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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을의 메모들 2 2014.10.25
  2. 시월과 십일월 4 2013.11.29

가을의 메모들

from 모퉁이다방 2014. 10. 25. 08:24

 

 

 

    바야흐로 가을. 추워졌다. 며칠 전에 두꺼운 후드티를 꺼내 입었는데, 앞 주머니에 지난 초봄의 메모가 있었다. 무지에서 파는 에코백에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스탬프로 찍어서 가지고 다닐 생각으로 적어놓은 거였다. 정작 무지에 가보니 가방 끈이 너무 짧아서 쓸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던 계획. 메모에는 헤밍웨이, 카버, 고흐, 서머셋 몸, 앤드류 포터, 호시노 미치오, 위화의 이름이 영어로 씌여져 있었다.

 

    여행은 '나중에 노년이 되어서 시간과 돈이 넉넉할 때 해야지'라고 뒤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라 돈은 비록 빠듯하더라도 젊었을 때 부지런히 다니며 견문을 넓혀야 지적 재산으로 추적되어 세상에 다른 모습으로 재생산될 수 있음을 지우펀에서 배우고 간다. 하루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

- 이건 올해 가을의 메모. <오! 타이완> 21쪽에서 22쪽 사이의 글이다. 뭔가 이 구절을 읽고 설레여져서 적어뒀다.

 

    이번 주 합정의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친구와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불현듯 노란 단풍잎이 우리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떨어졌다. 그 날 친구가 카뮈의 <이방인>을 빌려줬는데 그 나뭇잎을 그대로 책장 사이에 키워뒀다. 오늘 아침 일찍 눈이 뜨여 책을 읽으려고 보니 그 단풍잎이 빳빳하게 잘 눌러져 있었다. 대학교 때는 떨어지는 단풍잎을 손으로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나무 밑에 서 있곤 했는데. 어느새 서른 다섯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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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과 십일월

from 모퉁이다방 2013. 11. 29. 14:41

 

 

그 날의 1차.

 

 

친구가 선물해주며 말했다. 딱 보자마자 내 생각났다고.

 

 

마음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고흐가 생각나서.

 

 

시월에는 향초에 빠졌었다.

 

 

어느 날의 도시락.

 

 

자주 걷는 길.

 

 

카세 료.

 

 

실패하는 날도 있지. 삿포로식 카레 스프였나.

 

 

정체성.

 

 

항정살.

 

 

작은 가게에서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셨다.

 

 

이 초에서는 커피 향이 났다.

 

 

세 박스나 생겼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생각이 났다.

 

 

친구가 집에 초대해 조개국을 끓여줬다. 화이트 와인도 줬다.

 

 

 대하도 구워줬다.

 

 

나는 가을 한정판 맥스 여섯 캔을 사갔다.

 

 

허니와 클로버.

 

 

디비디를 사 놓은 것들이 있는데, 정작 사 놓고 못 보고 있다.

 

 

아침 혹은 오전.

 

 

아이비의 생명력.

 

 

구몬 때문에 모아뒀던 연필을 드디어 '사용하고' 있다. 몽당 연필은 따로 모아두기로 했다.

 

 

친구가 선물해준,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흉내.

 

 

잡채도 만들어 먹었다.

 

 

퇴근 하늘.

 

 

가을에 먹은 빙수. 여름에는 못 먹었네.

 

 

Y언니가 좋아하는 타코몽. 이번엔 오코노모야끼를 먹었는데, 맛났다.

 

 

자정 가까이에 어렵게 찾은 짬뽕집.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좋아하는, 광화문.

 

 

구멍 났다. 열심히 신었다. 

 

 

남대문.

 

 

교보문고에서 산 크리스마스 연필. 이번주에 연필깍이 돌려 뽀족하게 깍았다.

 

 

고객수 3명. 여자 3명. 친절한 영수증.

 

 

내가 본 건 우리 선희였는데.

 

 

겨울엔 라떼.

 

 

군산에 갈 거다.

 

 

분갈이 해줬다. 살 것 같단다.

 

 

곡예사 언니가 울었다고 했던, 조경란 소설.

 

 

우리 선희를 보고 창경궁에 갔다.

 

 

영화 속 장소.

 

 

더 늦기 전에 한, 단풍 구경.

 

 

한 달 전부터 기다려온 옥토훼스트 맥주 축제.

 

 

맥주 인당 만원 무제한. 엄청 마셨다. 맥주 마시는 사람들로 큰 홀이 꽉 찼다. 즐거웠다.

 

 

큰 맘 먹고 산 텀블러. 통이 넓어 손이 쑥 들어간다. 설거지할 때 매우 좋다.

 

 

언젠가부터 영수증을 꼭 받아온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볼 때마다 뭔가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비오는 토요일에 혼자 보러 갔다. 나 말고 관객 두 명이 더 있었다.

 

 

카페 커피 마시고 싶다고 그냥 한 마디 했는데, 일부러 가서 사다주셨다.

 

 

오늘, 경의선에서 처음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잘 자란다. 새로 돋아난 작은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두면 되나.

 

 

드디어 먹었다. 치킨 순위 1위. 비비큐 황금 올리브 치킨.

 

 

합정에 좋은 2차집 발견. 무조림이 정말 맛있었다. 몇 개월 만에 소주 마심.

 

 

시월과 십일월의 사진들. 십일월도 내일이면 끝.

십이월이 온다. 이천십사년이 온다. 서른다... 읔. 온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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