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에는 도우루 강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숙소에서 쉬다 배가 출출해지자 길을 나섰다. 나무가 많은 공원을 지나갔는데, 곳곳에 조각상들이 있었다. 멀리서 뒷모습만 봤을 때는 쓸쓸해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가 표정들을 보니 즐거운 거였다.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표정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그러니 즐거워지더라. 강가로 가기 위해 낯선 골목길을 걸었다. 해가 스물스물 지고 있어서 골목길의 풍경이 근사했다. 그리고 강을 옆에 두고 식당가까지 한참을 걸었다. 어딘지 감이 오질 않고, 혼자이다 보니 좀 무서워서 발길을 서둘렀다.

 

    걷다보니 식당가에 도착. 초코슈님이 추천해준 식당이 있어 가 봤는데, 만원이더라. 혹시나 해서 자리가 있나 물어봤는데 1시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포기했다. 식당을 나오니 바로 옆의 작은 계단에서 악기들을 흥겹게 연주하는 분들이 있었다. 아, 노천에서 먹으면 딱이겠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초코슈님이 추천해준 두번째 식당이 있었고, 그곳에 노천테이블 자리가 있었다. 일단 맥주를 시켰고, 대구 요리도 시켰다. 리스본의 대구요리의 짠맛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해서 감자가 곁들여지면 간이 딱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흠. 결론은 아주 근사한 저녁이었다. 대구 자체도 간이 세지 않았다. 맥주와 간이 딱 맞는 대구요리를 먹는 동안 도우루 강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바람도 쌀쌀하게 불었다. 원래 추운 바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강바람이 딱이었다. 맥주를 다 마시고 아쉬워서 와인을 한 잔 더 시켰다. 이제 포트와인이 내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그냥 포르투갈의 와인을 시켰다. 며칠 전까지 있었던 리스본의 와인이었다. 앞 테이블의 분위기 좋은 연인들의 뒷모습도 보고, 도우루 강의 근사한 야경도 봤다. 외로워질 때마다 보려고 적어둔 수첩의 글귀들도 꺼내 봤다. 충분히 좋았지만, 누군가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 밤이라고 생각했다.

 

    식당을 나와 강변을 걸었다. 밤 10시에 겨우 해가 졌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강가에 앉아 화요일 밤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도 있고, 음식도 있고, 술도 있고. 모두들 즐거워 보였다. 화요일 나의 마지막 목표는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의 아경. 에펠탑을 닮은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2개의 철골 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위는 전차전용 다리고, 아래는 자동차전용 다리. 둘 다 보행자 도로가 있다. 근사한 야경을 보기 위해 으슥한 골목을 벌벌 떨면서 올라갔다. 그리고 다리 위에 선 순간, 고소공포증이 몰려와 다리의 난간을 힘껏 잡았다. 읔. 다리가 저절로 후덜거렸다. 전차가 지나가니까 그 진동으로 다리가 막 흔들리더라. 정말 겨우,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그리고 숙소까지 음악을 들으면서 걸었다. 큰길로만 걸으니 무섭지 않더라. 낮에 본 건물들이 밤의 조명으로 근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와 씻고 편히 잤다. 7월 화요일 밤의 이야기.

 

 

 

  1. 애정만세 2015.11.08 23: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히베이라 강변의 느낌은 참 독특한 거 같아.
    난 처음과 두 번째 갔을때 강변에 걸터 앉아 있는데
    세상 뭐 있나? 난 여기 있고 이렇게 행복한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리고 서울에서 살아가는데 시달릴 때면 그 강변의 바람과 햇살이 마구 그리워지더라구.

    근데, 올해 초에 갔을 땐 어느새 한국인들이 버글대는 곳이 되어 버려서인지
    그 때의 분위기를 잃어버려서 너무 안타까웠어.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아냈지. ^^

    •  address  modify / delete 2015.11.09 11:05 신고 BlogIcon GoldSoul

      다른 곳이 어디인지는 만나서 들어야지.
      토요일날 예약해두려구요. 헤헤- 시간 정해야 하니 연락할게요, 언니- :D

  2. BlogIcon lainy 2015.11.10 00:0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중간에 맥주잔 되게 예쁘네요
    포르투 또 가고싶네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저는 포르투 마지막 날에 금령님 계신 저 2층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먹었죠
    은근..좋습니다 1층처럼 붐비지도 않고 ㅎㅎ

  3. BlogIcon 초코슈 2015.11.16 17:2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같은 장소에서 다른것을 보았다는건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제가 추천한 식당은 첨에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추천을 받을때 거기 예쁜 포르투갈 아가씨가
    여긴 밤에 가면 강변에 있어서 정말 로맨틱하고 좋아요 라고 했거든요.
    근데 전 시간이 없어서 낮에 그리고 더워서 식당안에서 식사를 하고 나왔으니깐,
    밤에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몰랐는데, 이렇게 금령님이 그곳에서 식사한 사진을 보니깐 막 너무 좋네요.
    너무 예뻐요. 언젠가는 금령님이 누군가와 함께 저곳에 다시 가기를. :)

    •  address  modify / delete 2015.11.17 00:11 신고 BlogIcon GoldSoul

      진짜로! 혼자 다녔던 길을 좋은 사람이랑 같이 다시 걸어도 좋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진짜 그런 생각한 적이 있는데. (우리 이런 얘기 나누지 않았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바래보면서.
      초코슈님은 좋은 사람이 있으니, 함께 좋은 길을 더 많이 걷기를. 함께-
      초코슈님 덕분에 근사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