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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맨
    극장에가다 2015. 3. 18. 22:40

     

     

     

        <버드맨>을 봤다. 이 영화를 <위플래쉬>를 보기 전에 봤으면 좋았을 걸. <위플래쉬>가 너무 강력해서 <버드맨>을 보고는 다른 사람들의 평처럼 그렇게 커다란 어떤 것이 느껴지질 않았다. 나는 원래 천만 영화도 초반에 보지 않으면 보지 않는 편이다. 이상하게 남들이 그렇게 많이 보고 좋다하는 영화는 보기가 싫다. 보기도 전에 나도 좋아해야 할 것 같은 강제적인 느낌도 들고, 보고 정말 좋았는데 정말 좋은 그 느낌이 왠지 휩쓸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놓친 영화들이 꽤 있다. <버드맨>은 아카데미에서 상도 탔고, 평도 워낙들 좋으니 이미 영화를 보기 전부터 천만 영화를 천만의 한국인이 본 뒤에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러니 영화는 무조건 개봉주에 봐야함. 뭐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마음에 쏙 들었으면, 완전 좋은 영화, 내 인생의 영화, 이랬겠지만. <버드맨>은 그냥, 괜찮았다. 그런데 그냥, 괜찮았다고 말하면 왠지 내 옆옆자리에 앉았던 여자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영화를 본 날은 토요일이었고, 화이트 데이였다. 시간도 데이트하기 좋은 오후 시간. 나는 앞에서 다섯 번째 줄에 앉았는데, 내 옆 자리는 비었고 그 옆자리에 여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 옆자리에 남자가 한 명 들어왔다. 그 남자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영화 시작 직전에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와 그 옆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는데 흐뭇했다. 이런 화이트데이스럽지 않은 라인이라니. 내가 그 라인의 가장 가장자리에 앉아 있고. 이제 영화는 다섯번째 줄에서만 보리라.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내 옆옆의 여자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큰 소리로. 그리고 웃기지도 않은 장면에서 웃어대기 시작하는데 정말 이상한 소리였다. 일단 소리가 무척 컸고, 내가 영화 왠만큼 아는데 저 장면 완전 블랙코미디잖아. 니네는 저게 안 웃겨? 블랙코미디 몰라? 니네 영화 잘 모르는구나. 우씨. 이런 느낌의 웃음소리였다. 그런 혼잣말과 웃음소리가 영화 상영 내내 계속 이어졌다. 정말 용기를 내어 딱 한번 여자를 째려봤다. 내가 째려본다는 거 알았을까. 자기 안방에서 보는 것 같이 영화를 보던 영화가.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 여자'와 '프리뷰'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정말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프리뷰는 실수를 해도 아무 상관없는 무대라고 생각하는 걸까? 싼값에 보기 때문에? 딱- 본 상연부터 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프리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의 결말에 대한 해석보다 그게 더 궁금했다. 요즘 나오미 왓츠를 계속 만나고 있다. <세인트 빈센트>에는 발음 이상한 외국인 창녀로 나왔는데, <버드맨>에서 또 만났네. 본 영화 전에 예고편이 나왔는데, 리즈 위더스푼의 새 영화가 있었다. 이 배우, 제대로 나이 들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와일드>도 무척 좋았는데, 이번 영화도 기대된다. 이쁘다. <금발이 너무해> 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는데. 이 여자, 멋지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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