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여보 나 왔소
모진 겨울 다 갔소
아내 무덤이 조용히 웃는다
*
이런 시들에 포스트잇을 하나 둘 붙이다 시집이 포스트잇으로 너덜너덜해졌다.
박웅현은 이렇게 말했단다.
"처음 읽고 줄 친 게 열 개였어요. 그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 개로 늘구요. 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 늘어요. 그런 책입니다."
아, 나는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게 되면 시집 전체에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