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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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미술관여행을가다 2015. 10. 31. 21:14
2015년 7월 7일 화요일. 포르투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숙소에서 푹 잤다. 여행 시작하고 난 뒤 처음으로 푹 잤다. 이제서야 시차 적응이 된 듯. 조식을 먹기 전, 가이드북을 보다가 오늘 오전에는 여길 가보자고 결심했다. 소아레스 도스 레이스 국립미술관. 소아레스 도스 레이스는 조각가 이름이다. 원래 궁전이었던 곳을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포르투갈이 사랑한 조각가 소아레스 도스 레이스의 대표작품 '유배'가 유명하단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 작품을 보지 않고 가는 것은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사실 작품 보다는 오른쪽 작은 박스에 있는 '팁'에 더 이끌렸다. "아담한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나서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 포르투갈 가정식을 즐겨도 된다. 오늘의 메뉴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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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모퉁이다방 2015. 10. 30. 00:04
여행 때문인 것 같아. 동생이 말했다. 동생은 포르투갈 여행 이후 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가진 두 번의 모임에서 내가 언니를 봤는데, 언니가 확실히 밝아졌어. 좋아졌어. 나도 혼자 멀리 여행을 가야될까봐. 확실히 내가 변했다. 여행을 다녀온 덕분인지, 변할 타이밍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도 이유가 혼자 멀리 떠난 여행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행에서 많은 시간 외로웠다. 혼자여서 좋았지만, 둘이었어도 좋았을 걸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혼자여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언제든 원할 때 쉴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고, 걸을 수 있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외롭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있어 그 여행이 완성될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겪은, 내가 겪고 있는, 내가 겪게 될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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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평모퉁이다방 2015. 10. 22. 20:38
- 언니 잘지내? 보고싶헝..ㅠ - 난, 벗어나고싶어요. - 언니~완전 봄이네요~^^ - 미니미도 가발바꿔줘요. 언니 새로한머리도 예뻐요- 너무애뗘보여. - 금령언니 얼굴이 반쪽이됐어! 다시 오뚜기가 되어줘 - 굼벵공주는 지구를 두고 떠난건가요? - 이시대의 진정한 엔터테이너! - 새침하지마- 어색해 : D - 벌써 겨울이 온건가요? - 잠순금냉 - 솔로로 너무나 당당한 그대~! 영원히 솔로여라~!*^o^* - 우리는 해변을 마구 달려 보기도 했다. 이번엔 당신이 없어 아쉬웠다오 ^^ - 엉덩이 : p - 삐수니 금냉... 그 새 삐지다니... 삐지기 지구 참피언.. - 필름은셀푸 - 당신은 진정한 아티스트입니다. - ↑ 저기 팬클럽에 제가 있는건가요? - 너무 재밌다.. 엔돌핀 떵어리... - 돌고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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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아침독서서재를쌓다 2015. 10. 22. 08:34
매일 밤 그는 벨라가 우기는 바람에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아이 옆에 누웠다. 이것은 수바시와 벨라의 관계를 서로에게 반기시키는 행위였다. 거짓이기도 하고 진실이기도 한 관계를. 밤마다 아이가 이를 닦은 다음 파자마로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고 나서 불을 끄고 아이 옆에 누웠다. 벨라가 그에게 얼굴을 자기쪽으로 돌리라고 했으며 이어 자기 눈을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그들의 숨이 섞였다. 아빠, 나를 봐, 아이가 속삭였다. 아이의 강렬하고 순수한 속삭임에 수바시는 가슴이 저릿했다. 때때로 아이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았다. 아빠, 나를 사랑해? 그럼. 난 아빠를 더 사랑해. 무엇보다 더?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그건 안돼. 그건 내가 할 일이야. 그렇지만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아빠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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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모퉁이다방 2015. 10. 13. 22:20
아빠는 일요일에 올라와 월요일에 내려가셨다. 지난 여름부터 걱정했었다. 평생 살이 쪄 본 적 없는 아빠는 요새 부쩍 더 마르셨다. 자주 탈이 나셨고, 전화 목소리에 힘이 없을 때가 많았다. 늘 내 힘없는 전화 목소리를 걱정했던 아빠가 나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원래 지난 여름에 검진을 받았어야 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한차례 미뤘었다. 일요일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아빠는 전날 우리가 열심히 청소해 놓은 집에 와 대장약을 네 통 마시고, 티비를 같이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 검진 전날에는 흰죽만 먹어야 해서 흰죽을 한가득 만들어 놨는데 (우리도 같이 먹으려고) 니글거린다며 한 그릇도 다 드시지 않으셨다. 월요일 아침, 아빠와 나는 일찍 집을 나와 불광천을 산책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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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의 밤과 아침여행을가다 2015. 10. 6. 21:25
2015년 7월 7일 화요일과 8일 수요일 일기는 빈페이지들이다. 어딘가를 꼭 가야된다는 생각 없이 편하게 걸어다녔다. 그래서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미련없이 포기하기도 했다. 더위에 지치면 숙소에 들어와 에어컨과 음악을 틀어놓고 쉬었다. 그래도 늦잠을 자지 않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챙겨 먹었고, 점심도 챙겨 먹었고, 저녁도 먹었다. 매일 그곳의 맥주도 마셨다. 포르투에서 나흘 밤을 보냈다. 모두 다 이곳 숙소에서 보냈다. 일기가 없는 이틀의 밤과 새벽, 아침의 사진들. 낮에도 혼자였지만, 밤과 새벽에는 온전히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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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드디어 포르투여행을가다 2015. 10. 3. 18:21
2015년 7월 6일 월요일. 리스본을 떠나면서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ㅇ 포르투에서는 펜 한자루를 사자. ㅇ 첫날은 주변산책만 하자. 맛집을 찾지 말자. 물과 간식을 가득 사두자. ㅇ 웃고 다니자. 먼저 인사하자. ㅇ 주문을 포르투갈어로 하도록 노력하자. ㅇ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자. 결국, 이 항목들에 두 개의 동그라미, 한 개의 엑스, 두 개의 세모가 그려졌다. 리스본을 떠나 포르투에 도착했다. 동생과 여행을 계획할 때 리스본보다 포르투를 더 기대했더랬다. 우리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은 도시라 걸어서만 다닐 수도 있고, 리스본보다 좀더 본래의 포르투갈의 모습을 더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동생이 회사에 말해 휴가를 더 늘리고 여행사에 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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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모퉁이다방 2015. 10. 1. 20:59
우리는 이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언니는 인터넷 서점의 링크를 따라 이 블로그에 들어왔고, 언니가 남긴 댓글에 의하면 언니와 내가 비슷한 감성의 사람인 것 같아 그 뒤로도 계속 이 곳에 들어왔다고 했다. 우리는 김연수를 좋아하고,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알고 지낸 지 2년 정도 됐을 때, 언니가 연극을 함께 보자고 했다. 자신의 친구가 극본을 쓴 연극인데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언니도 초대를 하면서 큰 결심을 했겠지만, 나도 그 연극을 보러 가기까지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우리는 조금 쌀쌀한 가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연극을 함께 보고 극본을 쓴 언니 친구와 함께 셋이서 대학로의 고깃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게 7년 전 이야기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지켜봐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