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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 가족
    극장에가다 2013. 5. 14. 23:35

     

     

      

        언제나 그렇지만 일요일 저녁은 우울하다. 그렇기에 월요일도 우울하다. 월요일이 지나면 그럭저럭 괜찮아지지만, 월요일은 대부분 우울한 기운에 취해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칼퇴하는 월요일이면, 상암CGV 시간표를 검색해본다. 이번 주에도 7시 10분에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고령화 가족>. 이번에는 7시 10분이라 여유가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해 혼자 앉아도 방해받지 않을 자리로 예매를 하고, 현대카드 2000원 할인을 받았다. 매점에서 핫도그와 생맥주를 샀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핫도그를 먹으면서 광고를 봤다. 영화가 시작하고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오늘, 결국 동생을 기다렸다 집 앞 정육점에서 고기를 샀다. 동생이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소고기를 조금 사고, 나는 대패삼겹살을 조금 샀다. 동생이 인심 썼다며 아껴두었던 와인을 땄다. 이태원에 가서 어렵게 사가지고 온 프랑스 와인이라 했다. 나는 참기름장을 만들었고, 동생은 그냥 소금에 찍어 먹었다. 깻잎을 몇 잎 씼었고, 마늘은 귀찮아서 생략.

     

        나는 불편한 사람이랑 밥을 잘 먹질 못하겠다. 지지난달에 소개팅을 했는데, 그 사람이랑 도저히 밥을 먹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술만 함께 마셨다. 처음에는 소세지에 맥주를 했고, 두번째에는 족발에 막걸리를 마셨다. 내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은, 편안한 사람, 함께 한 시간이 믿음직한 사람, 괜찮은 사람. 물론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먹는 사람도 있긴 있다. <고령화 가족>은 그런 이야기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 편안한 사람, (겉으론 안 그럴지 몰라도) 함께 한 시간이 믿음직한 사람, 괜찮은 사람. 영화 속에서 엄마는 닭죽을 끓이고 자식들은 그 닭과 죽을 나눠 먹는다. 엄마가 돈을 벌어와 고기를 굽고, 자식들은 그걸 잘도 받아 먹는다. 엄마가 두부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에, 숟가락을 넣고 함께 국물을 나눠 먹는 사이. 식구. 영화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장바구니가 꽉 찼다. 천명관의 책을 <고령화 가족>으로 시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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