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1 구월의 책, 밑줄긋기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홍인혜 지음/달 창가에 있는 빨간 소파에 걸터앉아 책을 읽다가 문득 목이 말라 곁에 두고 마시는 물통을 흘끗 바라본다. 말간 물이 반쯤 차 있는데 어쩐지 물이 해갈해줄 갈증은 아니다. 주머니에 1파운드짜리 동전 서너 개를 대충 챙겨 넣고, 읽던 페이지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 옆구리에 낀 채 집 밖으로 나선다. 슬리퍼를 신고 쉬엄쉬엄 걸어가도 3분 거리에 펍이 있다. 수없이 열었던 갈색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 수없이 시켰던 맥주를 시킨다. 정성스레 따라 준 맥주를 조심스레 받아들고 종종걸음으로 구석 자리로 가 앉는다. 손가락을 찔러 넣었던 페이지를 그대로 열어 아까 읽던 구절을 찾는다. 더듬더듬 단어를 헤매며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머릿속엔 문장이, 입안엔 맥주가 쏟아져 들.. 2011. 9.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