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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버터플라이 - 겉멋만 잔뜩 부린 지루한 스릴러 영화
    극장에가다 2007. 11. 10. 15:54


        <더 버터플라이>에는 없는 것이 많습니다. 스릴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전혀 없구요. 매력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없어요. 그리고 자신 앞에 마주한 허무맹랑한 범죄에 대해서 왜,라며 물음표를 단 고민이 없어요. 그저 질질 끌려 가는 거죠.

       영화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 가정이 있어요. <300>에서 스파르타를 울부짖었던 카리스마 제라르 버틀러(닐 랜달 역)가 남편으로 등장하고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와 어여쁜 딸이 있어요. 영화는 처음부터 아내의 친구를 아침 일찍 집으로 불러들여 저런 남편이 없다, 얼마나 행복한 가정이냐,는 말을 시키며 눈에 너무 보이는 설정을 박아둡니다. 그리고 상사와 별장 약속이 있는 닐과 친구와 하루를 보내기로 한 애비는 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각자 재밌는 시간을 보내자는 다짐이 오고 갈 때 차 뒷좌석에서 우리의 007, 피어스 브로스넌 (톰 라이언 역)이 총을 들고 등장합니다. 그때부터 허무맹랑한 작전을 내리기 시작하는 거죠. 딸을 자신의 공범자가 납치했으니 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한다. 일단 돈을 모조리 인출해라. 남편의 비리가 적힌 서류를 아내가 경쟁사에 가져다줘라. 내가 식사를 할 동안 어떻게든 식사값을 구해와라. 물건을 어디로 가져다줘라. 그리고 마지막에는 너의 상사를 죽여라. 

       참 매력이 없는 스릴러라는 것은 일단 악역으로 나오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전혀 지독한 악역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저 두 부부와 함께 다니는 동료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 온화한 얼굴에서 악함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고 악역인 그가 처음부터 차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등장해서는 계속 그들과 함께 한다는 거예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궁금하기는 커녕 다짜고짜 아무런 단서나 스릴감없이 엉뚱한 미션을 제시하는 통에 지루할 지경이였어요. 그리고 왜 그 범죄의 당사자 닐은 왜,라는 질문을 한번도 하지않다가 마지막에서야 하는 거냔 말입니다. 아무런 흠집없이 자신의 차 뒷좌석에 숨어있었던 톰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비리를 경쟁사에 밀고하고 아내와의 관계마저 어그러뜨리고 있는 그를 두고 왜 한번도 왜, 하필 나에게, 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허둥지둥 말도 안되는 미션들을 화만 내면서 해 나가는지. <올드보이>식의 노트 몇 권으로 이루어진 내게 앙심을 품을만한 사람들의 리스트쯤은 아니더라도, 갑자기 당한 일들이고 정신이 없는 건 이해하겠지만 왜 나한테 이런 미션들을 내리는지 스스로의 과거쯤은 한번 돌이켜봐야 하는 건 아닙니까? 아니면 자신의 현재라두요.

       매력적인 두 배우들에게서 한 줄기의 매력도 발산하지 못하게 하고,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지루한 이 영화는 단 하나의 반전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 반전에서 톰과 미션들의 비밀들은 밝혀지지요. 그런데 이 반전이라는 것도 어쩌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고 (저는 살짝 눈치챘었거든요) 엉뚱한 미션들의 끝에 갑자기 생뚱맞게 던져진 느낌이예요. 자연스럽게 앞의 이야기들과 연결되면서 긴장감을 일으키다가 아이쿠, 이랬구나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다 보여주면서 사실은 지금까지 다 이래서 그런 거였다고 설명해주죠. 이 영화의 원 제목은 <Butterfly on a wheel>이예요. 알렉산더 포프의 시 중에서 'Who breaks a butterfly upon a wheel’라는 문구에서 가져온 것이라는데 영화에 비해서 제목이나 그 의미가 너무 거창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잔뜩 겉멋 부린듯한 느낌이랄까요.

        아, 두 남자배우는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지만 아내역을 맡은 마리아 벨로의 연기는 좋았어요. 역시 이야기가 탄탄해야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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