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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 리스본, 첫 산책
    여행을가다 2015. 7. 26. 20:20

     

     

     

     

     

     

     

     

     

     

     

     

     

     

     

     

     

     

     

     

     

       323호에 묵었다. 어디서나 잠을 잘 자는 나인지라 포르투갈에서도 잘 잘거라 생각했다. 시차 생각을 못했고, 혼자라는 생각을 못했다. 처음엔 시차 때문인지 모르고 왜 이렇게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포트루갈의 밤이 한국의 낮이었으므로 잠이 오질 않아도 심심하진 않았다. 수시로 동생들과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왔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내일을 위해 이제는 정말 자야 한다며 커튼을 치고, 스탠드 불도 끄고, (무서우니까) 알아듣지 못하는 텔레비전만 켜놓고, 누우면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들었고 이른 아침이면 깨어났다. 잠이 많은 내가 그렇게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건 혼자이기 때문에. 깨어줄 사람도 없고, 나가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늦잠을 자고 있는 건, 너무 아까웠다. 돈도, 시간도, 마음도. 그리고 나는 조식을 먹어야 했다! 조식은 호텔비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더더욱 챙겨먹어야 했다. 매일 부지런히 챙겨 먹었다. 여행을 하면서 단 한 번 너무 짜서 힘들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식 때문에 힘든 경우는 없었다. '빵'이라는 말이 포르투갈어란다. 그러니 빵은 당연히 맛있었다. 커피도 맛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에스프레소에 눈을 떴다. 치즈도 맛있고, 햄도 맛있고, 과일도 맛있었다. 원래 해산물을 좋아하니 해산물 먹을 때는 신이 절로 났다. 아무튼 조식을 꼬박꼬박 맛있게 챙겨 먹었다는 이야기.

     

       첫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양치를 하고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내려갔다. 첫 날, 첫 아침, 첫 걸음이다. 여행계획을 꼼꼼하게 짜오질 않아서 어젯밤에야 오늘 어디에 갈지 결정했다. 리스본은 작은 도시라 왠만하면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차나 트램을 타고 꼭 이동해야 하는 곳은 벨렝 지구. 그런데 멀다고 해도 숙소에서 30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숙소의 위치가 아주 좋았다. (에어텔이었는데) 몇몇 트램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했고, 시내 중심가여서 이동하기에 좋았다. 어쨌든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서 카드를 사야했는데, 몇몇 종류가 있었다. 아, 나는 이 카드 선택이 매번 어렵다. 오사카에서도 그랬고. 그냥 이번에는 리스보아 카드 2일권을 사기로 했다. 2일동안 각종 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입장권 무료거나 할인되는 곳이 많았다. 막내의 조언. 무조건, 많이 물어보라. 호텔문을 나서면서 문 앞에 있는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리스보아 카드를 사고 싶다고. 어디로 가야 하냐고. 아저씨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프론트에 물어보고 다시 돌아왔다. 내가 지도를 보고 있으니, 거긴 지도에 없다며 호텔 모퉁이까지 나를 데리고 갔다. 여기서 길을 건넌 뒤 직진을 하고 오른쪽으로 돌면 광장이 나오고, 거기서 카드를 살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들었냐고 다시 한번 체크해주셨다. 와! 봉지아, 오브리가다. 오늘은 아침부터 포르투갈어를 두 번 썼다.

     

        광장을 찾아갔는데, 카드를 파는 곳 문이 닫혀 있었다. 10시에 오픈한다고 써져 있었다. 한 40여분 남았다. 그래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발길이 닿는대로 걸었다. 골목길이 보여서 걸었고, 그 골목길 너머 근사한 광장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리스본이어서 가슴이 벅찼다. 그 길이 오래된 돌들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근사했다. 대부분의 상점 문이 닫혀 있었는데, 빵집 문은 열려 있었다. 열린 문에서 맛있는 빵냄새가 났다.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멘 백인 할아버지가 같은 길을 나와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그 속도도 좋았다. 할아버지가 어떤 곳에 멈춰 사진을 찍으면 나는 힐끔 그 곳을 봤다. 그러면 그 곳이 근사해보였다. 나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 내가 그러면, 할아버지도 그랬다. 할아버지도, 나도, 들뜬 마음의 여행자였다. 그 길 끝에 테주강이 있었다. 어제 지도를 그렇게 들여다봤는데, 지도상에서는 꽤 먼 거리 같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다니. 여행 전에 읽은 포르투갈 여행 에세이에 테주강 이야기가 나왔다. 작가는 포르투갈이 좋아 여러 번 포르투갈을 여행했는데, 리스본에 오면 그게 어느 시간이든 항상 테주강에 제일 먼저 달려간다고 한다. 테주강을 봐야지 리스본에 왔다는 느낌이 든단다. 그 테주강. 그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게 바다라고 생각해, 강이라고 생각해?" 그만큼 넓은 강. 넓으니 그만큼 깊겠지 생각이 드는 강. 산책하기에 좋은 바람이 불었다. 나는 신이 나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가, 강가에 앉았다가, 동상과 바닥과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걸어 다녔다. 그러니까 포르투갈에서의 첫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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