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순간의 꽃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여보 나 왔소 모진 겨울 다 갔소 아내 무덤이 조용히 웃는다 * 이런 시들에 포스트잇을 하나 둘 붙이다 시집이 포스트잇으로 너덜너덜해졌다. 박웅현은 이렇게 말했단다. "처음 읽고 줄 친 게 열 개였어요. 그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 개로 늘구요. 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 늘어요. 그런 책입니다." 아, 나는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게 되면 시집 전체에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겠다. 2014. 9. 28. 시 - 당신의 노래 를 보면서 어떤 게임을 생각했다. 한때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자주했던 그 게임. 조그만 종이를 펼쳐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버티는 게임. 그 종이가 반으로 줄어들고, 또 반으로 줄어들고. 종이 위에 선 두 사람은 넉넉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부둥켜 안고, 결국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리고. 그런데 그 위에 짝짓기 프로그램에서처럼 남녀 두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 윤정희만 존재한다. 그 종이는 처음에는 넉넉했다. 그 위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그 종이가 반으로 접히고, 또 반으로 접히고. 환갑이 넘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반으로 접히면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 윤정희도 그걸 안다. 어느 날, 윤정희는 그 종이 위에 쪼그려 앉아 꺼이꺼이 운다. 커다란 치마를 .. 2010. 5.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