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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서재를쌓다 2015. 6. 15. 22:14

     

     

     

        올해 포르투갈을 못 가게 된다면 마카오라도 가자고 결심했었다. 뭔가를 검색하다가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알았고, 마카오에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여럿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마카오는 카지노가 다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막 열의에 차서 마카오 책을 찾았는데, 마카오만 소개된 책은 없고, 홍콩과 마카오가 함께 소개된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사람들이 다 가는 곳 말고 좀더 특별한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구입한 책이다.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책. 이 책을 읽고 홍콩이라는 도시는 물론이고 주성철이라는 사람에 빠졌다. 정말 심한 홍콩영화 덕후인데, 뭐랄까. 그 열정이 부러운 사람이랄까. 영화를 보다 인상적인 곳을 발견하면 크레딧의 장소협찬지를 캡쳐해 두고 그 곳을 검색해서 찾아가는 식이다. 그렇게 찾아간 홍콩에서 똑같은 장소를 발견하면 뛸 듯이 기뻐하고, 그 장소에 있었던 캐릭터들을 생각하고, 배우들을 생각하고, 세월이 흘러 변해버린 곳에 가게 되면 너무나 아쉬워하고. 주성철의 장국영과 양조위에 대한 사랑이 무척이나 각별한데, 이 책을 읽다가 맥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지하철 안에서 장국영에 대한 글을 읽다 울어버린 적도 있다. 장국영 이야기로만 책을 따로 출간했던데, 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장국영 책에 대한 이동진의 추천사. "주성철 기자의 글은 늘 흥미롭다. 그게 홍콩영화와 관련된 글이면 더욱 그렇다(그가 중국어 혹은 광동어에 능통하지 않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홍콩 영화와 배우들의 인기가 굉장했을 때도 있었는데, 예전 생각도 많이 났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나도 홍콩 영화를 꽤 많이 봤더라. 주성치 영화를 보면서 정말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여명과 서기도 그때 참 좋아했더랬다. 장만옥은 나이 들어가면서 더 좋아진 배우. 좋았다. 이 책이 여러 추억을 일깨워주었다. 몇 편은 다시 봐야겠다. 으아, 추억 돋는다.

     

      

    . . .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일 때문에 싱가폴로 떠나게 된 양조위는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장만옥에게 묻는다. "나에게 티켓 한 장이 있다면,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하지만 장만옥은 거기에 응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4년 뒤, 앙코르와트를 찾은 양조위는 사원의 구멍 속에 자신의 못다 한 오랜 사랑을 봉인한다. (p.15)

    - 골드핀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기. 꼭 겨자 소스에 찍어 먹어야지.

     

       <중경삼림>의 모든 주인공들은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금성무는 허탈한 마음에 자정이 지나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를 막 뛰어오르고,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스튜어디스 주가령과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의 남자 친구 양조위 모두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요리를 하고 밖을 내다보며 그렇게 잠든다. 장장 80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인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중경삼림>이 촬영되던 당시 막 운행을 시작했었다. 그 속도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마치 눈앞으로 영화 슬라이드쇼가 펼쳐지는 것 같은 근사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누구나 <중경삼림>에서 양조위의 집을 훔쳐보던 왕정문처럼 고개를 숙이고 스쳐 지나는 창문과 그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의 앞뒤로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내 곁을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현지인과 관광객 그렇게 모두 뒤섞여 일렬로 한 방향만을 바라본다. 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일까. <2046>에서 양조위는 말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스쳤다면 우리의 인연도 달라졌을까?" (p.58-59)

     

    . . . 프랑스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1999년 장만옥에 대한 특집호에서 이렇게 썼다. "장만옥은 홍콩의 비 오는 밤과 같다. 그녀는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p. 64)

     

    . . . 스탠튼 바 앞은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모여 맥주 한 병을 들고 서로 친구가 되는 곳이다. 늘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꼭 스탠튼 바 옆 계단에 컬터앉아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오는 사람들의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맥주 한 병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정말 주변 계단에 걸터앉은 모든 사람들이 한마디씩 걸어왔다. 여행자의 들뜬 마음을 만끽하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나 할까. (p. 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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