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1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이 봄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를 불러 세운다. 잠깐만요. 여기 앉아볼래요? 이제부터 내가 아주 긴 노래를 들려줄게요. 나는 얕은 눈보라가 치는 미시령 절벽 위에 서 있다. 눈보라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는다. 무릎을 안고 쪼그려 앉아본다. 까마득하다. 정확히 두 발만 더 내디디면... 그녀를, 그녀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 한강이 긴 노래를 끝낸 날, 어떤 이가 목을 맸다. 그이는 그 날 미시령 고개에 있었던 거다. 두 발 앞이 벼랑이었던 거다. 그이는 그 벼랑의 허공에서 그녀를 보았던 거다. 그녀가 손짓했겠지. 그이는 안심했던 거다. 그리고 발을 내밀었던 거다. 우리는 모두 미시령의 어느 절벽 위에 서 있다. 한강이 아주 긴 노래를 끝내고 떠나고, 나는 얕은 눈보라가 치는 절벽 위에 남았다. 절벽 .. 2010. 3.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