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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트 뷰티
    극장에가다 2014. 6. 29. 12:19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영화가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단 한 편의 소설로 성공한 뒤, 다음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남자가 있다. 남자는 세 명의 여자를 만난다. 첫 번째 여자는 첫사랑. 두 번째 여자는 친구의 딸인 스트립 댄서. 세 번째 여자는 104살의 수녀. 첫 번째 여자. 첫사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듣는다.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는데, 그 주름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진짜 슬픔이었다. 두 번째 여자. 병을 치료하느라 번 돈을 다 썼던 스트립 댄서로 그보다 먼저 죽는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알아 차릴 수 있는 여자였다. 세 번째 여자. 104살의 이가 다 빠진 수녀가 홍학떼가 남자 집의 테라스로 몰려들던 믿을 수 없이 신비로웠던 새벽에 그에게 묻는다. 왜 소설을 더 쓰지 않았죠? 그녀는 그의 첫 번째 소설을 무척 좋아했다. 그가 말한다. 평생 아름다움을 찾아 헤맸어요.

     

        남자는 화려한 파티가 끝난 후, 차려입은 양복의 매무새를 바로 잡은 뒤에 로마의 아침 거리를 혼자 걸었다. 조용한 아침을 산책했다. 평생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남자.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로마의 진짜 아침 풍경이 펼쳐졌다. 남자처럼 나도, 아침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 전 영광의 도시에서 조깅을 하고, 누군가는 다리 위에서 이른 아침의 사랑을 속삭였다. 출근하는 누군가를 태운 버스도 지나갔다. 이 아침에, 혹은 이 아침이 지난 후 남자는, 아니 누군가는 새 소설의 첫 문장을 쓸 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산다. 매일 아침은 온다. 첫 문장을 쓸 수 있는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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