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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서재를쌓다 2014. 2. 5. 22:32

     

     

       생각해보니 이번 겨울에는 주로 먹는 이야기를 읽었다. 음식 이야기를 읽으면 왜 이렇게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에서 '하루키 레시피'를 팔로우했다. 하루키의 작품 속 레시피들을 트윗해주는데, 오늘은 이런 트윗이 올라왔다. "후카에리는 얼그레이를 마시고 토스트에 딸기잼을 발라 먹었다. 그녀는 마치 옷의 주름을 그리는 렘브란트처럼 주의깊게 시간을 들여 토스트에 잼을 발랐다." <1Q84>의 문장이란다. 먹는 이야기를 쓴 책 뿐만 아니라 먹는 이야기를 하는 영상도 좋아한다. <한국인의 밥상>을 즐겨보는데, 얼마 전에 못생긴 생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보는 내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속초에 갔을 때 '도치알탕'이라는 간판을 봤는데, 그저그런 알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야 알탕마니아) <한국인의 밥상>을 보니 보통 알탕이 아니었다. 물컹물컹하게 복어의 배를 닮은 볼록하고 못생긴 생선이 도치였는데 배를 갈라보니 볼록한 것이 모조리 알이었다. 헉. 그 알로 두부도 만들어 먹고, 탕도 만들어 먹고 한단다. 못생긴 고기 편에서는 동해의 시원한 바다도 보고, 그 짠내도 실컷 맡을 수 있었다. 보면서 완전 신났다.

     

       박찬일의 책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군산에 하루에 30분만 볶음밥을 파는 중국집이 있다는 걸 알았다. 볶음밥은 윅을 휘두르는 팔 힘 맛이란다. 그러니까 불 맛이란다. 그런데 그 집 주방장이 이제는 늙어 하루종일 윅을 휘두를 팔 힘이 없어 딱 30분만 볶음밥을 판단다.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모양은 그냥 그런 볶음밥이던데 맛이 끝내주나 보다. 다음 군산 여행 때 도전해 볼 것 추가. 보슬보슬한 흰 밥에 김이 솔솔 나는 병어 조림, 평일 오후 건강한 육체노동자가 먹는 자장면 곱배기, 사각거리는 수박에 바늘로 잘게 뽀갠 얼음, 촉촉하게 익은 꼬막살, 미디엄 웰던에서 레어까지 노른자 층위가 만들어진 달걀프라이, 둥그런 밀가루 전병 속에 리코타 치즈 크림을 채운, 영화 <대부>에서 사람을 죽이고서도 챙긴 과자 카놀리, 소박하지만 진짜 서해안의 갯벌 맛을 다부지게 보여주는 바지락 칼국수, C의 두툼한 진짜 민어회까지. 음식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다. 재미나게 읽었다. 다음은 만화책이다. 빌려뒀다. <오무라이스 잼잼>.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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