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한여름의 판타지아 GV
    극장에가다 2015. 6. 20. 21:48

     

     

     

       이와세 료가 내한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가 보고 싶었다는 친구와 함께 명동에 갔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었다. 영화를 두 번쨰 보니, 여자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됐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굉장히 로맨틱하다. 여자는 여행을 왔고, 남자는 그곳에 살고 있다. 남자는 처음부터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다. 여자는 한국에 남자친구가 있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사이가 좋지 않다. 함께 시간을 보낸 이틀째 되는 날 밤, 술을 마시다 여자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남자는 무척 아쉬워 하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다. 사실 남자의 마음은 처음부터 보였지만 그렇게 입밖으로 내뱉은 건 처음이다.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여러 번 고개를 젓는다. 여자는 처음부터 그랬다. 남자가 자신이 말린 감을 선물로 주는데도 여러 번 거절을 한 뒤에 하나만 받았다. 여자가 <봄날은 간다>의 은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봄날은 간다>도 그랬다. 처음 봤을 땐 은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꽤 지난 후 다시 보니 이해가 됐다. 여자들은 알았다. 이 사랑이 내내 달콤할 수 없으리라는 걸. 여자들은 현재에 집중했고, 남자들은 달콤한 미래까지 생각했다.

     

       이 날의 GV는 실망스러운 면이 좀 있었는데, 그래도 배우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첫번째 에피소드처럼, 감독은 영화제에서 제안이 들어와 일본의 특정 지역에서 찍을 영화를 구상해야 했고, 실제 고조시에 취재 여행을 왔다고 한다. 일본의 영화제에서 일본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2년 전에 찍은 영화라 매일 GV를 하면서 기억들을 더듬어 가고 있다고 했다. 영화가 이렇게 사랑을 받아 정말 고맙다고, 모두들 신이 나서 매일매일 관객들의 반응을 찾아본다고 했다. 배우들도, 감독도, 우리도 모두 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혜리 기자가 한 말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이 영화가 통풍이 잘 되는 집과 같다고 한 표현이었다. 문이 많은 집. 바람이 이쪽 문에서 흘러들어와 저쪽 문으로 시원하게 빠져 나가는 집. 그래서 어떤 생각도, 어떤 상상도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집. 이 표현이 근사해서, 자꾸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 집에 나와 당신이 앉아 있는 순간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