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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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모퉁이다방 2016. 9. 28. 23:48
7분 뒤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일어섰는데, 동료가 말을 걸었다. 동료가 자신의 슬럼프를 고백했다. 나는 그이의 슬럼프를 듣고, 나의 지난 슬럼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지금도 슬럼프가 아닌 건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내일을 살아내야 하므로, 힘을 내자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1분 뒤에 온다는 버스를 탔다. 합정의 안경점에서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던 렌즈 이름을 말했는데,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했다. 대신 새 제품을 추천받아 샀다. 렌즈 네 개를 덤으로 줬다. 마트에 들러 제일 길다란 알뜰 소시지를 샀다. 금요일에 계란물을 묻혀 소시지 반찬을 해야지.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고, 답을 보내니 내가 제일 늦게 답을 했다고 했다. 메시지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S는 오늘도 열심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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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를 만나는 시간모퉁이다방 2016. 9. 26. 23:09
어떤 날에는 내 삶이 꽤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내 삶이 이모양이꼴로 여겨진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읽고, 극장에도 간다. 요즘은 한동안 또 이모양이꼴 모드가 되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건축가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를 만나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는데, 만나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현이라는 건축가는 민머리에 저음의 목소리가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단어들을 굉장히 부드럽게 발음했는데, 그 톤이 참 좋았다. '건축가는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라고 쓰인 화면을 띄어 놓고, 실은 이 중간에 '서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건축가 서현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 그리고 자신이 설계한 세 채의 집을 소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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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수원지모퉁이다방 2016. 9. 21. 21:42
추석 때 온가족이 마산 봉암수원지에 갔다. 마산이 창원이랑 통합되어 창원이 되었지만, 내게는 마산은 마산이다. 저수지를 반바퀴 돌고 정자 앞 나무에 모여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작은아빠는 찍겠습니다, 말씀하시고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만 하셨다. 막내삼촌이 찍는 겁니까, 묻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더니 버튼을 누르더니 동영상을 찍었다고 허허 소리내어 웃으셨다. 덕분에 우리는 움직이는 단체 사진을 소장하게 됐다. 다시 저수지를 반바퀴 돌아 나와서 마산 아구찜을 먹고 헤어졌다. 나는 나무과 물이 가득한 길을 걸으면서 얼마 전에 본 영화를 떠올렸다. 추석이 지나면 유럽으로 혼자 떠난다던 혜진씨도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아주 긴 길을 혼자 걸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의 주인공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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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6서재를쌓다 2016. 9. 8. 22:58
내게는 마스다 미리 만화책을 모두 사는 친구가 있고, 오무라이스 잼잼 만화책을 모두 사는 동료가 있다. 두 사람은 나에게 만화책들을 빌려준다. 6권이 2015년 11월에 나왔으니까 Y씨는 2015년에 구입을 하고 다 읽고선 금방 나한테 빌려줬을텐데, 세상에나 지금은 2016년 9월이다. 얼마전에 더이상 가지고 있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전에 틈틈이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만연한 가을이 오기 전에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정이 많이 들어버린 오무라이스 잼잼 가족들. 이번 6권에서는 '규동' 편에서 왠지 짠했다. 규동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규동은 왠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먹어야 될 것 같다. 꼭 체인점에서. 든든한 돈지루를 젓가락으로 휘휘- 휘젓고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시면서.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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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서재를쌓다 2016. 9. 6. 22:44
소설 을 읽고, 그 시기의 일본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심각한 내용일 줄만 알았는데, 서양 문물을 처음 접하고, 거기에 적응해 가는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꽤 재미나게 묘사되어 있다. 같은 시기의 우리나라 모습도 궁금해졌다.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또 다른 책을 찾게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하며, 언젠가 깊고 풍성한 여행으로 이어질 거라 믿고 있다. - - - 16세기에 스페인에는 카스텔라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성이 많아 카스텔라라고 불렸는데 일본인이 일본에 와 있던 포르투갈인에게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과자를 가리키며 "이 과자의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카스텔라지방에서 만든 과자"라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혹은 선교사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