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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
    모퉁이다방 2009. 1. 24. 18:40

        내게는 <나무>라는 제목의 책이 있어요. 지난 여름 즈음에 이벤트로 받은 책인데,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 일단 표지 전체가 나무 사진이예요. 튼튼해보이는 까만 나무 기둥과 싱싱한 초록잎이 그득한 사진이예요. 표지만 보고 있어도 이 나무들의 기운이 내게 전해지는 듯한 기분, 산림욕하는 듯한 기분이에요.

        어제는 아주 추운 날이었잖아요. 자판기 옆에 서서 화장실 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창 밖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그 책 생각이 나는 거예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책 속 어떤 나무 생각이었죠. 여름에 그 나무들을 한참 들여다보다 사진도, 짧은 글귀도 너무나 예뻐 노란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들여다보았던 나무가 있거든요. 그래서 화장실을 다녀온 누군가에게 말했죠. 오늘 집에 가면 그 나무를 찾아봐야겠어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저는 오늘 밤차로 할머니 댁에 내려가요. 게으른 탓에 버스 예매는 당연히 못 했고, 부랴부랴 뒤져보니 그 근처가는 차가 다행히 심야로 있어서 그걸 타고 내려갈 거예요. 아침에 도착할 거고, 그럼 바다가 있는 고향에서 달려온 엄마가 마중을 나와 있을 거예요. 작년 추석 때도 그랬거든요. 만나서 함께 김밥에 장국을 나눠 먹고 할머니댁으로 갔어요. 만일 엄마가 늦게 도착하면 우린 지친 몸을 이끌고 빨리 연 커피가게를 찾아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숙모들과 함께 할머니의 땡땡이 바지를 입고 전을 부칠 거예요. 막내 숙모는 꼭 명절 음식 만들 때 냉동실에 살짝 얼려둔 콜라를 마셔줘야해요.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매번 감탄하며 말씀하세요. 올해도 그 맛난 콜라를 마실테죠. 아. 이번 설날에는 밀가루를 빼먹지 않겠어요. 고구마 튀김을 하는데 작년에 밀가루를 버무리는 걸 깜빡한 거예요. 그래서 모양이 예쁘지 않게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드실 건데 말이예요.

        1시간 걸리는 곳에 성묘도 갈 거예요. 올해는 아주 추운 설날이 될테니까 그곳에서 밥을 못 먹을 것 같아요. 늘 한 가득 비빔밥을 싸 가서 할아버지 옆에서 밥을 먹었거든요. 그 곳에서 먹는 밥이 아주 꿀맛인데, 올해는 그러기엔 너무 추울 것 같애요. 눈이 잘 오지 않는 고향에서도 눈이 온다니까. 그리고 부르마블과 루미큐브를 해 주고, 편안하게 누워서 티비를 보면서 연휴를 보내겠죠. 지금 막 연휴 마지막날 오전 차로 예매해뒀으니깐, 10시쯤 할머니댁에서 나올 거고, 할머니는 또 어김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셔서 고생해라, 그러시겠죠. 난 무뚝뚝한 손녀라 그런 할머니를 안아드리지 못하는데, 저번 추석 때는 둘째 동생이 그런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드리는 거예요. 정말 좋았어요. 

        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긴 <나무>라는 책에 있는 물푸레나무 이야기였는데, 또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네요. 그 나무가요 이름이 물푸레 나무예요. 이 책은 나무 사진이 월별로 있는데, 물푸레나무 사진은 3월 사진이예요. 봄이요. 아, 봄. 물푸레나무의 설명은 이래요.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과



       이름의 느낌처럼 푸른 잎이 얼마나 푸르고 싱그러운지 눈이 부실 지경이지만, 정작 이름은 가지를 꺽어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우러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봄이 되면 새로 자란 어린 가지 끝에 작은 꽃이 피는데 워낙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갈색의 열매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아. 몇 번을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예요. 사진도 그렇구요. 정말 그래요. 지금은 아주 추운 겨울이지만, 제가 30여 년을 지켜본 결과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고, 어제보다 오늘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빨리 가는 법이니까 곧 봄이 올 거예요. 눈이 오지 않고, 따듯해지고, 꽃이 피는 계절이 올 거예요. 전 그 눈부심을 한 때는 무척 싫어했지만, 이제는 좋으네요. 나이가 들수록 봄도 좋고, 가을도 좋고, 겨울은 더더욱 좋아요. 여름은 아직까지는 좋다고 말하긴 그렇고, 괜찮아지긴 했어요. 그래도 더운 건 너무 싫어요. 아무튼 봄이 오면 이 나무들을 길가에서 산에서 볼 수 있겠죠.

        이 책을 자꾸 들여다보는 이유는 나무의 푸른 잎에 머무는 햇살때문이에요. 사진에 햇살들이 잔뜩 머물러 있거든요. 그 느낌이 좋아요. 따스하고.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햇살과 나뭇잎이 정말 잘 어울리는 거죠. 봄이 오면, 인간극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남난희씨처럼 산에 올라가 커다란 나무 기둥을 붙잡고 물 흐르는 소릴 들을 거예요. 올해는 꼭 그렇게 해 볼래요. 그 기운을 받을래요. 그러니까요. 이렇게나 말이 길어졌지만, 제 말은 새해 복 많이많이, 아주 듬뿍, 넘치게 받으시라는 거예요. 아주 많이. 맛난 것도 많이 먹구요. 행복한 설날 보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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