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호에 묵었다. 어디서나 잠을 잘 자는 나인지라 포르투갈에서도 잘 잘거라 생각했다. 시차 생각을 못했고, 혼자라는 생각을 못했다. 처음엔 시차 때문인지 모르고 왜 이렇게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포트루갈의 밤이 한국의 낮이었으므로 잠이 오질 않아도 심심하진 않았다. 수시로 동생들과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왔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내일을 위해 이제는 정말 자야 한다며 커튼을 치고, 스탠드 불도 끄고, (무서우니까) 알아듣지 못하는 텔레비전만 켜놓고, 누우면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들었고 이른 아침이면 깨어났다. 잠이 많은 내가 그렇게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건 혼자이기 때문에. 깨어줄 사람도 없고, 나가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늦잠을 자고 있는 건, 너무 아까웠다. 돈도, 시간도, 마음도. 그리고 나는 조식을 먹어야 했다! 조식은 호텔비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더더욱 챙겨먹어야 했다. 매일 부지런히 챙겨 먹었다. 여행을 하면서 단 한 번 너무 짜서 힘들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식 때문에 힘든 경우는 없었다. '빵'이라는 말이 포르투갈어란다. 그러니 빵은 당연히 맛있었다. 커피도 맛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에스프레소에 눈을 떴다. 치즈도 맛있고, 햄도 맛있고, 과일도 맛있었다. 원래 해산물을 좋아하니 해산물 먹을 때는 신이 절로 났다. 아무튼 조식을 꼬박꼬박 맛있게 챙겨 먹었다는 이야기.

 

   첫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양치를 하고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내려갔다. 첫 날, 첫 아침, 첫 걸음이다. 여행계획을 꼼꼼하게 짜오질 않아서 어젯밤에야 오늘 어디에 갈지 결정했다. 리스본은 작은 도시라 왠만하면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차나 트램을 타고 꼭 이동해야 하는 곳은 벨렝 지구. 그런데 멀다고 해도 숙소에서 30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숙소의 위치가 아주 좋았다. (에어텔이었는데) 몇몇 트램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했고, 시내 중심가여서 이동하기에 좋았다. 어쨌든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서 카드를 사야했는데, 몇몇 종류가 있었다. 아, 나는 이 카드 선택이 매번 어렵다. 오사카에서도 그랬고. 그냥 이번에는 리스보아 카드 2일권을 사기로 했다. 2일동안 각종 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입장권 무료거나 할인되는 곳이 많았다. 막내의 조언. 무조건, 많이 물어보라. 호텔문을 나서면서 문 앞에 있는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리스보아 카드를 사고 싶다고. 어디로 가야 하냐고. 아저씨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프론트에 물어보고 다시 돌아왔다. 내가 지도를 보고 있으니, 거긴 지도에 없다며 호텔 모퉁이까지 나를 데리고 갔다. 여기서 길을 건넌 뒤 직진을 하고 오른쪽으로 돌면 광장이 나오고, 거기서 카드를 살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들었냐고 다시 한번 체크해주셨다. 와! 봉지아, 오브리가다. 오늘은 아침부터 포르투갈어를 두 번 썼다.

 

    광장을 찾아갔는데, 카드를 파는 곳 문이 닫혀 있었다. 10시에 오픈한다고 써져 있었다. 한 40여분 남았다. 그래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발길이 닿는대로 걸었다. 골목길이 보여서 걸었고, 그 골목길 너머 근사한 광장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리스본이어서 가슴이 벅찼다. 그 길이 오래된 돌들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근사했다. 대부분의 상점 문이 닫혀 있었는데, 빵집 문은 열려 있었다. 열린 문에서 맛있는 빵냄새가 났다.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멘 백인 할아버지가 같은 길을 나와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그 속도도 좋았다. 할아버지가 어떤 곳에 멈춰 사진을 찍으면 나는 힐끔 그 곳을 봤다. 그러면 그 곳이 근사해보였다. 나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 내가 그러면, 할아버지도 그랬다. 할아버지도, 나도, 들뜬 마음의 여행자였다. 그 길 끝에 테주강이 있었다. 어제 지도를 그렇게 들여다봤는데, 지도상에서는 꽤 먼 거리 같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다니. 여행 전에 읽은 포르투갈 여행 에세이에 테주강 이야기가 나왔다. 작가는 포르투갈이 좋아 여러 번 포르투갈을 여행했는데, 리스본에 오면 그게 어느 시간이든 항상 테주강에 제일 먼저 달려간다고 한다. 테주강을 봐야지 리스본에 왔다는 느낌이 든단다. 그 테주강. 그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게 바다라고 생각해, 강이라고 생각해?" 그만큼 넓은 강. 넓으니 그만큼 깊겠지 생각이 드는 강. 산책하기에 좋은 바람이 불었다. 나는 신이 나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가, 강가에 앉았다가, 동상과 바닥과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걸어 다녔다. 그러니까 포르투갈에서의 첫 산책이었다.

 

 

 

  1. BlogIcon lainy 2015.07.26 22:4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행을 가면..특히 한국에서 멀리 가면 참 부지런해집니다..
    늦잠자는 것도 사치이고 아깝고..

    그나저나 리스본은 정말 여기저기 빵냄새로 가득한 곳이었어요
    어딜가든 뭔가 맛있어 보이는 빵집들로 가득한..

    •  address  modify / delete 2015.07.29 12:39 신고 BlogIcon GoldSoul

      맛있는 것 정말 많았는데, 다 먹고 오지 못해서 언젠가 다시 가야겠어요!
      일상에서의 저는 잠이 모자라서 매일 아침이 힘든데, 여행에서의 저는 활기차요. 아, 일상에 찌들어 가고 있는 1인이에요. 흑-

  2. BlogIcon 초코슈 2015.07.29 16:1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세상에 저도 너무 시차로 고생했어요! 제가 시차라는걸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ㅎㅎ
    8시간 시차라는게... 생각보다 정말 힘든거더라구요 ㅠㅠ 새벽 3시쯤이 딱 활동시간이니깐 너무 너무 말똥해서 친구들이랑 카톡하다가;; 한 5-6시쯤 간신히 잠들고 좀 활동하다보면 낮 3시쯤 되면 그때부턴 또 너무 너무 졸린거에요. 결국 중간에 낮잠 자러 가서 자다가 밤에 나와 놀구 그랬어요. 근데 관광지라 늦게 까지 할줄 알았지만 9-10시쯤되면 가게가 다 문닫는시간이고... 별로 할게 없고... 흐흐

    •  address  modify / delete 2015.07.30 23:54 신고 BlogIcon GoldSoul

      저 '사우다데' 알아요. 2개월 밖에 안 배웠으니까 '사우다데' 근처도 못갔어요. 흐흐- 흠. 이런 거예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봤다. 리스본 풍경이 너무 멋있더라. 다음날 티비랑 인터넷을 뒤져 경인방송의 절벽기행인가 그런 여행프로그램에 포르투갈이 나온 걸 찾아 봤다. 거기 사우다데라는 말이 나오더라. 사우다데라는 말을 찾아본다. 이런 멋진 말이 있다니. 이런 깊은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는 건 이 나라가 굉장히 깊을 거라는 거다. 대지진도 겪었단다. 대항해시대 최강의 나라였단다. 지금은 그리 잘 살지는 못하단다. (물론 유럽에서) 이 나라는 뭘까? 알고 싶다. 가고 싶다.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어요. 저의 포르투갈에 대한 열망이. 흐흐-

      저도요. 제가 갔을 때 너무 더워가지고, 진짜 중간에 숙소에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쉬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면 일사병 걸릴 정도였어요. 그 잠시 동안 쉬었던 시간이 지금 회사 다니면서 너무너무 필요해요. 아, 딱 3시 즈음에 한 30분 쉬어주면 좋겠는데. 헤헤-

      여행기 2탄 기다리고 있어요! :)

  3. BlogIcon wonjakga 2015.07.29 20:0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을 참 잘 쓰세요

  4. this moment 2015.07.30 00:0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금령씨!
    진짜 오랜만이지요?^^그러니까 올해 초에 연하장을 보내고 처음인 것 같네요. 그동안 나는 이사를 하고, 또 여러 가지 일이...
    리스본에 갔군요!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영화가 우리를 낯선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건 인생에서 만나는 근사한 우연이네요.
    포르투갈은 낯선 나라지만, 프라하의 맥도날드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딸네 집을 방문한 나비넥타이에 트위드 자켓의 노신사 덕분에 조금 친밀해진 곳이예요.
    나도 언젠가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타고 싶네요!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세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15.07.29 12:43 신고 BlogIcon GoldSoul

      프라하의 맥도날드는 맛있었어요? :)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있지요?
      이사 했군요. 수첩에서 주소를 지워야 겠다. >.<
      네, 저 포르투갈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일상을 살고 있어요.
      언젠가 또 눈이 맞아 떠날 수 있게 책이며 영화며 열심히 보고 읽어야 겠다, 는 생각만 잔뜩 하고 실천하고 있지 않는 일상이에요.
      글을 올리면서 힘을 내자, 되뇌이고 있어요.
      더위 조심해요. 또 봐요!

  5. 2015.07.30 17: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5.07.30 23:55 신고 BlogIcon GoldSoul

      헤헤- 주말에 꼭 올려야지! 고마워요-
      앗! 혹시 정리되면 제가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블로그 같은 거 있으면 알려줘요.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