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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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잡극장에가다 2014. 7. 21. 22:23
토요일에 부천에 다녀왔다. 간만에 영화를 연이어 봤다. 을 보고, 을 봤다. Y언니가 올 부천의 화제작 예매에 일찌감치 성공했다. 그것도 쾌적한 자리로. 아마도 나의 올해 부천은 이 두 편이 다일 듯 한데, 두 영화 다 좋았다. 둘 다 일본영화인데 스타일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너무나 달라서 연이어 보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도 좋았지만, 이 더 좋았다. 간만에 극장에서 여러 번 크게 소리내어 웃은 듯. 유쾌하고 상쾌한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 숲이다. 내내 나무가 나온다. 주인공이 대입에 실패하고 '허무하게' 고른 직업이 임업 관리직.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쌓인 숲에서 나무를 돌보고, 베고, 심는 일이다. 이야기는 뻔했다. 휴대폰도 안 터지는 산골에서 기묘한 음식들, 곤충들과 고된 작업으로 힘들어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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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춘천여행을가다 2014. 7. 16. 22:57
지난주 목요일, 휴가를 내고 춘천에 다녀왔다. ITX 청춘열차를 타고 갔다. 설레여하며 2층 좌석을 예매했는데, 2층이라고 별 게 없었다. 1층이 반지하 같아서, 2층도 그냥 약간 높은 1층 같았다. 춘천은 무척 더웠다. 햇볕이 쨍쨍했다. 나중에 날씨를 검색해보니 그날 서울도 더웠단다. 너구리 태풍이 지나간 뒤라 시원할 줄 알았더니. 청평사에 갔다. 몇년 전엔 배 타고 들어와서 막배 시간 때문에 청평사에 못 들렀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찍 왔다. 공주와 뱀의 전설이 있는 청평사. 청평사 초입에서 뱀 장난감을 팔고 있었다. 더웠다.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땀은 계속 나고. 절에 들어가기 전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친구가 싸온 체리로 당 급보충을 했다. 장수샘에서 물도 한 바가지 마셨다. 그늘이 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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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서재를쌓다 2014. 7. 14. 21:54
택시 안이었다. 혹시 인디밴드 음악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그렇다고 하니,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일산에서 1차를 하고 2차를 하러 합정으로 넘어가는 택시 안이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가 만나기도 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크리스마스 날, 루시드 폴의 공연장에. 그것도 그녀도, 나도 혼자서. 좋아할 것 같다면서 이 만화책을 빌려줬다. 정말 아끼는 만화라면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한다는 뉴스를 보고, 기억이 가물가물해 고민하다가 주문을 했다. 누군가 이 책의 100자평에 "계속 벼르다가 산 만화책들. 안 샀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라고 남긴 걸 보고서 바로 주문했다. 다시 읽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처음 읽는 것만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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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걷기모퉁이다방 2014. 7. 9. 23:01
회사에서 간단한 검진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80년생이시면 이제부터 뼈가 노화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음식으로 먹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이제 칼슘제나 비타민은 챙겨 먹으시는 게 좋아요. 칼슘제를 챙겨 먹으면 노화도 늦출 수 있고, 피부도 좋아지고, 살도 안 쪄요.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나이가 되었다니. 단번에 우울해졌다. 2014년을 사는 1980년 생의 현실은 이런 것이다. 그 사람은 우연히도 Y씨의 중학교 동창이었는데, 그러니까 2014년을 사는 1982년에 태어난 사람이다.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에 하고 있었는데, 오늘 어떤 계기가 되었다. 콜레스테롤 문제도 있고. 기름기를 줄이고 자주 걷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지오디 새 앨범을 들으면서 걸었다. 아이유가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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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복권모퉁이다방 2014. 7. 8. 22:10
지난 주, 좋은 꿈을 두 번이나 꿨다. 두 번 다 아침에 웃으면서 깨어났다. 일어나 가만 있는데, 배시시 웃음이 났다. 좋은 꿈이니까 혹시나 기운이 새어나갈까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퇴근을 하면 꿈에 대해 적어둬야지 했는데, 두 번 다 그러질 못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아서 그런지 꿈 하나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에이. 정말 기분 좋은 꿈이었는데. 그래도 하나의 꿈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춘천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이었다.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는 물고기를 낚아채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있는 곰들을 봤다. 곰들이 웃고 있었다. 눈들도 가득 쌓여 있었다. 버스 안에서 여기가 천국인가 생각했다. 지난 주 토요일, 병원에서 점을 빼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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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4. 7. 1. 23:24
유월. 유월에도 통닭을 먹었다. 차장님이 궁금해 한 맥주. 진한 맛이었고, 진한 도수였다. 흐린 날씨가 되면 마음이 기분 좋게 심란해진다. 맥주친구가 알려준 굉장히 쉽지만, 굉장히 맛있는 하선전 레시피.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보기 전에 먹은 고등어 구이와 멍게 비빔밥. 동생이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새벽에 첫차 타고 마중나갔다. 공항 가서 커피도 마셨다. 혼자 처음 가게에 가서 술 마신 날, 갑자기 비가 왔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삼겹살을 먹자고 했다. 요즘에는 우체통이 보인다. 여행책만 있는, 커피도 파는 도서관에 갔다. 이쁜 것들이 많았지만, 너무 비싸 책만 보고 왔다. 한 국가의 여행책들이 같은 칸에 모여 있다. 귀여운 만화가도 발견했다. 가벼운 트레킹이라 했는데, 그럴거라 믿었는데,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