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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더스 - Winter_U2
    극장에가다 2010. 5. 9. 21:23



        극 중 그레이스, 그러니까 나탈리 포트만은 남편이 파병 가기 전에 남긴 편지를 읽지 않고 침대 옆 서랍에 넣어둔다. 그 편지는 샘, 그러니까 토비 맥과이어가 파병 가기 전, 만일의 경우,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써두었던 편지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가 발생했다. 그레이스는 거품목욕을 한 직후, 이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남편의 동료가 그 편지를 전해줬다. 그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돌아와 서랍 안에 그 편지를 넣어두기만 했다. 하얗고 커다란 편지봉투의 겉면에는 'Grace'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줄곧 잠만 잤다. 때때로 울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웃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시간이 갔다. 겨울은 여전히 추웠고, 시동생은 그녀를 위해 부엌을 개조해줬다. 그렇게 남편이 없는 시간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 때 그녀는 부엌에 있었다.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 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 정말 남편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아니기도 했다. 샘, 그러니까 토비 맥과이어는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고, 그 일들은 샘을 질식할 것 같이 만들었다. 그는 말랐고, 눈동자는 비어있었고, 늘 무언가를 경계했다. 정말, 그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편이 더이상 예전의 남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레이스는 서랍을 연다. 'Grace'라고 적힌 편지를 꺼낸다. 그리고 그 편지를 읽는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때 그녀가 많이 울었다.

        그러니까, 그레이스에게도 어떤 시절이 가고 있었다. 그건 샘에게도 마찬가지.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인생이란 뒤돌아서 걷는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레이스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샘에게, 그녀의 가족에게 어떤 시절이 가고 있다는 걸.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걸. 행복했던 그 시절의 샘이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녀는 샘의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그 시절의 샘은 없으니까. 단지 그 편지 속에 존재할 뿐이니까. 그래도, 그래도. 그건 샘의 잘못이 아니므로, 우리는 치유될 수 있는 인간이므로(나는 그렇게 믿는다), 샘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으므로. 그 시절의 샘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또 다른 시절의 샘이 존재할 것이므로. 그가, 우리가, 그들이, 빨리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샘이 그렇게 되어버린 건, 정말 누구의 잘못일까.

        좋은 영화. 응, 좋은 영화였다. 나탈리 포트만이 어찌나 예쁜지. 정말 '잘' 나이 들어가고 있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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