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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뢰한
    극장에가다 2015. 5. 27. 01:11

     

     

     

       5월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한번 나열해보라고 하면 별 게 없는데, 뭔가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만 같다. 오늘, 아니 어제는 혼자서 <무뢰한>을 봤다. 괜히 바로 집에 들어가기 싫더라. 요즘 해가 길어지니 자주 이런다. 보고 나니 개봉일이 오늘이었다. 내 생일날 첫선을 보이는 영화. 그러니까 영화도 나도 전야제였던 셈이다. 전도연이 김남길과 하룻밤을 보내고 잡채를 만들어서 소주와 함께 아침밥을 먹는 장면이 있었다. 김남길이 민낯의 전도연에게 그런다. 우리 그냥 같이 살까. 전도연이 진심이냐고 묻는데, 김남길은 진지하게 전도연을 바라보다가 표정을 바꾸고 그냥 해본 말이라고 한다. 그때 전도연의 표정. 한순간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랬던 마음과 그럼 그렇지, 그럴리가 없지 하는 마음. 그 목이 메는 절망의 찰나가 민낯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짧은 1여 분 동안. 정말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전도연이란 배우는 김혜경이라는 여자를 얼마만큼 사랑한 걸까. 영화가 끝나고 배우 전도연이 한 말. 누군가가 내게 무뢰한일 수 있듯, 나도 누군가에게 무뢰한일 수 있다는 말. 오승욱 감독이 한 말. 언젠가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먹고 싶어지면 이 영화를 기억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겠다는 말. 김남길이 한 말. 자신은 영화를 보고나서 술과 담배가 무지하게 생각났다는 말. 정말 영화를 보고 나면, 쓴 소주에 진한 국물이 생각난다. 늘 술에 취해 밝아오는 새벽거리를 하이힐을 신은 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 불안하게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한 여자를 닮은 아파트 풍경.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영화는 별로였는데, 몇몇 장면들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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