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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0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그러고 보니 십일월 첫날이었네. 충무로에서 영화 을 보았다. 조림이는 니카라과로 가기 전에 롤랑 바르트의 를 함께 읽자고 했다. 조림이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특히 일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에는 책을 다 읽은 후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책 생각이 났다. 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이다. 일기는 2년 뒤에 끝났고, 6개월 뒤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사망한다. 그는 일기에 생전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그녀가 이제 곁에 없음을 슬퍼했다. 영화 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이 죽은 이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남은 이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의 모습을 마주하고, 과거에 함께한 이야기를 나눈다. 남은 자는 죽은 이의 모습.. 2017. 11. 12.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며칠 전, 예스24와 비씨카드가 만든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들었다. 팟캐스트는 주로 불광천 길을 걸으면서 듣는다.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김하나와 김동영이 번갈아서 진행을 하는데, 김동영 편에 뮤지션 오지은이 나왔다. 둘이서 앞으로 나올 책 이야기를 하는데, 오지은이 말했다. 내 식대로 요약을 하자면 이렇다. 왜 나는 여행을 가서도 마냥 행복하지 않은가, 그런 감정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쓰고 있다고 했다. 지금 글이 잘 진행되지 않아 괴롭다고 했는데, 방송을 듣고 이 책을 기다리게 되었다. 저도 그래요, 왜 그런가요, 알려주세요, 오지은님, 이런 심정이랄까. 김동영도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친해서 그런지 이야기하는 게 꽤 재밌었다. 지난 추석에는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한수희.. 2017. 11. 11.
오후를 찾아요 한밤중의 SNS 탐독은 위험하다. 그곳에는 넘치게 잘 사는 사람들 뿐이고, 한밤중의 나는 부족하고 부족한 사람이 된다. 의 김민철 SNS에 올려진 책 추천글을 보고, 저자의 SNS로 넘어갔다. 그곳엔 고운 아내와 귀여운 딸, 자상한 남편, 아름다운 집이 있었다. 모두 따뜻한 사진들에 담겨 있었다. 다음날 그 분위기를 계속 떠올리다가 결국 책을 주문했다. 제목이 . 언젠가부터 현실적인 이유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없어져 버린 오후. 그 오후를 온전히 찾을 수 있었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이다. 여행지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좀더 많았으면 싶었고, 눈이 엄청나게 쌓인 한겨울의 시라카와고에 가고 싶어졌다. 중간중간 멈칫, 하게 되는 문장들이 있었다. - ... 어제부터 아빠와 따로 살게 되었다고 털어놓던 친구가,.. 2017. 10. 24.
아름다움에 병든 자 시인은 인도에 갔다. 시인의 꿈이었다. 인도에 가는 일이. 시인은 인도에 가서 보고, 생각하고, 보고, 생각했다. 지난 일들에 대해 생각했고, 지금의 일들도 생각했고, 때로는 앞으로의 일들도 생각했다. 시인은 돌아왔고, 얼마 뒤 다시 인도에 왔다. 시인은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한 해 만에 다시 인도에 왔다." 김연수의 추천글을 읽고, 출간되었을 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어느 날 다른 책들과 함께 주문해 놓고는 가만히 책장에 꽂아두었었다. 2015년 겨울 어느 날, 가만히 꽂혀 있는 하얀 책등을 보게 됐고, 읽을 때라고 생각했다. 기승전결의 여행기를 계속 읽다가, 기승전결이 없는 시인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처음에는 어지러웠다. 무슨 풍경인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러다 삼분의 일 즈.. 201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