 밤과 우리가 떠오른다. 좋은 밤이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