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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스트 앤 본
    극장에가다 2013. 5. 6. 22:56

     

     

     

        요즘 사무실 분위기가 안 좋다. 오후에도 일이 적어 넉넉하게 칼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 상암CGV 상영시간표를 검색해봤다. <러스트 앤 본> 6시 50분 상영이 있다. 자유로에서 차가 안 막히면 시간 맞춰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45분에 6호선 지하철에 있었는데, 상영시간표 밑의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입장 지연에 따른 관람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 영화는 약 10분 후에 시작됩니다. 볼 수 있겠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내려 뛰었다. 표를 끊고, 너무 배가 고파 간단히 먹을 것도 사고, 화장실도 다녀온 뒤에 입장했더니 딱 영화 시작이다. 얼마만에 보는 월요일의 영화인가.

     

        이 영화는 누가 꼭 혼자 보라고 적어 놓은 걸 봤다.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을 테니까 혼자 보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라고. 그런데. 흠. 생각보다 암울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제발, 이라고 빌었다. 젠장, 무슨 인생이 저러냐, 화도 났다. 영화는 바닥까지 가지 않는다. 내내 아름다운 마리옹 꼬띠아르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바닷가 햇살처럼, 영화는 따스했다. 마리옹 꼬띠아르. 어쩜 이런 배우가 있지. 이 영화에서 정말 반짝반짝 빛난다. 무심하게 떨어져 내리는 눈물, 온몸으로 햇볕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표정. 제일 아름다웠던 장면은 사고가 난 뒤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베란다에서 훨체어를 타고 커다랗고 힘 있는 몸짓으로 고래 조련 동작들을 할 때. 예쁜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예쁜 배우다. 진짜 배우. 그 장면,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사랑해. 영화는 이 말을 위해, 이 말을 내뱉기 위해 달려온 것 같다. 딱 한 번 말한다. 사랑해.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다. 버릴 게 없는 영화다. 만족스러운 월요일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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