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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비앙 로즈 -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극장에가다 2007. 11. 14. 13:23

       <라비앙 로즈>는 두 가지를 위한 영화예요. 에디트 삐아르의 명곡 'Non, Je Ne Regrette Rien'과 영화 속에서 에디트를 연기한 배우 마리온 꼬띨라르요. 저는 정말 두 가지에서 소름이 바짝 돋아서 영화를 보는데 자꾸 눈물이 쏟아졌어요.

       우선 영화 <라비앙 로즈>는 에디트의 명곡 'Non, Je Ne Regrette Rien' 이 곡을 위해서 존재하는 영화예요. 영화의 마지막에 에디트는 도저히 몸 상태가 악화되어 무대에 오르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도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관객들의 환호성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오직 노래를 하기 위해 무대 위에 섭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불러요. 나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요. 정말 과거의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요. 다시 시작할 거라면서요. 당신과 함께라면요.

       에디트는 거리생활을 한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겪었어요. 어려운 사정때문에 엄마에게 버림받고 늘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신세였어요. 사랑을 주면 그것들은 그녀에게서 멀리 떠나가 버렸죠. 할머니 가게의 티틴도, 아빠가 일했던 서커스단도, 자신이 딱 한번 진실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던 막셀도. 그녀는 언제나 기도했지만 불꽃 속 그녀를 지켜주었던 성녀님은 때로는 너무 많은 시련을 그녀에게 주었죠. 그래도 그녀는 언제나 노래했어요. 거리의 아픔에 대해, 자신의 벅차오르는 사랑의 충만함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잃어버린 극한의 아픔에 대해. 그렇게 노래로 치유받았고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를 사랑했어요.

       영화는 어린시절부터 말년의 피폐하고 너무나 작아져버린 에디트를 시간의 순서대로가 아닌 왔다갔다 어지럽게 펼쳐놓습니다. 세상을 볼 수 없었던 꼬맹이 에디트에서 마약으로 황폐해져버린 중년의 에디트로 이어지기도 하고, 술주정뱅이 거리의 에디트에서 사랑에 빠져 그 충만감으로 어찌할 줄 모르는 에디트로 이어지기도 해요. 그러다 마지막의 무대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임종을 앞둔 그녀와 마지막 무대의 그녀가 함께 이어지면서 'Non, Je Ne Regrette Rien'가 극장 안 가득히 울려퍼집니다.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라비앙 로즈>를 보면서 좋았던 건 주옥같은 그녀의 명곡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지만 바로 배우 마리온 꼬띨라르의 발견이예요. 그녀의 예전 영화 <러브 미 이프 유 대어>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영화의 포스터로 장미빛으로 채워졌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영화에서 에디트의 노래가 OST로 쓰였었어요. 그저 너무 예쁘게만 느껴졌던 배우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말 놀라워요. 저는 에디트 삐아르의 생전의 모습은 잘 몰라요. 단지 사진으로만, 그리고 그녀의 음성만 노래를 들어서 알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 아, 실제로 에디트가 저렇게 찢어질 듯한 목소리에 어깨는 잔뜩 앞으로 수그리고 다소 마녀같은 웃음소리를 가졌구나 상상이 되요. 그렇게 예뻤던 배우가 이 영화에서 정말 그때 그 영화의 배우였는지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에디트 그 자체로 연기를 합니다. 사진을 찾아봐도 정말 비슷해요. 튀어나온 앞니와 잔뜩 찌푸른 표정들, 늘 화를 내고 늘 소리높여 흥겨워 했던 사람으로요. 정말 이 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완전한 팬이 되어버렸어요.

       에디트의 어린시절 모습들을 보면서 늘 헤어짐을 당했고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이기에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살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 받지 못한 사랑을 그녀는 노래를 하면서 듬뿍 받았지요. 노래 그 자체에서 사랑받고, 노래를 하는 동안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지요. 그래서 그랬나봐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마지막에 말년의 에디트가 뜨개질을 하면서 해변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의 대사들을 고스란히 옮겨적고 싶어졌어요. 좋아하는 색깔과 여자로써 가장 행복했던 순간 등의 질문이 지나가고 질문의 대상이 정확하게 기억나진않지만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이란 질문에 '사랑하세요'라고. 소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하렴'이라고. 그렇게 그녀는 사랑을 하라고 세 번 말하죠. 사랑을 하라구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불렀던 노래를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에디트는 이런 말을 듣죠. 당신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파리에 가 있는 것만 같아요. 당신의 노래는 파리를 품고 있어요. 정말이예요. 저는 한번도 가본 적 없지만 에펠탑 앞에, 세느강 옆에, 몽마르뜨 언덕 위에 내가 앉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노래는 파리를 담고 있어요. 마지막의 'Non, Je Ne Regrette Rien'도 충분히 좋았지만, 저는 진정 사랑했던 연인 막셀을 잃고 그를 그리워하며 불렀던 'L'hymne A L'amour '가 너무 아름답고 아프게 다가왔어요. 들어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열정적인 한 여인의 찢어지는 심장을요.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신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사랑이 매일 아침 내 마음에 넘쳐흐르고 내 몸이 당신의 손 아래서 떨고 있는 한
    세상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 내게는 대단한 일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에요

    만약 당신이 나를 원하신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가겠어요
    금발로 머리를 물들이기라도 하겠어요
    만약 당신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하늘의 달을 따러, 보물을 훔치러 가겠어요

    만약 당신이 원하신다면 조국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겠어요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준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비웃는다 해도 나는 무엇이든 해 내겠어요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고 해도
    만약 당신이 죽어서 먼 곳에 가버린다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겐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거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푸르름 속에서 두 사람을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예요
    이제 아무 문제도 없는 하늘 속에서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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