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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시다 슈이치
    서재를쌓다 2013. 12. 9. 23:24

     

       오늘도 엄청난 시간에 퇴근을 했다. 야근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긴 야근을 하고 있으면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일하고 집에 가서 씻고 자고 다시 출근한다. 어떤 날은 칼퇴를 하지만, 어떤 날은 야근을 하고, 주말이면 피곤이 쌓이고.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내 사무실에 틀어 박혀 계절 가는 것도 제대로 못 보고, 첫 눈이 펑펑 오는 것도 못 봤다. 오늘 야근을 하면서 주말에 만난 한 남자 생각을 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선택한 그 직업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 일을 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68년 생.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말랐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친절했다. 이번엔 북유럽 풍의 작은 컵받침을 선물했는데, 그 받침을 쓰려나. 커피를 맛있게 담은 단단한 머그컵 위에 올려지면 좋을텐데. 자신의 집, 자신의 방에서만 글을 쓰는 그의 책상 위에 올려지면 좋을텐데. 그는 수영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한다. 어제 헌책방에 들렀는데 그의 책이 두 권 있었다. 한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거라 샀고, 한 권은 아직 못 읽은 그의 데뷔작이라 샀다. 각각 삼천 오백원. 곡예사 언니는 <요노스케 이야기>에도 사인을 받았다.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하면서. 어떤 아이는 좋아하는 구절에 붙인 포스트잇이 가득한 책을 내밀어 그를 감동시켰고, 내 앞에 있던 어떤 남자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쓰는 걸 동영상으로 찍었다. (나도 따라서 찍었는데 각도가 영) 어떤 아이는 손글씨 편지를 내밀었다. 커다란 종이가방 선물도 있었다. 대부분 여자였는데, 남자도 몇 명 있었다. 혼자 온 학생임이 분명한 그 아이는 사인을 받으면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요노스케 이야기>가 없다. 분명히 샀는데. 알라딘 주문 내역에도 있는데. 팔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간 걸까.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했는데. 영화는 개봉하면 좋겠다. 어쨌든 결론은, 야근이 싫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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