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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고독
    모퉁이다방 2009. 2. 2. 21:44

        저녁 7시즈음. 지하철 안에 있었다. 뭔가가 마음 속에 툭 걸린 느낌. 내 안에 꾸역꾸역 집어넣은 몇 가지 생각들을 한 번, 두 번, 세 번 곱씹어낼수록 마음이 아파왔다. 그러다 7시 반 즈음이었겠지. 한 정거장 먼저 내렸다. 매일 걸어다니는 그 길. 초등학교가 있는 한적한 길을 걸어오는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잘 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잘 살고 있는게 아니다는 생각. 슬펐다. 마음이 아프고. 언젠가 내게 니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냐고 물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너는 잘 살고 있지 않다고 말해주던 책들이 생각났다. 아직도 그러고 있냐고 꾸짖던 신문 기사들이 생각났다. 제발 좀 잘 살아보라고 소리치던 음악. 아니. 그래 음악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한 순간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음악을 들었다. 이소라의 8번째 노래.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스위트피의 너의 의미. 슬픔은 간이역에 코스모스로 피고. 언젠가 누군가 내게 내가 너무 '센서티브'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예민하다거나, 민감하다고 말하지 않고 '센서티브'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다시 7시 반 즈음.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초등학교가 있는 한적한 길을 걷고 있을 즈음. 이소라의 8번째 노래와 스위트피의 너의 의미를 듣고 있을 즈음. 어떤 표현이 떠올랐다. '따뜻한 고독'. 오늘 아침 내가 읽었던 문장 속에 있던 표현. 따뜻한 고독. 따뜻한 고독. 이 단어를 마음 속에 집어 넣고 곱씹었다. 아. 조금 괜찮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따뜻한 고독. 그 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람 얼굴을 닮은 개가 지나가고, 그 길에 일방통행의 표지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면서, 나도 따뜻한 고독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눈물이 날 뻔 했다. 따뜻한 고독,이란 말이 너무 따스해서. 고독,이라는 쓸쓸한 단어가 들어가는데 쓸쓸하지가 않아서. 외롭지가 않아서. 그야말로 따뜻하기만 해서.

        그리고 그 문장들을 옮겨본다. 울지 않기 위해서. 

     
       그 문장들을 옮겨는데 키보드에서 들리는 따딱따딱 소리. 내가 틀어놓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 토닥토닥. 토닥토닥. 토닥토닥. 스이카. 섹시보이스앤로보가 생각나는 밤. 벌써 9시 반이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푹 자야지. 행복한 꿈을 꿔야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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